새벽 2시 59분. 눈이 저절로 떠졌다. 조금 있으니 알람 소리가 울렸다. 일어나 책상 위 올려둔 알람을 껐다. 베란다 창문을 열고 스마트폰을 꺼내 창밖 풍경을 찍었다. 블로그에 기상 인증과 함께 짧은 글을 기록했다. ‘카르페디엠, 오늘 이 순간을 산다. 쉽지 않은 선택을 한다.’ 내가 매일 새벽에 하는 일이다. 몇 가지 기상 루틴 후, 바로 독서와 글쓰기에 집중한다. 새벽은 고요하다. 전기 주전자의 기운찬 소리. 톡톡 톡톡톡, 키보드 자판 치는 소리만이 내 주변을 맴돈다. 세상에 오로지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나와 글로 투영되는 나만이 존재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처음 새벽 기상을 시작했을 때는 이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한동안 멍하니 우두커니 앉아 있기도 했다. 명상, 커피 마시기, 음악 감상, 플래너 정리 등 이런저런 일들을 마구잡이로 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자리 잡은 것이 바로 ‘독서와 글쓰기’이다.
새벽 기상은 나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내어 주었다. 그럴수록 이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체계적으로 활용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먼저 책 읽기를 시작했다. 평소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책은 여유 시간에 읽는 거라며, 여유 시간을 기다렸다. 불행하게도 아이 셋 워킹맘인 나에게 그 여유 시간은 찾아오지 않았다. 늘 마음뿐이지 독서는 내 삶에 없었다.
새벽에 10분만 시간을 내어보기로 했다. 타이머의 시간을 맞추고 책을 읽었다. 처음에는 조급한 마음에 타이머를 자주 쳐다보며 얼마나 시간이 남았는지 확인했다. 한참을 읽은 것 같아서 타이머를 보니 아직 도 시간이 남았다. 10분이 생각보다 꽤 긴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10분 법칙’을 적용해 책을 읽었다. 놀랍게도 어느새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되었다. 주변이 조용하다 보니 짧은 10분도 엄청난 집중력으로 책을 읽게 된다. 단 하루 10분만 투자했을 뿐인데, 매일 실천하니 한 달에 책 2권 정도는 거뜬히 읽을 수 있었다. 결국 여유 시간은 내가 만드는 것이었다.
새벽 독서 전략 ‘10분 법칙’을 내 하루 생활 곳곳에 씨앗을 심듯 적용하였다. 새벽에 10분, 학교 출근 후, 업무 시작 전 10분, 학교 아이들과 아침 독서 시간에 나도 같이 책을 읽으면 된다. 오후 업무를 보기 전 10분, 퇴근하고 집안일 마치고 아이와 함께 10분. 하루 24시간 중 대략 50분의 시간이 만들어진다. 새벽 10분을 시작으로 곳곳에 10분 독서를 배치하면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병렬 독서도 가능해지는 셈이다.
뒤늦게 독서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꽤 긴 시간, 손에서 책을 놓고 살았다. 물론 학창 시절, 대학 시절, 교사가 된 후, 책을 읽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때마다 필요한 책을 읽고 시험과 취업 준비를 하며 관련 서적을 기웃거렸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아니 무엇이 되기 위해 읽었던 전공 서적과 수험서는 그때뿐이었다. 감흥이 없었다. 결혼과 출산, 세 자녀를 키우며 여러 번 넘어졌다. 내 인생의 어려움에 마주했을 때 비로소 진짜 책들을 찾게 되었다. 새벽 기상과 함께 ‘책 속에 길이 있다.’라는 말의 참뜻도 알게 되었다. 살면서 마주하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문제의 해답이 바로 책 속에 있었다. 감히 내가 만날 수 없는 천재적인 작가와도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세계 유명인과도 책을 통해 둘만의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어느 날은 힘들고 지친 나에게 “이렇게도 해 보고, 또 저렇게도 해 보라.”며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것 같기도 했다. 책 속 한 문장이 내 삶을 일으키고 나를 지탱해 주는 놀라운 경험도 했다.
