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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ihyun Jun 20. 2019

서울 나들이

교육을 받으러 서울에 올라왔다. 사실은 얼마 전 엄마와 조카 생일이 있는 주에 올라오려고 비행기 표까지 끊는데 2주 뒤 서울에서 하는 교육 소식에 표를 취소하고 다시 끊었다.


자격증을 유지하려면 일정 시간 온/오프라인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반드시 오프라인으로 채워야 하 시간이 있다. 그래서 겸사겸사 올라왔다.


너무 교육 일정에만 맞추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 것 같아 여유 있게 수요일에 와서 금, 토 교육을 받고 일요일에 내려가기로 했다. 엄마와 언니에일정을 바꿔 2주 뒤에 간다고 얘기하고 오가는 요일을 말하긴 했지만 비행편 시간까지 공유하진 않았다.


엄마는 내가 수요일에 올라온다는 걸 전날 밤 나와의 통화에서 아셨고, 만들어 놓은 반찬도 없다며 12시쯤 도착한 에게 점심을 사 주셨다. 내가 언제 는지 잘 몰랐던 언니도 빡빡한 자신의 스케줄을 이미 잡아 놓아 나와 보낼 시간이 별로 없었다.


서울에 있는 지인들에 나의 서울행을 알리지 않았고 가족들은 바쁘고... 그래서 마치 서울로 휴가 온 듯 나만의 시간이 생겼다.


목요일인 오늘 오후에 문정동에서 또 다른 오프라인 교육이 있다는 사실을 출발 며칠 전 알게 되어 재빨리 교육 신청을 했고, 엄마는 점심 약속이 있고 때마침 아파트 엘리베이터 점검 예정되어 있어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십여 층 계단을 걸어 1층까지 내려가긴 싫었으니까.


8호선을 타고 암사역에 내렸고, 존재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선사유적지를 방문했다. 나의 취향은 대중적, 일반적인 것과 차이가 날 때가 있어서 내가 찾아가는 곳은 사람이 없을 때가 많다. 선사유적지도-평일 낮시간이라 더욱 그렇겠지만-넓은 공원 안에 보이는 사람은 드물게만 있었다. 500원이라는 놀랍도록 저렴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갈 수 있는 곳. 공원 안에는 자연 이 만든 그늘 속에 쉬고 계시는 노인분들도 계셨다.


땡볕을 걷다가, 유적지를 구경하다가, 나무 그늘에 앉아 책을 읽고 쉬다가.... 오후 교육 시간까지 늘어진 시간 위 떠돌았다.


서울, 경기 지역에 오래 살았지만 이번엔 정말로 놀러 온 기분이었다. 전화로 오는 업무 문의는 다른 분을 소개해 드리거나 다음 주로 미루고, 6월 말까지 작성해 주기로 한 자료 하나는 잠시 동안 머리에서 지웠, 서울 오기 전날 하루 종일 실내틀어박혀 만든 다른 자 마감 전에 보내 버렸고....


일하는 평일 낮, 런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으니 참 좋다. 이 마음을 표현해서 어디에든 올리고 싶었는데 다른 SNS 적절한 공간이 아닌 듯고... 날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브런치가 이럴 땐 참 좋구나.


올림픽공원에도 잠시 들르고 덕분에 체육대학 구경도 하고.... 오랜만에 여유로운 서울에서의 하루.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어색하고 답답한(?) 교육장에서 50분을 낯설게 보내고, 수습 때 같은 직장에서 근무한 동기 한 분을 십수 년만에 우연히 만나 인사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던 날.

비우고 또 비우고 또 비워야겠다고 생각한 날.

선물 같은 하루에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이곳에서의 하루는 또 어떻게 펼쳐질까.

내일에게 미리 건네는 인사.

안녕, 이렇게 다가와 줘 고마워.

내일에게 그다음 내일에게도

렇게 인사하고 싶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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