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수 있을까? 이력서가 말라버린 2년
이력서를 열고 다시 썼다.
마치 오래된 자서전을 찢어내고, 그 위에 새로운 생을 다시 기록하듯이.
이름, 연락처, 학력, 경력, 기술, 자격, 언어.
빠짐없이 정리했지만, 뭔가 텅 비어 보였다.
2년의 공백이 주는 무게는 예상보다 컸다.
문과 출신, 30대, 커리어 공백.
특히, 30대 초반, 이직시장에 문과생은 없었다.
요즘 채용공고는 그런 조합을 반기지 않았다.
그래도 해보기로 했다.
기술영업, PM, 해외영업, 경영기획, 심지어 ESG, 전략기획까지.
관련이 조금이라도 있거나, 내 경험이 변주될 수 있는 분야라면 모두 지원했다.
30곳 넘게 넣었고, 그중 5곳에서 서류를 통과했고, 3곳에서 최종면접까지 갔다.
하나는 국내 중견조선기자재 업체의 전략기획팀이었고,
다른 하나는, 풍력기자재 업체의 기술영업팀,
마지막 하나는 풍력 EPC 회사의 사업개발팀이었다.
면접은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공백 기간 동안 뭐 하셨어요?
왜 자영업을 하셨죠?
자영업하다 다시 회사로 돌아오는 이유가 뭐죠?
질문은 직설적이었고, 나 자신도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번엔 더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자영업을 택한 건, 단순한 충동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어떤 일에 가치와 에너지를 느끼는지 확인하고 싶었고,
그게 내 손으로 공간을 만들고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 저는 점점 ‘단절’되어갔고,
결국 다시 ‘실행 중심의 실무’를 그리워하게 됐습니다.”
면접장에서는, 나를 포장하지 않고 설명하는 일이 제일 어렵지만,
이번에는 정말 내가 누구인지, 왜 돌아왔는지를 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진심은 일부 통했다.
최종 결과는 전부 합격.
처우는 겨우 2년 전과 비슷했지만 '합격하셨습니다'라는 결과안내 문자를 보는 순간,
드는 안도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내게 아직은 기회가 있구나!
그 중에서 가치사슬 상 업스테이지인 EPC PM직무를 택했고,
그게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다.
물론, 아직도 모른다.
이 선택이 옳았는지, 앞으로 얼마나 갈 수 있을지.
하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는다.
주도적으로 선택했고,
이제는 그 안에서 실적과 의미를 만들어갈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