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가 노래 링크를 보내 주었다. <비긴어게인>에서 이수현이 부른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였다. 이수현의 목소리로 들으니 가사가 더 잘 들린다는 말과 함께.
그 후 한동안 이 노래와 원곡자인 잔나비 노래에 빠져 살았다.
제주에서 잔나비 공연을 볼 기회는 많았다. 도에서 주최하는 무료 콘서트나 행사에 잔나비가 초대받은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게 일을 의뢰한 고객과 잔나비가 아는 사이인 듯해서-일 때문에 그 회사 SNS에 뭘 확인하러 들어갔다가 알게 되었다-그 존재는 일찍이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잔나비가 지금보단 덜 알려져 있었고, 나에게는 해야 할 일들과 가야 할 곳들과 피곤한 육신이여전히 있었기 때문에 한 번도 공연을 보지 못했다.
작년 여름, 길을 지나다 음악이 좋아서 다급히 앱으로 검색해 찾은 노래가 잔나비의 <거울>이었고, 같은 해 봄에 나온 2집 앨범이 꽤나 인기를 얻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또박또박 담백하게 부르는 이수현의 노래를 들으니 이 노래 가사가 참으로 와 닿는다. 새로운 사랑 앞에 선 복합적인 감정을 시처럼 표현했구나.
잔나비 노래 중에 <로케트>라는 곡도 있는데 이렇게 깜찍하고 발칙(?)한 가사라니...!
퀸과 비틀즈(그리고 나에게는 패닉 초기 노래들)를 떠올리게 하는 잔나비의 음악.
2020년 한국 대중음악 속의 그 유일무이함이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좋겠다.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작사 최정훈
작곡 잔나비
나는 읽기 쉬운 마음이야 당신도 스윽 훑고 가셔요 달랠 길 없는 외로운 마음 있지 머물다 가셔요
내게 긴 여운을 남겨줘요 사랑을 사랑을 해줘요 할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새하얀 빛으로 그댈 비춰 줄게요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나의 자라나는 마음을 못 본 채 꺾어 버릴 수는 없네 미련 남길 바엔 그리워 아픈 게 나아 서둘러 안겨본 그 품은 따스할 테니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언젠가 또 그날이 온대도 우린 서둘러 뒤돌지 말아요 마주보던 그대로 뒷걸음치면서 서로의 안녕을 보아요
피고 지는 마음을 알아요 다시 돌아온 계절도 난 한동안 새활짝 피었다 질래 또 한 번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