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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르스IRS May 24. 2022

겸손과 거만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겸손이란

얼마 전 내가 속해있는 모임에서 행사 하나를 마쳤다. 나는 20대 중반이며 모임에는 나와 비슷한 나이의 구성원도 있지만 이제 막 스무 살을 벗어난 후배들도 있었다. 보통 선배들이 기획을 하고 일을 계획해서 후배들에게 주는 식이지만 이번 행사는 작지 않았기 때문에 어린 후배들도 고생이 많았다. 행사가 끝나고 나서 더 나은 행사를 만들기 위해 강평을 하는 시간이 있었다. 어떤 점은 좋았고 어떤 점은 아쉬웠으며 어떤 점은 고쳐야겠다는 의견들이 오갔다. 그러던 중 나이 어린 후배 한 명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내 또래 아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OO이(자리를 비운 후배)가 확실히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대처를 잘하는 것 같아요!'


언급된 녀석은 내가 아끼는 후배였기에 그 녀석이 오면 다시 얘기해달라고 했을 때 들은 대답에 나는 조금 놀랐다.


'칭찬 들으면 거만해져서 안 돼요!'

이 일은 한 달도 더 된 일이지만 아직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나는 모두가 자신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고 특히 그중에서도 자신의 장점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내 생각과 위 말은 너무 대치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겸손'은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잘하는 게 있어도 티 내지 않고 다른 사람 덕분이라고, 다른 사람이 더 뛰어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사용하는 단어이다. 국어사전에도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있음'이라는 뜻이라고 적혀있다. '거만'은 그 반대의 의미를 갖는다. 자신이 그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자랑하고 다니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국어사전에는 '잘난 체하며 남을 업신여기는 데가 있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겸손은 우리나라에서 큰 미덕 중 하나로 여겨진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잘하는 게 있어도 잘하는 게 아니라고,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있다고 얘기하도록 배워왔다. 하지만 내가 봐왔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이 뭘 잘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겸손하기만 한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겸손은 자신이 정말 잘하는 것을 아는 상태에서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려고 부풀리고 과장해서 내세우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잘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하는 '거짓 겸손'은 그저 자존감이 낮아서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잘하는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거만'의 사전적인 의미를 봤을 때 이런 '거짓 겸손'과 '거만'은 큰 차이가 없는 듯하다. '잘난 체하며'라는 말은 자신이 잘난 줄 안다는 것인데 잘난 '체'라는 것은 실제로 잘나지 않으면서 잘난 것처럼 구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잘났다는 것을 모른다는 점은 내가 생각하는 '거짓 겸손'과 비슷해 보인다.


그런 면에서 나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칭찬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나 혼자서 나의 장점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아래는 미국의 심리학자인 조셉 루프트와 해리 잉햄이 고안한 '조하리의 창' 이론을 도식화 한 도표이다.


조하리의 창


가로축은 '자기 인식' 축이고 세로축은 '타인 인식' 축이다. 각 축이 가리키는 대상이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을 기준으로 총 네 부분으로 나뉜다. 이 중에서 다른 사람이 해주는 칭찬을 통해 자신은 몰랐던 장점을 알게 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창에 있던 장점이 열린 창으로 넘어오게 되는 과정일 것이다.


나는 지금 시대에는 더더욱 열린 창에 있는 점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에게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또는 후천적으로 강화된 점들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세상에 이로우면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무언가로 활용한다면 그런 사람만큼 행복하면서도 잘 살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 믿는다.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뛰어난 점을 칭찬해주는 것은 그 사람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듣는 사람이 그것을 그저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로 듣거나 부풀려서 이해해 거만해진다면 참 안타까운 일이겠지만 그것은 듣는 사람의 몫이니까.


서로가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고 모두가 행복한 삶을 이뤄가는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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