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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anXpaper Aug 08. 2024

새벽 네 시에 한강 달리기

별로 쓸모 없는 것들의 일기장

왼쪽 무릎이 아프다. 아침과 저녁에 3킬로미터 정도 달리기를 하는 데 무릎 관절이 쑤셔서 속도를 제대로 낼 수 없다. 할 수 없이 저속으로 달린다. 달리기를 멈출 수는 없으니 천천히 달리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두 어달이 넘게 무릎이 낫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병원에 가봐야 하나. 처음 500미터 정도를 참고 달리면 리듬과 함께 통증이 줄어들긴 한다.      


원래는 아침에 달리고, 저녁에 (개와 늑대의 시간인지 뭔지 하는 무렵에) 달리곤 했다. 그런데 무릎이 아프고 여름 날씨도 무덥고 해서 저녁 시간을 어영부영 보내고 말았다. 매일 하던 짓을 안 하니 마음이 불편해졌다. 결국 일주일 전부터 해가 완전히 떨어진 밤에 달리기 시작했다. 막상 밤을 달리다 보니 새로웠다. 아침이나 밝은 낮에 달리는 것보다 훨씬 편안했다. 한강의 야경은 또 얼마나 멋지던지.      


이처럼 밤의 한강변을 달리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아내는 (원래부터) 밤에 나돌아다니는 걸 무척 싫어한다. 결국 아내가 화를 내기 시작했다. 왜 낮 시간을 두고 어두운 밤에 달리냐며 따졌다. 한바탕 다투었다. 낮은 너무 덥고 습하다. 밤의 한강 야경을 바라보며 달리는 건 약간 환상적이라고 설명했지만, 아내는 이해하지 못했다.      


밤의 달리기를 할 수 없게 되어서 그냥 일찍 자기로 했다. 불면이 지속되어 약국에 가서 3000원짜리 수면유도제를 사 왔다. 그걸 삼키고 조금 기다리면 그럭저럭 잠이 들 수 있다. 수면유도제는 잠에 빠지는 걸 도와준다. 하지만 중간에 깨는 것까지는 막지 못하는 것 같다. 약사 말로는 잠을 자다가 불필요하게 깨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수면유도제가 아닌 수면제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면제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며.      


새벽 두 시에 깨어 네 시까지 잠들지 못하고 브런치 북을 발간해 볼까 싶어서 이런저런 기획을 했다. 막상 마치고 보니, 너무 과욕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하루 이틀 더 묵히며 다시 검토해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이윽고 새벽 네 시가 막 넘었다. 나는 반바지를 입고 면 셔츠를 입고 운동화를 신었다. 조용히 (그러니까 몰래) 집을 나섰다. 밤의 달리기 대신 새벽 달리기를 하기로.      


새벽 네 시에 강변을 달렸다. 놀랍게도 그 시각에 산책하거나 달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많지는 않았지만. 할아버지와 젊은 남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아줌마나 할머니도 있었다. 서울식물원으로 들어서는 곳까지 갔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에 대략 8명 정도의 밤의 산책자를 지나쳤고, 4명 정도의 달리는 사람을 스쳤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최소한 5명은 본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 책상에 앉았다. 무릎을 만지며 카렌 블릭센의 일대기를 다룬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첫 장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골라 타이핑했다. 스크리브너의 집중 모드에서 타이핑했는데, 오랜 나의 친구 아이유가 나를 째려보면서 한마디 하는 거였다. “책 속의 문장만 옮기지 말고 자기 생각을 써 보란 말이야. 너 자신의 글을!”     


너무 어려운 숙제다.      


아내는 밤을 달리는 인간이 되지 말라 하고 

아이유는 제대로 글을 쓰는 인간이 되라고 한다.     


고단한 삶이 아닐 수 없다.




나의 스크리브너 집중모드. 번거로운 메뉴를 모두 감추고 내 친구 아이유만 남긴 모니터에서 쓴다. 친구는 제대로 쓰라고 다그치며 노려보고 나를 감시한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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