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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르스IRS Oct 05. 2022

아만보(아는 만큼 보인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올해 5월달부턴가 카드마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유튜브 영상들을 보다가 실제 직업으로 마술사로 하고 있는 분이 나와서 카드마술을 하시는 걸 보고 나도 해보고 싶어졌다. 평소에 키보드, 마우스 외에는 몸 쓰는 그 어떤 것도 잘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연습했던 간단한 마술 2개를 지인에게 보여주었을 때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고 생각보다 이런 쪽에 손재주가 있었다는 걸 알았다.


재밌어 보이는 마술의 강의 영상을 들어가보면 맨 먼저 그 마술을 시연해준다. 분명히 무작위로 뽑은 카드를 카드더미에 넣었는데 별 희한한 방법으로 카드를 찾아냈다. 그런데 웃긴 건 강의 영상을 보고 나서는 그 마술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5분 전에 놀랐던 내 모습은 금방 잊었다. 그 원리를 아니까 당연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마술을 연습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었을 때 놀라면 나는 '이걸 모르네?' 하면서 조금 신기해했다. 그러다 가끔 마술을 조금이라도 배운 사람이 내 기술을 눈치채면 그렇게 머쓱할 때가 없다.


이렇게 마술도 보는 대로 믿기만 하면 마법이 된다. 하지만 숨겨진 기술을 알면 당연한 것이 된다. 이러한 원리는 단순히 마술에만 적용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보이는 것만 가지고는 올바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돈은 보이지만 가치는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돈이나 잔고는 숫자로 보면 바로 파악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이, 어떤 물건이, 어떤 생각이 가치있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많은 것을 알고 많은 것을 물어야 그나마 정확히 알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것은 보이는 돈보다는 보이지 않는 가치가 되어가고 있다.


글은 보이지만 글의 맥락과 의미는 보이지 않는다.

만화 같은 곳에서 글 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하는 말 중에 '흰 건 종이요 검은 건 글씨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글이든 보이는 대로만 보면 글쓴이가 전하고자 하는 생각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단어의 올바른 의미를 알아보고 앞뒤 맥락을 파악하고 더 깊이 이해하고 싶으면 글쓴이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그렇게 글을 이해하고 나서 글쓴이가 전해준 생각 중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 씹어 삼키면 조금 더 성장하게 된다.


행동은 보이지만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은 시야 안에 있으면 보고 싶지 않아도 볼 수 있다. 보통 우리는 그 행동 자체가 내 마음에 들면 좋아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화를 내거나 싫어한다. 하지만 그 행동의 내면에 어떤 생각과 감정이 있는지 생각하고 고민하면 그 사람의 진정한 의도를 알 수 있다. 친구의 불행을 안타까워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자신의 착함을 드러낸다거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깎아내릴 때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유쾌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을 깎아내림으로써 자기 자신을 높이고자 한다거나.


세상의 모든 것을 제대로 보려면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까지 알아야 한다. 보이지 않는 것들은 사실 많이 경험하고 많이 공부할수록 점점 '보이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한 말 중 하나가 '아만보'는 말이다. 게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일수록 멀리 보게 되어 유리하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단어인데 가볍게 쓸만한 단어가 아닐 듯 싶다. 눈에 보이는 무언가가 있을 때 바로 판단하기보다 잠깐이라도 멈춰 내가 보지 못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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