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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ihyun Sep 08. 2018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기쁘다

브런치 작가가 되다

감히 이렇게 써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그러나 객관적 혹은 주관적 기준을 통해 '이게 뭐라고'로 낮잡아 부를 수 있든 없든, 무척 기쁘다.


블로그처럼 브런치도 가입하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줄 알았고, 그래서 별생각 없이 브런치에 가입했다. 그런데 글을 '공개'하는 절차를 거치려니 먼저 '브런치 작가'가 되어야 한단다. 작가가 되어 '발행'하지 않으면 서랍 속에 넣어 두고서 혼자 읽고 마는 글...


페이스북, 블로그, 인스타 등 사람 많고 시끄러운(?) 곳을 피해 '브런치'를 찾아왔지만, 그렇다고 내가 쓴 글을 아무에게도 보여 주지 않으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혼자만 볼 수 있는 글이라니... 뭔가 모를 답답함에 '브런치 작가 되기'에 확 지원해 버렸다. 사전 지식도 없었고, 어떤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지도 몰랐다. 카페 '등업' 신청하듯이 형식적으로 거쳐야 하는 절차라고 생각했다.


브런치에 가입한 뒤 기쁜 마음으로 쓴 글 하나를 심사 대상으로 정하고, 몇 해 동안 적은 글들이 쌓인 트위터 주소를 첨부하고, 번역한 책 세 권의 제목과 소개 링크를 함께 넣었다.


이렇게 대강대강 준비해서 신청을 했는데, 시간이 점점 흐르다 보니 이러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스멀스멀 들었다. 그래도 명색이 '심사'인데 좀 더 깊이 있는 글을 제출해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글 중에서, 마음을 담아 짧은 시간에 써 내려간 글들을 골라 브런치에 저장하고, 어색한 표현들을 조금 다듬은 뒤, 작가되기 신청서를 수정했다. 브런치 글 세 개만 심사대상으로 올릴 수 있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되었고, 생각보다 이 심사가 까다로울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잠시 생겨났다.


어쨌든 작가 신청서를 몇 차례 수정하고 나서 결과를 기다렸는데 3일 만에 작가로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게 뭐라고 이리도 기쁜가...! 내가 수월하게 통과한 걸 보니, 정말로 아무나 신청하면 다 작가가 되는 것인가 싶어 그제야 '브런치 작가 되기'로 검색해 보았다. 사람들의 후기에 따르면 생각보다 이 과정은 만만치가 않았다. 몇 주에 걸쳐 수 차례의 도전 끝에 작가가 된 사람도 있고, 작가로 선정되는 비율도 높지 않았으며, 이미 책을 낸 '작가'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아무튼 별 준비 없이, 큰 기대 없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신청을 했는데 '브런치'라는 곳에서 '작가'로 통과시켜 주니 엄청 기쁘다. 등단을 준비하던 사람들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을 때의 기분이 이와 비슷하겠구나.


내가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일정한 심사 기준을 가진 사람들이 내 글이 '읽을 만하다'고 판단했다는 것...! 이 점을 확인해서 기쁜 것일까.

사무소 개업을 하고 나서 좌충우돌 부딪히고 맨땅에 헤딩하고 길을 잃고 헤매는 듯하여 자신감을  잃어 가던 중이었는데, 또 다른 길에서 '나를 믿을 수 있는 힘'을 발견한 것 같아 기쁘다.


소상공인 자격으로 한 달 전 신청한 '카카오 페이' 키트도 오늘 도착했다. 오늘은 카카오의 날인가.


글쓰기, 종교활동, 농사

생각지도 못했던 나의 흥미 적성들.

어제는 세례 10년 만에 첫 독서 봉사를 하고서, 나에게 맞는 또 다른 옷을 찾은 듯 감격스러웠다. 글쓰기도 내 몸에 잘 맞는 옷일 수 있겠지. 그러니 내가 이리도 기뻐하는 거겠지. 대리한 사건이 등록되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하늘을 날 듯, 솟구쳐 튀어 오를 듯, 바닥에서 뛰어올라 하늘 끝까지 닿을 듯 기뻐하는 거겠지.

감사합니다
'브런치 작가'라고 불리는 집단에 끼워 주셔서...!

2018.9.7.

* 올릴 사진이 마땅치 않아 넣은 카카오페이 키트 기념샷.
* 사실 오늘은 '재능기부'가 아닌 '재능대가지급' 형태로 첫 출원을 한 날. 그럼에도 나에게 중요한 사건은 '작가되기'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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