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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르스IRS May 24. 2022

'다르다'와 '틀리다'

세상을 좀 더 정확하게 바라보는 방법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용한다. 특히 '다르다'를 사용해야 할 때 '틀리다'를 사용하는 것 같다.


너가 말한 건 내가 말한 거랑은 틀리지!


식상하게 '다름'과 '틀림'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오지 않아도 사람들은 사실 두 단어의 의미를 알고 있다. 그럼에도 잘못 사용하는 모습은 메시지를 보낼 때도 맞춤법에 맞춰서 쓰는 나에게는 사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친구가 만약 이 두 단어를 바꿔서 사용했을 때 지적한다면 친구는 분명 그냥 넘어가지 그러냐고 하겠지만 내 생각에 이건 그냥 넘어갈만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하나로 뭉치기를 좋아한다. 생각하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같기를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조직에서 아무도 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애정이 부족해 관심을 얻고자 하는 '관심종자'로 불린다. 내가 겪었던 일을 예시로 들자면 나는 고등학교 친구의 영향으로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좋아한다. 제일 최근에 썼던 블랙베리 패스포트에 문제가 생겨 전화가 안 되지만 않았다면 아직도 블랙베리 시리즈를 쓰고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 폰을 쓰는 동안에는 그런 이상한 걸 왜 쓰냐는 얘기를 시도때도 없이 들었다.


블랙베리 패스포트. 블랙베리 시리즈는 물리 키보드로 유명하다.


어떤 단체의 구성원들의 일반적인 모습과 다른 모습이 보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그것이 말에 묻어나온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영어로 '우리나라', '우리 집', '우리 엄마'는 모두 'My Country', 'My Home', 'My Mom'이다. '말하는 사람이 자기와 주위에 있는 사람이나 자기의 동아리로 여겨지는 사람을 함께 이르는 말'이라는 뜻의 '우리'라는 단어를 이렇게 사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하나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하나'라는 개념이 잘못 사용되는 듯하다. 물론 나와 비슷한 점이 많고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큰 힘이 될 것 같다. 하지만 '하나'라고 꼭 말하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느끼는 것도 같아야 할까?


이 세상에는 완전히 똑같이 생각하고 말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사람은 2명 이상 존재할 수 없다. 심지어 이 세상에 왔다 간 사람들 중에서조차 2명 이상 존재할 수 없다. 심지어 1개의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었다 나뉜 일란성 쌍둥이조차도 기질과 성격이 다르다. 아무리 기적적인 확률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2명 있다고 하더라도 겨우 2명이다. 결국 우리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가르쳐주신다. 바로 얼굴이 다르다는 것. 어려서부터 나와 같은 얼굴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하겠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굉장히 효과적이다. 당장에 나와 얼굴부터 다른데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느낌을 느끼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낯설고 다른 것에 대해서 경계하는 속성은 본능적인 것은 맞는다. 이 글을 쓰면서 읽게 된 무루님의 글(https://brunch.co.kr/@philosophus/23)이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링크를 남긴다. 무루님께서도 글을 남기신 것처럼 낯설고 다른 것에 경계를 해야 했던 때는 원시 시대였다. 그때는 평소에 먹던 것과 다른 것을 아무 생각 없이 먹으면 생명에 지장이 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위험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인터넷에 검색만 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다름'은 이제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현재의 익숙한 상태에 안주하고 있을 때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은 익숙함 속에서 불편함을 찾아내 해결해낸다. 내가 좋아하는 책인 피터 틸의 '제로 투 원'에서도 사업에서 크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들과는 '다른' 분야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남들과 같은 방법으로는 그들을 따라잡을 순 있어도 이기진 못할 것이다(우리나라에서 특정 음식이 유행하면 그 음식을 파는 식당이 우후죽순 생기는 것이 좋은 예시다).


세계 최고 IT기업인 애플에서 1997년 광고에서 사용한 문구인 'Think different'라는 말을 굉장히 좋아한다. 문법적으로 틀렸다는 지적에 대해 애플은 'Think something different'를 줄인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해석하면 '다른 것을 생각하라'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어떤 글에서 '다름에 대해 생각하라'고 해석한 것이 인상깊게 남아있다. 애플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간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나와 다르기 때문에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다를 수밖에 없고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고민해본다면 내가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없는 것처럼 모든 사람이 다름에 대해 이해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로 삼는, 생산적인 모습이 가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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