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의 차이가 만드는 힘
내가 좋아하는 책 중 하나는 '생각하는 늑대 타스케'이다. '마케팅 기획'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엇이든 기획하는 일을 하는 분들은 꼭 읽어보셨으면 한다. 이 책은 마케팅 회사에 다니는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중간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주인공의 상사인 타스케가 오랫동안 이어지던 회의 중에 이런 것을 주문한다. 종이컵을 바라봤을 때 보이는 모양을 종이에 그려보라고. 그랬더니 모든 사람이 아래 그림 중 1번 그림처럼 그렸다고 한다.
그러자 타스케는 종이에 2번 그림을 그렸다. 그러면서 나와 다른 관점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도 고려해야 한다며 에피소드를 마무리한다. 이 책을 읽은 지 한참 됐지만 이 비유는 너무 좋아서 잊지 못하고 있다.
타스케에서 나온 예시는 기획을 하면서 어떤 문제를 바라볼 때 입체적으로 봐야 하고 상대방의 관점도 깊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맥락으로 말했지만 나는 이것이 사람과의 대화에서도 적용하면 굉장히 유용할 것이라 확신한다.
내 첫 글('다르다'와 '틀리다', https://brunch.co.kr/@iarespecial/2)과도 연결되지만 관점이 다른 것을 '다르다'로 받아들이는 것과 '틀리다'로 받아들이는 것은 정말 큰 차이다. 관점이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고 무시하고 거부하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은 다르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관점, 표현하자면 끼고 있는 '안경'의 색이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대화를 하고 회의를 하다 보면 비슷하게 생각할 때도 있지만 다르게 생각할 때도 많을 수밖에 없다.
이때 '다르다'는 것을 알고 다른 사람 B를 이해한다면 한 층 더 넓은 시야를 얻을 수 있다. 다른 방법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하나의 관점이 더 생긴 것이다. 만약 다른 비슷한 상황을 마주쳤을 때 원래 가지고 있던 내 관점에 B를 통해 얻은 관점이 더해져 최소 2개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 또 B처럼 생각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당황하지 않고 더 편하게 소통할 수 있다.
반면에 내 관점이 옳고 다른 관점을 '틀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관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의 의견을 반드시 관철시켜야 하고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으면 기분이 나빠지고 불만을 가지게 된다. 어떻게 보면 자신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이런 사람은 결국 어떤 문제를 만나고 어떤 사람을 만나도 자신의 관점 하나만을 가지고 바라본다. 어느 누구도 100% 옳은 관점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교적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문제는 수월하게 해결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문제를 만나면 당황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한다.
관점을 얘기할 때 아래 그림같은 색깔 안경을 비유로 드는 것이 굉장히 효율적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학교에서 아래와 같은 장난감 안경을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 안경을 끼고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제작된 특정 그림을 보면 그림이 입체적으로 보인다. 또 빨간색 쪽 눈을 감으면 모든 세상이 파란색으로, 파란색 쪽 눈을 감으면 모든 세상이 빨간색으로 보인다.
관점을 눈 앞에 쓰고 있는 색깔 안경이라고 했을 때 나는 이 안경들을 많이 모으면 모을수록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처음에 가지고 있었던 색으로만 세상을 보면 한 가지 색으로 보이지만 모든 색의 빛을 한 곳으로 모으면 하얀색이 되듯 많은 사람들의 관점을 모으면 투명한 색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빨간색 안경을 껴놓고선 신호등이 안 바뀐다고 성을 내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의 안경을 존중하고, 또 나의 것으로 만드는 지혜로운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