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걸으며 즐긴 도쿄 여행
청명한 하늘과 포근한 일본의 아침은 한국의 추운 겨울과 대비되었다.
미세먼지 한 점 없는 맑은 공기와 도심 곳곳에 자리한 공터는 확연히 다른 풍경을 연출했다.
어제는 정신없이 돌아다녀서 오늘은 여유롭게 걸어서 키치죠지 방향으로 이동해 보았다.
10시 30분쯤 숙소에서 나와 천천히 길을 걸었다. 이동 중 옆을 지나가는 차량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에서는 차량이 우측통행이지만, 일본은 그 반대로 좌측통행이었다. 또한 도로 폭이 한국보다 좁아 보였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차량이 가로가 짧고 높이가 높은 경차였다. 심지어 전선을 수리하는 수리 차량들도 한국에서의 차량 보다 1/3 정도 크기로 굉장히 작았고, 큰 크기(?)의 버스가 지나갈 경우 차선을 거의 밟을 정도로 꽉 차 보였다.
차량이 신호를 받을 때도 대부분 보행자를 배려하며 기다리거나, 보행자를 중심으로 이동하는 듯 보였다. 전체적으로 차량 흐름이 느긋했고, 이런 모습에서 일본의 여유롭고 배려하는 문화가 엿보였다.
키치죠지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면서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며 걷는 동네 주민들과 은근히 자전거로 이동하는 사람들도 자주 보였다. 일본에서는 버스나 택시보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 듯했다.
21년 도쿄 올림픽 개최 이후 현금보다 카드에 대한 사용 비중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일부 현금이 필요한 상황에 대비해, 키치죠지로 가는 길에 패밀리마트에 들러 ATM에서 출금했다. 블로그를 통해 확인해 보니, 편의점에는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정보가 있어 파파고를 통해 화장실 이용에 대한 일본어를 검색해 이용했다. 그냥 이용하기엔 눈치가 보여 ATM 수수료를 냈으니 당당하게 사용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화장실은 비행기나 전철에 있는 것처럼 작았지만 깔끔하고 있을 건 다 있어서 불편함 없이 이용했다. 40분 정도 걸으니 출출해졌다. 그래서 Satou Kichijoji Steak House라는 식당으로 들어가 스테이크 오마카세와 레드와인을 한잔 주문 했다.
주방장이 추천한 스테이크 오마카세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었다. 큐브 스테이크 형태로 나왔기에 따로 칼질 없이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스테이크에는 맥주보다 와인이 잘 어울렸다. 풍미가 고기의 맛을 더욱 살려줘, 마치 세트 메뉴처럼 찰떡궁합이었다. 학창 시절에 배웠던 고기엔 레드와인, 생선에는 화이트와인이 추천되는 이유를 직접 먹어보니 알 것 같았다.
메뉴판이나 주문할 때 파파고 번역 기능을 사용하니, 일본어를 몰라도 의사소통에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일본어 메뉴판이나 이미지를 카메라로 비추거나 사진을 찍어 실시간 번역된 모습으로 선택하니, 언어 장벽이 확실히 낮아졌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식당에서는 가장 비싸고 좋은 음식들을 많이 시키게 되면 직원들이 굉장히 친절해졌다. 그래서 더 일본 여행이 어렵지 않게 느껴졌었던 것 같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근처에 있는 이노카시라 공원에 산책하러 갔다. 공원에는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무리들이 모여 있었다. 혹시나 불량 학생이라도 있으면 위험할까 싶어, 사진을 찍는 척하며 살짝 거리를 두었다. 구석에서는 직장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도시락을 벤치에서 밥을 먹는 모습이 보였고, 조금 더 안쪽으로 걸어가니 멋진 호수에 잠수하는 귀여운 오리들이 보였다. 길가에는 성인 남성 몸통 만한 큰 까마귀가 평화롭게 일광욕하는 모습이 보였다. 공원을 크게 걷다 보니 몸도 마음도 모두 힐링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공원을 산책하니 달콤한 디저트가 당겼다. 그래서 시부야에 있는 브랏스리 비론이라는 디저트 가게로 넘어갔다. 브랏스리 비론 원래 크레프가 유명한 디저트 집인데, 테이크아웃일 경우에만 먹을 수 있어서 시간이 여유로워 매장에서 먹으려고 했던 나는 크레프는 패스하고 좋아하는 초코 종류의 디저트만 1층에서 골라서 대기줄을 걸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근데, 올라갈 때 대기줄을 거는 것에서부터 이상함을 느꼈는데 올라갔더니 빨간색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분위기에 딱 봐도 부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가득한 이상한 분위기의 공간에 들어가게 되었다. 안내하는 사람도 다들 정장을 입고 있었다.. 그렇다. 2층은 디저트 집이 아니라 고급 레스토랑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디저트를 포크와 칼로 잘라먹으며,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했다. 옆에는 정말 돈 많아 보이는 사람들이 비즈니스나 식사를 하는데 눈치가 보였다.. 심지어 3,000엔 이상 주문하지 않으면 카드를 받지도 않았다.. 시크릿 레스토랑 유럽 비즈니스나 소개팅하는 자리에 혼자 덩그러니 빵을 썰어먹는 경험은 절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았다.
