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가게에서 배운 것들, 그리고 한계

by 이안 문과PM

나는 장사를 꽤 성실하게 했다.


매출을 정리했고, 재료비를 계산했고, 월별 단가와 회전율도 따졌다.

SNS 계정을 열었고, 메뉴판도 손수 만들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가게 콘셉트와 BI도 스스로 다듬었다.


밤에는 손님을 받고, 새벽에는 청소를 하고, 아침에는 마트에 들렀다.

정오쯤엔 커피를 마시며 전날의 매출과 그날의 발주를 정리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채워 넣다 보니, 시간은 정말 빨리 흘렀다.


오픈 초기엔 손님도 꽤 들었고, 단골도 생겼다.
매출도 매달 조금씩 올라갔다.


“내가 해보니, 장사도 그렇게 만만하진 않더라.”

이 말은 진심이다. 하지만, 동시에 나름 잘 했다고도 생각한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이걸 계속할 수 있을까?’

그게 문제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벽 같은 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매출은 유지됐지만, 더 이상은 오르지 않았다.


리뉴얼도 해보고, 신메뉴도 넣어봤지만 소문난 잔치가 될 뿐이었다.


가게는 안정되었지만, 나는 불안해졌다.


왜일까?


지금 와서 돌아보면, 이유는 명확했다.

나는 이 일을 ‘살기 위해’ 시작했지만,
점점 ‘내가 살아 있단 걸 증명하기 위해’ 지속하고 있었다.


가게 안의 나와, 가게 밖의 세상은 점점 단절되어 갔다.

시장 트렌드, 산업 흐름, 기술 변화, 그 어떤 것도 나와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그 안에서 나는 ‘사장’이었지만, 세상에선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니었다.


문과 출신의 기술영업자.
글로벌 고객을 상대하던 B2B 플레이어.


그런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생각하게 됐다.


‘다시 커리어를 설계한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나는 어떤 영역에 아직 쓰일 수 있을까?’


손님이 없는 평일 오후,

텅 빈 가게 테이블에 앉아, 나는 이력서를 다시 열었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써보기 시작했다.

“경력단절 2년, 문과 출신, 기술영업 3년”
이 조합을 보고, 누가 나를 뽑아줄까?


그렇다면,

'내가 먼저 나를 써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아야겠다'


그게 내 재도전의 시작이었다.



참조: 25년 상반기에 내가 지원한 기업들 https://brunch.co.kr/@iankang/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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