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르스IRS Oct 06. 2022

발바닥을 땅에 붙이고 공중으로 뜨는 방법

언제 올지 모르는 미래보다 당장 오늘

몇 년 전부터 핫했던 MBTI를 통해 알 수 있는 성격의 경향 중 하나는 인식 기능으로 감각적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S(Sensing, 감각)와 N(iTuition, 직관)으로 나뉜다. S에 가까울수록 현실적이고 반대로 N에 가까울수록 이상적이다. 가끔 대화를 하다 보면 S가 더 높게 나온 사람이 평소에 생각하는 내용들은 주로 뭘 먹을지, 뭘 해야 하는지 등의 현실적인 생각들이 주를 이루고 N이 더 높게 나온 사람이 평소에 생각하는 내용들은 주로 상상력이 추가되어 '내가 지나는 가게가 폭발하면 어떡하지?', '하수구에서 좀비가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같은 생각들이라고들 얘기한다.


물론 위 내용들은 조금 재미있는 이야기들이고 진지한 부분들을 보자면 현실적인 사람들은 현재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한다면 이상적인 사람들은 앞으로 어떤 좋고 밝은 모습이 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현실적인 생각만 있다면 발전하는 속도가 더딜 듯하고 이상적인 생각만 있다면 현실적인 상황과의 괴리감이 커져 현재의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어떤 경향이든 양쪽의 장점을 모두 가지면서 양쪽의 단점을 상쇄시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서로 너무 다르다고 생각되는 현실적인 성격과 이상적인 성격을 가지는 것을 가리켜 '스톡데일 패러독스', 또는 '스톡데일 역설'이라고 한다.


스톡데일 패러독스는 낙관주의처럼 보이는 현실주의를 의미한다. 머리로는 밝고 희망찬 미래를 상상하지만 몸은 현실에 닥친 어려움을 참고 견디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이 생각난다. 내가 스톡데일 패러독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팔을 넓게 벌린 아이가 공중에 살짝 떠있지만 발 끝은 땅바닥에 닿아있는 이미지이다. 간단하게 만들어본 아래 이미지를 참고하시면 된다.


자세히 보면 발 끝이 땅에 닿아있다.


이 이미지가 생각난 이유는 내가 원래는 굉장히 이상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사람이 긍정적이고 친절하고 행복하길 바라면서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을 보고 좌절할 때가 많았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점점 커져갔다.


하지만 점점 많은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고 상담을 통해 마음이 단단해지고 나니 땅에 조금은 발을 붙이고 있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많은 부분이 땅에 닿아 현재에 머무르고자 하는 생각도 나를 발전시키는 것에 방해가 되겠지만 현재를 살아가지 않으면 상상하는 이상향은 절대 오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런 깨달음과 생각을 우리나라의 많은 청년들과 공유하고 싶다. 우리나라 청년들의 상황은 편안하고 안정된 미래를 위해 연애, 결혼, 꿈 등을 포기하면서 달려가고 있지만 행복해지지는 않고 계속 힘들어져만 간다. 목표했던 행복은 점점 멀어져만 간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스톡데일 패러독스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가고자 하는 길, 이루고자 하는 밝은 비전을 정해놓되, 힘들고 어려운 나날이 계속될 것임을 외면하지 않으면 어떨까. 안 올지도 모르는 미래의 큰 행복보다 지금 내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작은 행복을 매일마다 느껴보면 어떨까. 미래라는 것은 수많은 오늘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매일 조금씩 행복하다 보면 그게 진정한 행복이고 축복이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아만보(아는 만큼 보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