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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나만의 리추얼 만들기

by 초등교사 윤수정

리추얼이란 무엇일까? 검색창을 두드려보니 다음과 같다. MZ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하나의 트렌드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규칙적인 습관을 의미한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습관 실천을 통해 코로나 블루와 취업난, 주택난 등에서 오는 무력감을 극복하고, 심리적 만족감과 성취감을 얻으려는 MZ 세대의 욕구가 반영된 라이프 스타일이다. 아주 소소한 습관을 만들어 삶의 무력감, 불안에서 벗어나 만족감을 얻으려는 목적이 있다.


장재열의 『마이크로 리추얼』에 따르면, 리추얼이란 사소해 보이지만 꾸준히 실행하면 삶의 큰 변화를 불러오는 의식적 습관을 뜻한다. 그저 루틴처럼 매일 체크하면서 노력해야 하는 과제가 아니라, 어느새 무의식적으로 몸에 밸 만한 ‘아주 사소한 행위’들을 말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매일 나 자신을 위해 반복적, 규칙적으로 하는 의식적 행위가 바로 리추얼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루틴이 리추얼 아닌가? 둘이 뭐가 다른 거야?라는 생각이 든다. 『마이크로 리추얼』에 의하면 루틴과 리추얼의 차이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는가에 달려있는데, 리추얼은 명확하게 ‘내 마음의 중심을 잡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일상의 수많은 행동 중에서 ‘나의 마음을 안정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찾고, 그것이 실제로 내게 효과를 주는지 스스로 검증하고, 또 그것을 어느 시간대에 하면 좋을지 설계하는 아주 능동적인 자기 탐색의 여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리추얼은 노력하지 않아도 짧은 시간 동안, 사소한(소소한) 일을 하면서 심신을 안정시키는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반면, 루틴은 헬스 루틴, 아침 루틴, 자기 계발 루틴 등 어떤 목적을 갖고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즉, 루틴은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행동이다.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효율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정리해 보면, 리추얼은 그 행동에 특별한 의미와 마음가짐을 담고, 그 과정을 통해 내면의 만족감이나 성취감을 얻는 데 중점을 둔다. 리추얼을 따르는 삶과 루틴을 따르는 삶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루틴을 따르는 삶은 생산성 향상과 규칙성을 중시하는 반면, 리추얼을 따르는 삶은 그 행동 자체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고, 정신적 풍요로움을 느낀다. 그 결과, 루틴은 습관적 반복으로 이루어지지만, 리추얼은 더 깊은 감정적 경험과 연결된다. 예를 들어, 아침마다 커피를 마시는 것이 단순한 루틴이라면, 그 과정을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리추얼이 될 수 있다.


리추얼의 두 가지 특성적 행위를 조금 더 설명해 보면, 첫째,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을 한다. 주로 1~2분 이내로 처리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이 좋다. 둘째,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을 치워두기이다. 처음부터 전부 다 하려 하지 말고 마음의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하나씩 실행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하는 새벽 기상과 몇 가지 루틴 속에는 나만의 리추얼이 있다. 일단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고 바깥공기를 마시고 바깥 풍경을 사진에 담는다. 일련의 이 행동은 나의 새벽 루틴이 되어 이제는 습관처럼 굳어졌다. 나는 이 루틴을 통해 몽롱했던 정신을 깨우고 하루는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창을 열고 인증 사진을 찍는 그 행위가 잠을 깨는 나의 리추얼이 된 것이다. 새벽 리추얼을 통해 비로소 어제와 오늘의 경계가 분명해지고 새롭게 오늘 하루를 맞이한다. 작은 행동이 나만의 새벽을 여는 의식이 된 것이다.


유명인들의 리추얼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호기심이 발동하여 몇 가지 사이트를 뒤져보니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루트비히 베토벤은 매일 아침 반드시 60개의 커피콩으로 내린 커피 한 잔을 마셔야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작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글을 쓰기 전에 꼭 독한 술을 한 잔씩 마시고 시작했다고 한다. 각자 소중하게 의미를 부여한 일상의 행위들이 있었다. 개중에는 알코올과 담배, 심지어 약물까지도 리추얼이 된 사람도 있었다. 결국 그들이 그토록 지독하게 지켜냈던 리추얼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완성해 나간 것은 아닐까?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박사는 “반복되는 일상에 진정한 삶이 있다. 우리는 이제까지 결과와 성취만을 강조하는 세상에서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일상에서 사소하게 진행되는 과정의 소중함을 잊고 살았다. 그 일상을 가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리추얼은 바로 무의미한 듯 반복되는 일상을 의미 있게 만드는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주 52시간 근무제와 코로나19는 일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새로 정의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직장인들은 퇴근 후 다양한 취미 활동과 자기 관리에 투자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고, 코로나19로 인해 집콕 생활이 장기화하였을 때, 어쩔 수 없는 환경 속 인간이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일상뿐이라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자신의 일상을 가치 있고 의미 있게 보내려는 욕구와 함께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주변의 시선이나 환경보다 ‘나’에게 집중하고, 결과보다는 ‘과정’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생긴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 때문인지 최근에는 몇 년 전부터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리추얼을 실천하는 콘텐츠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영상 속 주인공들은 누구와 함께 하기보다는 오롯이 홀로 즐기고, SNS에 브이로그를 올려 일상을 기록한다. 일상 속 자기만의 리추얼이 바로 자신의 정체성으로 타인에게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놀라운 것은 이런 리추얼 문화가 기업의 마케팅에서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오레오는 과자를 먹을 때 ‘반드시 비틀어서, 크림을 핥아먹고, 우유에 찍어 먹어야 한다’라고 광고한다.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맛있게 즐기는 리추얼로 오레오를 즐기는 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맥주 기네스도 마찬가지이다. 기네스는 맥주 한 잔을 따르는 데에도 정통 스타일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정한 각도로 3/4 지점까지 맥주를 채우고, 2분간 거품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거품을 채우는 방식을 고수한다. 기네스의 열렬한 팬들은 이 완벽한 한 잔을 위해 2분이라는 시간을 인내하는 리추얼을 지켜낸다는 것이다. 이 의식이 기네스 맥주 한 잔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준다는 그들만의 신념을 굳건히 따르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미래 사회는 더욱더 불분명해지고, 예기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리추얼이 주목받는 이유는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단단한 내가 되기 위해서는 아닐까 싶다. 성공을 정의하는 방식이 타인과의 비교가 아닌 ‘어제보다 나은 나’가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리추얼은 한 개인의 긍정적인 변화는 물론이고 기업과 사회 전반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오늘을 살고 미래를 준비하며 나를 더욱 나답게 하고 단단하게 하는 리추얼 하나쯤을 장착해 보면 어떨까? 싶다. 내 삶을 좀 더 재미나게 풍요롭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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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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