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관리를 통한 효율성과 효능감
내 효율의 시작점은 어디였을까
언제부터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성향이 만약 중·고등학생 때부터 있었다면, 아마도 나는 서울대에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당시에는 내가 선택한 공부가 아니라 ‘해야만 하는 공부’였기에, 그리고 그것이 ‘시험’이었기에 나의 타고난 기질이 잘 발휘되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20살, 바쁘게 살고 싶었던 이유
20살 대학생이 되던 날, 나는 최대한 인생을 바쁘고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마음으로 대학교 수업, 교내 프로그램과 동아리, 각종 대회참여, 대외활동, 아르바이트까지 여유 시간을 만들지 않고 싶었다. 그건 내가 스스로 원했던 (지금 생각하면 정말 그렇게 원했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대학교에 입학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누군가에게 ‘나’를 증명하고 보여주겠다는 자신감과 동시에 압박감이었다.
그와 동시에, 고등학생 때 억지로 하던 공부가 아니라 정말 내가 원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에 최대한 많은 것을 동시에 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선택한 것들에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어떻게 하면 나의 욕심과 현실을 조화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있었다.
효율성으로 만든 효능감
그때부터 나는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고,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순서를 정하며, 어떻게 하면 두 번 일하지 않아도 될까에 대한 효율성을 추구하게 됐다. 당시엔 그것을 ‘시간관리 능력’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내가 선택한 일들에 대해 책임감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싶지 않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효능감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러한 이유로 나는 준비하는 단계(업무로 치면 기획단계)에서부터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하며 배치하는 연습을 하게 됐다. 내가 목표로 하는 것들을 달성하기 위해, 그리고 내가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 그리고 행동으로 빠르게 옮기는 것이었다. 즉, 준비에는 최대한 시간과 정성을 들이되, 행동은 바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 핵심이었다.
퀘스트처럼 일하던 시절
이러한 경험들은 이후 업무를 할 때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어느 순간부터 동시다발적으로 주어지는 업무들에 대해 본능적으로 우선순위를 정렬하고, 마치 퀘스트를 깨는 느낌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현재 회사에서도 나는 업무를 빠르고 많이 하는 편인데, 그 배경에는 앞선 대학생활과 20대 초중반의 사회경험(아르바이트와 인턴십 등)이 있었고, 이를 실무에도 자연스럽게 적용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 지키는 세 가지 원칙
1. 누군가에게 전달하거나 보고해야 하는 업무를 최우선으로
업무를 할 때는 내가 스스로 데드라인을 정하고 처리할 수 있는 일도 있고, 누군가에게 회신하거나 보고해야 하는 일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누군가에게 회신하거나 보고해야 하는 업무’를 가장 우선순위로 두고 처리한다. 해당 이해관계자에게 최소한의 마감일을 확인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나의 업무는 나의 책임이고 내가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러한 업무들은 누군가에게 ‘당장 필요한’ 일이다. 그만큼 내가 늦어지거나 퀄리티가 떨어질수록 상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한이 넉넉하게 남았더라도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 최대한 빠르게 준비하고 실행하며 전달·보고해야 한다.
대충 하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간단한 회신 업무라면 큰 고민 없이 답변할 수 있겠지만, 보고해야 하는 상대가 상사라면 가능한 한 많은 질문을 던지고 지시 의도를 파악해, 1차 초안을 전면 수정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까지는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지시를 받을 때 처음부터 ‘이 업무의 목적’을 명확히 묻고, ‘원하는 방향성’을 더블체크해야 한다.
상사가 지시한 일이 아닌 단순한 전달형·회신형의 경우라도 미루다 보면 일이 쌓이고, 마감일에 늦게 되면 비협조적인 동료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정말 일이 너무 많다면 양해를 구하고 마감일을 조정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좋다.
2. 과도하게 오래 붙들지 말 것
많은 사람들이 업무를 하기에 앞서 부담감을 느끼고, 특히 상사가 지시한 업무라면 더욱 그렇다. 잘 해내고자 하는 마음과 공을 들이는 자세는 좋지만, 그것이 과하면 문제가 된다. 가령 마감일이 코앞인데 내가 제출한 보고자료가 상사의 입장에서 엉망이라면?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이 결과물로 이어지고 상사가 만족한다면 좋겠지만, 회사 사람들은 그런 과정을 고려해 줄 여유가 없다. 차라리 혼이 나더라도, 만든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빨리 구하고 마감일 이전에 수정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막바지에 제출하게 되면 고칠 시간도, 서로의 마음의 여유도, 피드백도 없다. 어느 정도 초안이 잡혔다면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최종 제출이 아님을 밝힌 뒤 조언과 피드백을 얻기 위한 ‘중간보고’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의 실수가 있더라도 용서와 관용을 받을 수 있는 ‘유통기한’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3. 스스로에게 데드라인을 부여하자
내가 스스로 기한을 정하면 되는 업무, 즉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해야 할 업무들을 전부 적어보자. 기한과 상관없이 언젠가는 해야 하는 모든 일들을 적은 뒤, 앞서 말한두 원칙을 적용해 우선순위를 정렬한다. 그리고 각 업무에 대해 ‘언제까지 처리할 것인가’를 달력에 표시하자.
이때 중요한 것은 여유롭게 마감일을 정하지 않는 것이다. 약간은 타이트하게 정해, 나중에 수정할 시간을 ‘미래의 나’에게 남겨두는 것이 좋다. 어떤 결과물이든 현재의 내가 봤을 때는 완벽해 보이지만, 미래의 내가 보면 “이 쓰레기 같은 자료를 내가 썼다고?” 싶을 정도일 수 있다.
과거의 나에게 분노했을 때,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 이건 사실 나의 이야기다. 해야 하는 업무를 모두 끝내고 났을 때 “어쩜 이렇게 잘했지?” 생각하다가도 며칠 뒤 보면 마치 다른 사람이 한 것처럼 실수와 오류가 눈에 띈다. 그리고 이는 상사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은 그냥 받아들이고, 빠르게 개선하기 위한 고민과 행동을 하는 편이 낫다.
마무리하며
친구가 시간관리 방법에 대해 글을 써달라고 했었는데, 쓰다 보니 이게 시간관리 능력이라는 주제에 맞게 쓴 것인지 모르겠다. 그저 내가 하는 방식을 그대로 썼을 뿐이고, 그렇게까지 특별해 보이지도 않지만 일 처리 속도에 대해 고민이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면 좋겠다.
여러분들의 효율적인 시간관리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안 영 Ian Young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