책을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글 쓰는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글을 쓰고 싶어졌다. 글 쓰는 사람들을 동경하게 되었다. 이은대의『강안 독서』를 읽을 때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독서의 끝은 글쓰기’라며 독서의 최종 단계가 글쓰기라고 말하는 부분이었다. 독서를 내 삶에 끌어와 적용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내 삶을 글로 보여주고 그 글을 통해 세상에 내 뜻을 펼쳐 보라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내 삶에 적용하기도 어려운데, 내가 글을 써야 한다고? 감히 내가? 글을 쓴다고?’ 스스로 반문했다. 그러나 그때부터인가 전혀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 여겼던 ‘글쓰기’라는 새로운 질문이 내 안에 조금씩 파고들기 시작했다.
글쓰기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자 또 다른 세상이 열렸다. 글쓰기 강좌를 듣게 되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토요일 아침 7시, 글쓰기 수업에 참여한다. 글쓰기가 내 삶 속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 새벽 시간을 글쓰기로 채워가는 날이 하루 이틀 쌓여갔다. 글을 쓰고 글쓰기 커뮤니티 카페에 그날의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꾸준히 쓰다 보니 글도 쌓여갔다. 비로소 나도 책 한 권을 쓰게 되었다. 힘겨운 초고와 더 어려운 퇴고 과정을 거치며 두 계절이 지나갔다. 두려움 가득했던 투고와 꿈에 그리던 계약과 출간. 내 손에 주어졌던 내 첫 책. 비로소 꿈이 아닌 내가 만들어 낸 결과물을 내 두 눈으로 보고, 또 내 손으로 만질 수 있었다. 이제는 2권의 개인 저서와 2권의 전자책, 2권의 공저, 학생들과 함께 쓴 2권의 동시집을 쓴 작가로 살아가게 되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정해진 시간에 노트북과 마주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내가 깨어 있는 이 새벽, 이 순간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아주 고맙게도 나의 새벽은 나에게 작가라는 또 다른 이름을 안겨주었다. 매일 10분 독서와 함께 글쓰기도 매일 최소 30분 이상을 노트북 자판과 씨름하였다. 그 결과, 글이라는 것도 쌓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운이 좋은 날은 초고 1.5매의 분량이 생각지도 않게 빨리 써졌다. 또 어느 날은 한 시간 동안 끙끙거렸지만 겨우 3줄 이상을 넘어가지 못했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초보 작가의 글쓰기에 나 스스로 큰 기대를 걸 이유가 없다. 잘못되고, 망가지고, 실패하고 추락하는 게 ‘정상’이라는 것만 받아들이면 된다. 중요한 것은 이 작은 실패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알렉산더 나폴레옹이 말했다. “전쟁의 천재란 주변 사람이 모두 미쳐갈 때 평범한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삶이라는 각자의 치열한 전쟁터에서 흔들리지 않고 내 길을 가는 것, 누가 뭐라 해도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바로 그것이 정답이 아닐까? 새벽 기상을 통한 꾸준한 독서와 글쓰기는 지극히 평범한 내 일상을 비범하게 만들어주었다. 지금, 이 새벽이 그토록 고마운 순간이고 이유이다.
교사 경영이 만드는 교실혁명저자윤수정출판미다스북스발매2024.01.12.
초등 3학년은 습관 형성의 결정적 시기입니다저자윤수정출판더메이커발매2024.04.15.
아이셋 워킹맘의 틈새 시간 활용법저자윤수정출판유페이퍼발매2023.01.02.
학급 경영 성과를 두 배로 만드는 "나는 감사로 수업한다."저자윤수정출판유페이퍼발매2023.03.09.
그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저자강선화,박정미,서린,양윤희,윤수정출판북랩발매2023.08.08.
교사의 삶을 전하다저자곽윤석, 김보라미, 박명찬, 박선미, 변미진, 임연경, 윤수정출판부크크(bookk)발매2025.01.06.
읽고 쓰는 아이들저자고일초 3-4출판부크크(bookk)발매2024.01.30.
동시쓰는 아이들저자고일초 3-3출판부크크(bookk)발매2025.02.06.
#새벽기상
#미라클 모닝
#새벽 3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