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휴직인데 왜 이렇게 바쁠까: 압박감에 이것저것 운동 몰아치기
휴직을 시작하고 처음 3개월 동안 나는 거의 스터디카페에서만 생활했다. 공인중개사 시험도 비록 2차는 포기하고 1차에만 집중하여 준비하였지만 그래도 응시했다. 시험을 보고나니 막상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떠오르지 않았고, 아니 사실은 휴직 기간을 정말 알차게 보내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무엇부터 해야 할지 고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공책을 꺼내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하나 적어보았다. 그중에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운동이었다.
“그래, 휴직하면 하려고 했었던 다이어트도 하고, 원래 하고 싶었던 운동을 해보자.”
그렇게 결심하고 운동 리스트를 펼쳐놓고 고민을 시작했다. 테니스는 레슨비가 비싸고, 레슨 후에는 함께 칠 사람이 필요해 동호회를 들어가야 하는데 낯을 가리는 나로서는 쉽지 않았다. 배드민턴도 함께 플레이 하는 운동이라 동호회 참석이 필요해보여 제외했고, 헬스는 지루해서 오래 못 할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집 앞 점핑 운동이 떠올랐다. 점핑은 왠지 여성들만 하는 느낌이라 망설여졌지만 궁금한 마음에 전화를 걸어 “혹시 여성 전용인가요?”라고 물었더니, 남성도 온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 말에 용기를 얻어 점핑을 해보기로 했다.
센터에 찾아가 보니 코치님은 아주 자상했고 내 몸 상태와 운동 방향성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며 거의 PT처럼 세심하게 봐주셨다. 그런 모습을 보며 “아, 이건 제대로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나는 30회권이 아닌 3개월 풀수업을 결제해버렸다. 결제를 하기 전부터 하는 순간까지 "괜찮나?" 하는 망설임이 스쳤지만 이미 늦었다.
처음 두 번 정도는 운동이 정말 잘 됐다. 하지만 문제는 세 번째 수업부터였다. 강습 음악이 너무 아이돌풍이고, 하트 모양 율동 같은 에어로빅 느낌의 동작들도 섞여 있어서 따라하기가 쉽지 않았다. 수강생이 많지 않아 코치님이 나름 배려해서 남자인 나를 다른 수강생들과 최대한 안 겹치게 시간표를 조정해줬지만, 밖에서 대기하던 사람들 시선이 자꾸 느껴져 민망함이 커졌다. 집에 돌아와 고민이 깊어졌다. 수강료도 비싸고 환불도 어렵고, 양도도 만만치 않아 고민이었지만 일단 양도를 알아보되 그때까지는 계속 다니기로 결심했다.
그 와중에, 점핑과는 다른 종류의 운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뭔가 경기하는 느낌의 운동이 하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당근에서 피클볼을 접하게 되었고, 공원에서 종종 보이던 할아버지·할머니들의 라켓 운동이 바로 그거였다. 테니스와 배드민턴, 탁구를 섞어놓은 듯한 운동이라는데, 유튜브로 찾아보니 생각 이상으로 재미있어 보였다. 결국 근처 피클볼 모임에 가입했고, 낯가림이 심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 참석해보기로 했다. 참여하기로 한 첫날 운동장 근처까지 가서 되돌아갈까 고민했지만, 눈 딱 감고 다가갔더니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당근 모임에서 오셨어요?”라며 환하게 반겨주셨다. 이렇게 따뜻하게 맞아주시니 마음이 풀렸고, 하루 레슨을 받고 나니 운동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무엇보다 칭찬과 격려가 너무 많아 기분이 좋아졌다.
집에 오자마자 20만 원짜리 피클볼 패들을 바로 구매해버렸다. 휴직자 주제에 점핑도 결제하고 피클볼 장비도 사고, 괜히 사치 아닌가 싶었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건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점핑으로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하고, 피클볼로 민첩성과 작은 근육을 쓰는 운동까지 하면 균형 잡힌 루틴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피클볼은 야외라서 11월 말부터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하면 몇 번 치고 나면 곧 몇 주, 길게는 두 달씩 쉬어야 하는 상황이 예상됐다. 그래서 다시 고민이 시작됐다. 그러다 구민체육센터 강습 신청 기간이 마침 열렸고, 스쿼시와 배드민턴 강습이 눈에 들어왔다. 비용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실내라 날씨 영향을 받지 않았다. 피클볼 대신 스쿼시와 배드민턴을 월·화·수·목·금 오전에 배워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점핑이었다. 이미 3개월을 끊어놨는데 스쿼시와 배드민턴까지 하면 동시에 하기에는 너무 부담스럽기도 하고 많은 시간을 운동에만 투자하게 될 것 같았따. 그래서 우선 당근과 아파트 커뮤니티 방에 양도 글을 올리고 양도 될 때까지 열심히 점핑 다니고, 스쿼시와 배드민턴도 함께 해보기로 했다.
공인중개사 1차 시험이라는 첫 번째 미션을 끝냈으니, 이제 내 휴직의 두 번째 목표는 운동이다. 점핑과 피클볼, 스쿼시와 배드민턴을 오가며 내 몸과 마음을 제대로 만들어보는 것. 휴직은 단순히 쉬는 시간이 아니라, 나를 다시 찾는 과정이라는 걸 조금씩 느끼고 있다. 이제는 운동에 집중하며 휴직의 다음 챕터를 써 내려갈 차례다.
공인중개사 1차 시험이라는 첫 번째 미션을 끝냈으니 이제 내 휴직의 두 번째 목표는 운동이었다. 점핑과 피클볼, 스쿼시와 배드민턴을 오가며 내 몸과 마음을 제대로 만들어보겠다는 마음이 컸다. 그런데 여러 운동을 한꺼번에 붙잡고 있는 내 모습을 바라보다 보니, 이게 정말 즐기고 싶어서 하는 건지, 아니면 휴직 기간에 뭔가 대단한 걸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인지 헷갈릴 때가 있었다. 운동마저도 ‘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져 의무감이 스며드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휴직이 단순히 쉬는 시간이 아니라 나를 다시 찾는 과정이라는 생각은 변함없다. 이제는 그 의무감의 무게를 조금 내려놓고, 진짜 나를 위한 속도로 운동을 해나가며 휴직의 다음 챕터를 써 내려갈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