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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ihyun Nov 21. 2018

잠이 오지 않는 밤

친구의 마음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이럴 땐 억지로 자려고 애쓰는 것보단 다른 일을 하는 게 낫다. 그 '다른 일'이 '글쓰기'가 되면 언제 마치고 자게 될지 모른다는 단점이 있지만......


몇 달 전 고등학교 친구 중 한 명이 형제가 아프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큰 병이라고 했다. 자식이 아프다는 소식에 엄마가 큰 충격을 받으셨다고 했다. 지금도 1년에 한 번씩 만나는 우리 고등학교 친구들은 방과 후 학교 '열람실'에서 함께 공부한 사이인데, 특이하게 우리의 엄마들도 지금까지 모임을 이어 오고 있다. 우리는 1년에 한 번 만나지만 엄마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시면서......

어떤 친구의 특별한 소식은 자식들을 통해 으레 엄마들에게 전해지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그 친구가 우리에게 부탁을 했다. 자기 엄마가 너무 큰 충격을 받으신 상태이니 각자 엄마에게 비밀로 해 달라고...... 나는 한동안 비밀을 지키다가, 갑자기 뜸해진 친구 엄마의 소식을 너무도 궁금해하는 울 엄마께 비밀유지를 전제로 알려 드렸다. 엄마도 기도해 달라고...... 그것이 지난달의 일이다.


친구의 형제는 신체 일부를 이식받아야 하는데 그 친구가 이식을 해 줄 수 있는지 적합성 검사를 받는다고 했다. 이식을 할 수 있어도, 할 수 없어도 걱정이라고, 두렵고도 묘한 마음이라고 친구가 이야기했다. 벌써 2주 전의 일이다.


오늘 친구는 새로운 소식을 전해 왔다. 검사 결과 자신이 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그 친구는 형제자매가 셋인데 자신만 맞게 나왔다고 했다.


그 소식을 듣고 엄마가 전화를 걸어 왔는데 수화기 너머 아무 말씀이 없었다고 한다. 그 어머니의 마음이 어떠할지...... 아픈 자식 한 명과 그 자식에게 이식을 해 줄 수 있는 아프지 않은 다른 자식 한 명..... 한 아이는 나을 수 있지만 다른 아이는 고통을 겪어야 하고, 한 아이가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면 다른 아이는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고......

친구는 아무 말씀도 하지 못하는 엄마와의 통화 후에, 자기도 너무 울고 싶어 영화관에 혼자 갔다고 했다. 슬픈 영화를 골라 보면서 엉엉 울었다고 했다.

상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눈물이 났다. 나라면 어땠을까.......? 감히 상상도 하기 어렵다. 친구 어머니의 마음은 도저히 헤아릴 수가 없다.

나 또한 잘 됐다는 말도 안 됐다는 말도 할 수 없었지만, 자기 형제가 아파하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전신마취 수술 이틀 연속 받아 보니, 수술 '그까이 거' 별 거 아니더라......

친구가 느끼고 있을 막연한 두려움......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기를... 친구의 형제는 새로운 생명과 삶과 건강을 찾을 수 있기를......

'한 다리 건너 천리'라고 친구의 사정을 지켜보면서, 형제자매 없이 외동인 것, 형제자매가 있는 것, 둘만 있는 것, 셋이 있는 것 등 여러 가지 경우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런 계산을 해 보는  것이 미안했지만, 친구네 형제자매가 셋이고 그중 친구라도 맞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은 기도하는 것.....

두렵고 무섭겠지만 그래도
힘내라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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