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4 송별회

우두머리의 자세 / 퇴사결심의 가장 큰 이유

by 이안 문과PM

"송별회 해야지? 송별회 언제로 잡을꼬?"


오늘도 어김없이 송별회라는 술의 늪으로 끌고들어가려는 시도가 들려왔다. 본부장은 송별회라는 미명 하에 또 어떤 포장으로 자신의 공을 치하하려나 싶은 마음이 먼저 앞섰다.


좋은 뜻으로 뱉은 말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왜곡해서 듣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그래서 송별회 얘기를 하며 내가 감히 생각하는 선장의 역할과 자세에 대해 풀어보고자 한다.




영업팀이 배라면 본부장은 우두머리, 즉 선장이다. 선장이라면 적재적소에 인력(자원)을 투입해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선장이 팀원들을 불공정하게 대한다면? 그리고 그 불공정이 업무효율에 영향을 미친다면? 어떻게든 목표를 맞출 수는 있어도 선장에 대한 신뢰와 팀원들의 사기는 목표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떨어질 게 분명하다.


이러한 신뢰와 사기가 결정적으로 떨어지 게 된 계기가 있었다. 우리팀은 다른팀에 비해 목표치가 2배 이상 높고, 그만큼 매출과 마진확보가 잘 되는 팀이였다. 심지어는 다른 팀을 다 합친 것보다도 목표매출이 컸다.


우리팀: 100억

A팀: 50억

B팀: 40억


각 팀들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본부장으로부터 자원배분을 받는다면, 우리팀에는 타 팀에 비해 더 많은 자원과 투자가 있어야 유지와 성장이 공존할 수 있었다.


어느덧 1년간 열심히 뛰어 연말이 다가왔다. KPI미팅에 들어간 부장님이 씩씩거리면서 나와서 하는 말이,


"본부장이 말인지 된장인지 별 이상한 소리를 다하네. 원래도 아니였지만, 더는 못해먹겠다."


대체 무슨 말이었길래 평소에는 꾸지람을 듣거나 시덥잖은 일로 꼬투리를 잡혀도 네네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만 외치던 부장님이 저렇게 성이 났나 싶었다.


목표매출보다 30억을 더 해서 왔건만, 돌아오는 말은 "누가 더 하라고 했어요?" 더라.


?!!


KPI미팅 전에 이미 목표매출을 훌쩍넘게 달성한 터라 당연히 칭찬을 받거나 격려를 받을 거라 생각했지먼 오산이였다. 목표치보다 더 해서 가져온 매출을 누가 더 하라고 했냐고 되물었다는 본부장의 말을 전해들으니, 머릿속에서 이어져 있던 실 한가닥이 '툭' 끊어지는 느낌이었다.


원래는 어떻게든 성과를 잘 달성해서 빨리 승진하고, 외국으로도 나가봐야지 생각하고 있었지만 팀원들의 성과보다는 내년 영업실적에 대한 걱정을 표출하는 본부장 밑에서 크게 성장하긴 어렵겠구나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 마음과 함께 이어져오던 회사생활연장이라는 끈이 풀려버린 것이다.


물론 본부장의 입장에서는 올해 초과수주한만큼 내년 KPI를 상향조정해야 하니 부담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매출확보 및 외형성장이 주목적인 영업팀에서 영업팀의 우두머리가 매출확보를 한 부분에 대해서 치하를 하는 게 아니라, 왜 더 해왔냐고 반문한다면? KPI상향조정에 대한 부담은 우리가 아니라 본부장이 져야하는 짐이다. 그 위치에서 본부장이 해야할 역할이 바로 그거니까.


고객을 가려가며, 프로젝트를 가려가며 수주할 거였으면 프로젝트 진행 훨씬 이전부터 수주를 지시하지 말았어야 했다.


성과를 치하받지 못하고, 자기말만 꾀꼬리처럼 되풀이하면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팀은 오히려 말 잘듣는다고 좋아하면, 어느 누가 본부장을 믿고 따르겠는가.


송별회도 마찬가지였다. 송별회라는 이름을 앞세워 자리를 하며, 대표님 앞에서 매출은 자기가 다 해왔듯 칭찬받길 바라며 뒤에서는 팀원들의 사기를 저하하는 꼴을 보고싶진 않더라.




결국 송별회는 본부장을 빼고 우리팀끼리 소소하게 저녁시간을 공유했다. 나가서는 무얼 할건지, 서로의 계획에 대해 얘기하며 시간을 보내면서 문득 내가 본부장의 위치가 된다면, 내가 숲을 봐야하는 우두머리가 된다면 나도 똑같이 할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똑같은 상황이라도 나는 표현을 다르게 했으리라. 팀원의 성과는 치하하고, 조정이 필요하다면 그 몫은 내가 해결해야 할 몫이니 이를 팀원에게 부담으로 전가시킬 필요는 없으니까. 더군다나 이는 팀원이 짊어져야 할 몫도 아니니까.


비록 본부장의 한마디가 회사생활을 끝내고자 하는 도화선이 되긴 했지만, 반대로 그 모습을 보며 내가 리더라면 어떻게 팀원들을 이끌 것인지 깊게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이래서 씁쓸하만 인간관계에서는 모두가 배울 점이 있다라고 얘기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이전 07화D-17 바뀐 담당자가 익숙치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