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7 바뀐 담당자가 익숙치 않아
계속 연락오는 고객들은 어떻게 하나
"어이, 바뀐 담당자가 연락을 안 받는다야. 안가믄 안되나~?"
새벽 이른아침부터 친했던 고객의 하소연이 들려왔다. 바뀐 담당자의 스타일이 달라 익숙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 분명하리라 여기면서 곧 적응될 거라고 달래며 통화를 마무리 지었다.
퇴사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여전히 같이 일하던 내게 전화하는 게 아무래도 편하겠지 싶지만...
"저 2주뒤면 없어요. 담당자를 구워삶든 쳐내든 방법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라는 말이 입가에 맴돌았다.
Please don't panic...
기술영업을 하면서 금전적인 보상도 보상이지만 나라는 영업사원을 보고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데서 오는 보람이 가장 컸다. (금전적인 보상이 너무 미미해서 그런걸까.?) 그래서 나간다고 고객들에게 전달했을 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하는 고객들을 보면, 남이지만 3년동안 정이 많이 들었구나 싶었다.
하지만 고객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그들을 응대해 줄 담당자다. 담당자는 영원할 수 없을 뿐더러 담당자마다 성격이나 업무처리방식이 판이한 경우가 많다.
인수인계할 때, 고객에게 바뀌는 담당자의 개인적인 업무처리 스타일이나 성격 등을 묘사해주는 게 장기적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길이다. 반대로 후임자에게는 고객의 성향이나 어떤 업무처리를 선호하는지를 자세히 알려주어 자연스레 업무가 이관되도록 해야한다.
인간관계에서 많은 게 결정되는 기술영업에서는 고객 한 사람의 입김이 매우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바뀐 담당자의 성격이 맞지않다면 잘 이어나가던 고객관계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충분하다. 특히 이렇게 바뀌는 시점이 기회라는 걸 경쟁사에서도 잘 알고 있기에 치고 들어와 판을 뒤집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도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몇가지 방법이 있다. 그 중 하나가 '계약관계'다. 예를 들어, 연간계약을 체결하는 고객의 경우, 발주-배송-마감에 이르는 절차가 서로 시스템화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미 서로 시스템을 업무편의에 맞게 조율을 해두었다면 경쟁사가 미친 척하고 저가수주를 외치지 않는 이상 시스템 전체를 뒤엎는 수고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웬만하면 관계를 지속하려고 한다.
또다른 방법으로는 Technical Barrier를 쌓아두는 게 있다.
담을 넘기 어렵게 만들면 된다.
기술영업에서 Technical Barrier를 쌓는 방식은 매우 중요하다. 고객이 작성하는 사양서에 추가되는 문구하나로 전체공사를 독점 수주할 수도 있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라는 공사에 설치되는 지붕의 색깔은 전부 RAL 1023 이라는 Traffic Yellow 색상이 사용되어야 한다고 사양서에 쓰여있다고 치자. 그리고 반드시 광택이 있어야 한다고 광택에 대한 추가정보도 기재되어 있다면 해당 공사를 수주하고 싶은 업체들은 반드시 RAL 1023 색상의 유광 페인트를 찾아야 한다. 만약 해당색상을 특정 브랜드에서만 만들 수 있다면 그 공사는 해당 브랜드가 독점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특정 브랜드나 메이커에서만 만들 수 있는 제품이나 색상 등을 활용해서 Technical Barrier를 쌓는다면 담당자가 바뀌는 것과 무관하게 제품을 사용할 수 밖이 없는 경우가 생긴다. 물론 이처럼 하기까지 고객사 담당과 무수히 많은 논의와 깊은 신뢰가 필요하다.
사람이 바뀐다고 해서 쉽사리 업체를 바꾸는 건 사실 그만큼 영업의 깊이가 없었다고 볼 수도 있다. 단순히 단가경쟁을 해서 저가수주를 해왔다면 특히나 그렇다.
기술영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다. 하지만 담당자를 완전 내편으로 만들고 나면 그때부터는 관계보다는 시스템을 구축해서 저절로 굴러가게끔 만들고, 그 시간을 또다른 신규고객 확보에 투자해야 파이를 계속 키워나가는 게 더 효율적이다.
따라서 퇴사를 앞두고 있다면, 혹은 퇴사준비를 한다면 영업직이든 아니든지를 떠나서 내가 하는 일을 챗바퀴러첨 시스템화 하려고 노력한다면 퇴사 이후에도 전화가 오거나 욕먹을 일은 현저히 줄어들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