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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ihyun Nov 12. 2018

14년 짝사랑의 고백

조카 이야기

몇 해 전 제주에 내려오기로 결정했을 때, 큰 조카가 무척 슬퍼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얼마 전 언니가 조카의 미술 선생님을 만나 들은 이야기라고 한다. 자기를 이해해 주고 알아주는 사람이 이모인데, 이모가 먼 곳으로 떠난다 해서 엄청 슬퍼했다고.... 


나에겐 왜 제주도에 가서 살려 하냐고 물은 것이 전부였는데... 여린 감성을 지녔으면서도 의외로 '쿨한' 모습을 자주 보여 주기에, 그렇게 슬퍼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14년 동안 짝사랑하던 사람에게서, 사실은 나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노라고 고백받은 듯하여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이모는 늘 배경 같고, 뒷전인 존재인 줄 알았는데...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는 첫째... 이모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걸 확신하기에, 이모에게는 사랑받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던 첫째... 


그래, 나는 너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단다. 한 번도 표현하지 않아서 몰랐지만, 내가 너를 이해하고 알아준다고 생각했다니 고맙구나. 


나는 여전히, 언제나처럼 늘, 너를 지지하고 사랑한단다. 비록 몸은 멀리 있지만 네 마음을 안아 줄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하렴. 사랑한다, 나의 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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