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더불어 살아갈 때, 더 잘 살 수 있다. 성장은 어떨까? 혼자서도 성장할 수 있을까? 물론 성장할 수 있다. 만약 함께한다면? 아프리카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정말 함께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을까? 나는 이 말이 정말 맞는 말인지, 나 스스로 실험해 보기로 했다.
2023년 1월, ‘나우학교’라는 이름으로 교원학습공동체를 만들었다. 학급경영을 더 잘하고 싶고, 교사이기 이전에 한 개인으로서 성장하고 싶은 교사들을 모집했다. 매주 토요일 새벽이면 온라인에서 만나 학급경영 사례를 나누고, 감사 일기, 독서, 글쓰기를 어떻게 학급 운영에 녹여낼 수 있을지 함께 연구했다. 공동체를 처음 만들었을 때 나는 ‘리더’라는 역할에 집중했다. 20년 넘게 교직에 몸담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렇게 해 보시면 좋아요”, “그럴 땐 이런 방법이 효과적이에요”라고 말하곤 했다. 선생님들을 돕고 이끄는 것이 내 역할이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매주 함께 얼굴을 마주하다 보니 느슨하지만 깊은 연결이 생겼다. 초등교사로서 같은 현장을 살아가고 있다는 공통분모 덕분인지 그리 오래지 않아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친밀감이 생기고, 서로의 마음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 변화는 작지만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굳이 내가 먼저 입을 열지 않아도 선생님들 각자의 사례가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수다처럼 보이는 이야기 속에서도 배움이 피어났다. 비슷한 고민이 있을 때는, 더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이제는 나만 말하지 않는다.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해결책을 고민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공동체가 되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몸살감기가 심하게 와서 새벽 기상조차 힘들었고, 평소처럼 루틴을 지키는 것도 버거웠다. 몸이 힘드니 마음도 무너졌다. ‘왜 이런 걸 시작해서 이렇게 힘들게 사나.’ 내가 만든 공동체가 오히려 나를 옭아매는 가시처럼 느껴졌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날은 평소보다 훨씬 늦은 시간에 온라인 방에 접속했다. 늘 가장 먼저 일어나 불을 밝히고, 하나둘 들어오는 선생님들을 반기며 격려하는 것이 내 일이었는데, 그날은 내가 가장 마지막에 들어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선생님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몸은 좀 괜찮냐고 안부를 묻고, 힘내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어떤 선생님은 커피 쿠폰까지 선물해 주셨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 순간,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묘한 안도감과 감사함이 밀려왔다. 만약 혼자였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진작에 새벽 기상도 독서도 글쓰기도 포기하지 않았을까? 버티고,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함께’였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힘, 그것이 나를 멈추지 않게 했다.
그렇다면 ‘함께 성장한다’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먼저 개인의 성장이 있다. 자신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실력이나 인격, 사고의 폭을 넓혀가는 과정이다. 학업이든 일이든, 관계든, 자기만의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것이 개인의 성장이라면, 공동체의 성장은 조금 다르다. 개인들이 성장한다고 해서 공동체가 반드시 성장하는 건 아니다. 공동체의 성장은 조화와 이해를 바탕으로 함께 나아갈 때 가능하다. 단순히 각자의 실력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보완해 줄 때, 진짜 시너지가 생긴다. 누군가는 잘 듣고, 누군가는 말에 힘이 있다. 그 다양성이 모여야 팀이 강해진다. 성장의 길에는 늘 어려움이 따른다. 이때 서로 짐을 조금씩 나눠 들고, 손을 잡아주는 경험은 단순한 도움을 넘어선다. 프로젝트가 막혔을 때 누군가가 방향을 제시해 준다거나, 실수했을 때 조용히 감싸주는 순간들. 혼자였다면 포기했을 그 순간, “괜찮아. 다시 해 보자.”라는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린다. 이런 순간들이 쌓일 때 진짜 공동체가 된다. 서로 기대고 돕고, 함께 일에서는 그 시간이야말로 가장 값진 성장의 시간이다. 그렇게 신뢰가 자라고, 신뢰는 다시 성장을 이끄는 밑거름이 된다.
그렇다면 함께 성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바로 팀워크와 신뢰다. 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들이 모여도 서로를 믿지 못하면 협력은 불가능하다. 반대로, 열린 마음과 신뢰가 있다면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들 수 있다. 팀워크는 각자의 역할을 존중하며 조화를 이루는 것이고, 신뢰는 그 관계를 단단하게 지탱해 주는 힘이다. 우리는 그 과정을 통해 ‘나’에서 ‘우리’로 나아간다. 각자의 길을 걷던 사람들이 어느새 같은 방향으로 걸으며 함께 숨을 맞춘다. 배려, 이해, 협력, 신뢰. 이 모든 가치가 모일 때, 공동체는 단단해지고 따뜻해진다. 성장하는 문화가 조성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성장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삶의 일부다. 우리는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하며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진짜 성장은 혼자서는 어렵다. 미래 사회는 개인의 성장을 넘어 공동체의 성장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함께 성장한다’라는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한 깊은 철학이다.
오늘도 나는 나우학교 선생님들을 위해 새벽의 불을 먼저 밝힌다. 아직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시간, 우리는 하나둘 모여든다. 처음 새벽 기상을 결심했을 때는 단지 하루를 길게 쓰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새벽이 삶의 방식이 될 줄은 몰랐다. 새벽은 우리에게 고요한 여백을 준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그 시간, 우리는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사색하고, 차를 마시며 조용히 이야기했다. 피곤함에 기대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서로서로 일으켜 세웠다. 그 과정에서 나는 함께 성장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온몸으로 배웠다. 혼자였다면 포기했을 순간들. 하지만 함께였기에 “조금만 더 해 보자”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 작은 마음이 쌓여 큰 변화를 만들었다.
새벽의 고요 속에서 우리는 꿈을 정리했고, 삶을 돌아보았으며, 단단한 하루를 준비했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 우리는 혼자일 때보다 함께일 때, 더 멀리, 더 단단하게 나아갈 수 있다. 나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하는 새벽은 단지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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