눈치가 보여 서둘러 식사를 마친 후, 시부야에서 가장 유명한 109 앞 교차로를 구경한 뒤 미야시타 공원으로 향했다. 시부야 마야시타 파크는 복합 상업 시설 및 공원으로 건물 위층에 공원과 스포츠 시설, 아래층에는 쇼핑몰과 레스토랑, 호텔이 위치한 독특한 공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는 데이트하는 연인들이 많아, 혼자 여행하는 나에게는 다소 외로움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그래서 최대한 여유로운 척 걸어가다가, 사람들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살짝 빠져나왔다.
다음에… 아주 다음에 연인이 있다면.. 그땐 저렇게 즐겁게 데이트하기엔 좋은 곳 같아 보였다… (ㅠ.ㅠ)
저녁엔 롯폰기 츠타야 스타벅스 겸 서점에서 약속이 있어서 1시간을 걸어갔다.
가는 길에 일본에서 유명한 자판기에서 생수도 동전으로 구매하고 중간에 카트라이더에서 볼 것 같은 카트 탄 사람들도 보고 엄청나게 부자 같아 보이는 대학교와 동네를 지나갔다..역시 어디나 도심속엔 이런 동네들이 구석 구석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행복한 표정으로 애기를 태우고 자전거를 타는 일본 사람들의 일상을 구경하면서 걸었다. 마마차리라는 자전거였는데, 일본에서는 아기를 뒤에 태우고 자전거를 타는 것이 일상적이라고 한다. 건강함과 즐거움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좋은 문화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어렸을 때, 엄마가 앞 바구니에 태우고 함께 자전거를 탄 적이 있었는데 마마차리처럼 안전벨트가 있는 자전거가 아니어서 땅에 떨어져 다친 이후로는 중단된 엄마의 취미였다.
뭔가 역시 뚜벅이의 여유로운 도보 여행은 이런 일상의 모습을 관찰하는 게 재미였던 것 같다.
모리타워 앞 공원을 산책 후 저녁에 도쿄 롯폰기 힐즈(Roppongi Hills)의 대표적인 겨울 조명 이벤트인 케야키자카 일루미네이션(Keyakizaka Illumination)을 보기 위해서 롯폰기 츠타야 서점에 도착하게 되었다. 롯폰기 츠타야 서점은 도쿄 롯폰기 힐즈에 위치한 프리미엄 북스토어 & 라이프스타일 공간이다. 1층에 스타벅스가 있고 2층에는 다양한 물품이 구비되어 있고, 공부할 수 있는 잘 조성되어 있어 즐겁게 일행을 기다릴 수 있었다. 2층 라운지에서는 좌석과 음료를 예약할 수 있는 스티커가 있었는데, 모바일웹 스타벅스의 회원가입이 필요하여, 회원가입 후 주문을 하게 되었다.
창가에 앉아 노을 지는 풍경을 구경하며 도교 여행가이드 책을 공부하며 앞으로 어디 어디를 가면 좋을지 살펴보았다. 전반적으로 도쿄의 유명한 관광지는 모두 전철이나 도보를 통해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다음 날에는 맛집 투어를 테마로 잡고 경로를 조정하였다.
오늘은 도쿄를 걸으면서 즐겼다면, 내일은 최소한으로 걷고 맛집 위주로 먹으러 돌아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타벅스의 빠른 와이파이가 가능했기에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안부 연락을 돌리고, 그전에 찍었던 사진들을 돌아보며 일정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지인과의 약속 시간이 되었다.
츠타야 서점에서 나와 왼쪽 언덕길을 오르니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도쿄에서 야경으로 유명한 도쿄 시티뷰 & 스카이덱에서 도쿄 타워와 도심 야경을 구경한 우리는 Cantina Siciliana Tutto Il Mare에서 간단한 저녁과 술을 마신 후, 킷테 마루노우치 옥상에서 도쿄역 야경을 구경했다.
그 후, 신마루노우치 빌딩 1층에 있는 테라스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신 뒤, 일본에서 유명한 편의점 안주와 맥주를 사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일본의 도심을 걸으며 느낀 점은 한 발자국씩 걸으며 보이는 사람들의 문화와 양식, 건축물, 자동차 등 모든 것들이 많이 달라서 확실히 여행 온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편의점에서의 화장실부터 안주와 맥주까지 적혀있는 글자와 직원의 태도도 모두 신선했고 야경으로 보는 멋진 풍경과 맛있는 음식들은 사람들이 왜 도쿄를 자주 여행 오게 되는지 확실히 공감할 수 있게 된 하루였다.
남은 이틀도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서 먹고 놀다가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