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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르스IRS Sep 28. 2022

진짜 사랑해서 하시는 말씀인가요?

그런 말과 행동은 사랑이 아닐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추석 연휴가 있었다. 연휴가 시작되기 1-2주 전부터 인스타나 커뮤니티에서 많은 공감을 받았던 글들은 연휴 때 직업, 연애, 결혼 등에 관한 얘기를 들을 것에 대한 푸념글들이었다. 이상적인 명절의 모습은 가족들이 오랜만에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일 텐데 명절이 지나고 나면 오히려 스트레스와 피로를 가지고 돌아오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신경쓰고 도와주고 챙겨주려고 한다. 가까운 사람이 어려움을 겪거나 힘들어하면 빠르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은 덕목으로 여겨진다. 이런 모습을 '정'이라고 부르면서 굉장히 따뜻한 사회의 모습으로 얘기하곤 한다. 그러나 이런 정들이 잔소리나 참견 같은 부정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때가 있는 것을 볼 때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짤도 있다(...)


특히 나는 이런 모습들은 진짜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읽고 있는 책들 중 하나가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인데 뭔가 이성과의 관계에 도움을 줄 것 같은 제목과는 달리 굉장히 분석적이고 논리적으로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얘기하는 책이다(이 책의 영어 이름은 'The Art of Love'인데 제목의 번역이 약간 아쉽다). 이 책에서는 '사랑한다'고 얘기할 수 있으려면 네 가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네 가지는 바로 지식, 관심, 존중, 책임이다.


관심은 그 사람의 삶과 성장에 관심을 갖고 그의 필요에 반응하는 것이고, 책임은 그 사람의 삶과 성장에 관심이 있으므로 표현한 필요와 표현하지 않은 필요에도 반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지식은 그 사람에 대해 단순하고 부정확하게 아는 것이 아니라 깊은 이해와 수용을 갖는 것이며 존중은 이 세 가지를 통해 그 사람 그대로를 이해하게 되고 그대로를 보게 되고 존중하는 것이다. 앞의 두 가지는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뒤의 두 가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고 실제로 실현하는 사람은 더 적다.


사람의 뇌는 어떤 지식을 습득할 때 분류화를 한다고 한다. 이미 알고 있는 지식들이 분류되어 있는 기준대로 새로 들어온 지식을 분류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효율적으로 새로운 지식을 기억할 수 있고 저장할 수 있어서 굉장히 유용하지만 정확도가 낮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사람에 대한 지식 또한 그렇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몸으로 10년, 20년, 30년. 표현하자면 평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가장 익숙한 건 자기자신의 속성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알아가면서 본인의 분류기준에 따라서 그 사람의 특징들을 기억하게 된다. 그런데 이게 방금 적은 것처럼 정확도가 낮다는 것이 핵심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 그대로를 알고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데 정확도가 낮으면 낮을수록 그대로를 바라보기 어렵다. 나도 벗어난 지 얼마 안 됐지만 생각보다 남과 내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다름을 알기 위해서 많은 대화를 하고 긴 시간을 함께해야 하는데 사람의 뇌는 그런 번거로운 과정, 에너지가 많이 쓰이는 과정을 거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 사람에 대한 속성들을 고정시켜버리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정'이라는 감정이 불타오르면 내가 아는 짧은 지식에 맞는 말들과 행동을 하게 되고 운이 좋게 일치하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빗나가는 순간 서로의 거리는 더 멀어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진짜 사랑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겠지.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에, 세상에 사랑이 식어져 간다. "불법이 성하므로 많은 사람의 사랑이 식어지리라"(마 24:12)라는 성경 말씀이 정말 틀린 말씀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진정한 사랑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더 조심하게 될 때 세상이 더욱 따뜻해지지 않을까 조심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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