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기술영업에서 PM으로

by 이안 문과PM

최종 합격을 받은 세 곳.
전략기획, 해외영업, 그리고 PM.
내 앞에 세 갈래 길이 놓였다.

결국 내가 고른 건,


PM이었다.




1. 왜 기술영업과 해외영업이 아니었을까


기술영업은 이미 해봤다.
성과도 냈고, 내가 가진 강점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더 이상 새롭지 않았다.


“이 길을 계속 가면 나는 어디에 닿을까?”라는 물음에 선뜻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해외영업도 고민했다.
겉으로 보기엔 화려해 보인다. 출장, 현지 발굴, 글로벌 바이어 미팅.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국내에서 콜·이메일·화상회의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운 좋게 해외 주재 기회를 잡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더 직접적인 현장감이 필요했다.


2. PM이라는 직무가 끌렸던 이유


기술영업을 하면서 가장 부러웠던 순간이 있었다.
우리 제품이 채택될지 말지를 결정하는, EPC 프로젝트 PM이나 발주처 PM과 마주했을 때다.


그들은 단순히 제품 하나를 파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 전체의 방향을 좌우하는 결정권자였다.


“저 자리에 서면, 더 upstream에서 판을 그릴 수 있겠구나.”


그 생각이 머릿속에 깊게 남아 있었다.

PM은 단순히 보고서를 만드는 역할이 아니라,
계약, 일정, 리스크, 기술, 비용… 프로젝트의 모든 요소를 조율하고 책임지는 자리였다.

나는 그 무게를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3. 해상풍력이라는 새로운 전장


때마침 내가 들어간 분야는 해상풍력이었다.

(원래했던 기술영업 분야에서도 내 주력분야에는 해상풍력이 있었다. 제주한림해상풍력은 100MW 이상 공공주도로 만들어진 최초의 해상풍력단지였고, 블레이드 R&D부터 제작까지 참여한 이력은 지금도 가치가 있다)


2020~2023년 사이에도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투자가 몰리던 분야였고,
정부는 지금도 내수 생태계를 키우겠다고 메시지를 내고 있다.


물론 현실은 다르다.


산업계와 투자업계가 바라보는 시각에는 간극이 있다.
사업성이 의심받기도 하고, 기술적 허들이 높아 속도가 더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해상풍력을 택했다.


이 분야에는 여전히 ‘가능성’이라는 에너지가 흐르고 있었고,
PM으로서 그 가능성을 직접 다루고 싶었다.


면접장을 나오던 그날, 나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이 선택이 옳은지 아닌지는 시간이 말해주겠지.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더 이상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그리고 앞으로는 해상풍력이라는 산업, EPC/플랜트/조선이 맞닿아 있는 니치한 세계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남고 또 기회를 만들어갈지, 별도로 풀어볼 생각이다.


특히, EPC/플랜트/조선/에너지 분야는 알면 알수록 재밌고, 이 분야를 리드하는 사업개발/PM/기술영업 업무는 너무나도 배우는 게 많고, 경험이 곧 자산이 되는 직무들이다. 그렇지만 많은 이들에게 이 분야는 힘들고, 폐쇄되어있고, 고인물들이 넘쳐나는 3D 직종으로 비춰지기도 하고, 반도체나 AI와 같은 고도의 기술집약적 분야에 밀려 사양산업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분야는 고용창출효과가 매우 큰 인프라 산업군이며, 실제 우리의 생활환경, 물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업계에 몸담고 있어서가 아니라, 더욱 많은 이들이 이러한 분야와 직무에 관심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러한 부분은 별도로 심도있게 다뤄볼 예정이다.


조금 더 깊고 현실적인 이야기는 그때 하기로 하고, 지금은 단지 ‘PM으로의 전환’이라는 문턱을 넘은 순간만 기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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