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돌아봐도 안쓰러웠던 내 모습을 공유한다
우울한 감정이 최소 일주일 이상 지속되거나 자살에 대한 생각이 하루에도 여러 번 든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에 전화를 하시거나 지역정신건강센터 혹은 학교 내 심리상담센터에 방문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제 우울했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현재 힘겨운 시간을 보내시는 분들에게 이겨낼 수 있는 근거가 되어드리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알게 됐지만 나는 선천적으로 신장이 좋은 편이 아니다. 소위 말하는 '거지 체력'인데다가 약한 신장으로 인해 장도 약해져 소화도 잘 안된다. 잠에 정말 예민해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해야만' 하루의 컨디션을 잘 유지할 수 있다. 내 우울증은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심리적 약점이 몸뚱아리가 무너지자마자 나를 덮쳐오면서 시작됐다.
나는 18년도 말부터 공익 근무를 했다. 거기에 19년도 말부터 동아리 부장을 맡게 됐고 지인분께서 일을 도와달라고 하시길래 퇴근을 하고 지인분 사무실로 다시 출근해 11시에서 12시까지 일을 하고 퇴근을 하는 일정을 3달 정도 반복했다. 그 프로젝트 마지막에는 1시, 2시까지 일하고 사무실에서 자고 바로 출근을 하기도 했다. 체력이 좋지 않았던 나는 그러다가 한계치를 넘겨버렸고 어느 순간부터 잠을 자도 피곤이 풀리지 않고 2-3번 정도 기억이 사라지기도 했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생활을 했지만 내 몸은 버틸 수 없었는지 점점 무너지기 시작했다. 공익 근무 중에 남는 시간에는 원래 공부를 했었는데 낮잠으로 그 시간들을 다 보내기 시작했고 생각도 잘 안되고 판단도 잘 안되기 시작했다.
인간 관계에서 트러블 한 번 내본 적 없는 내가 정말 가까웠던 후배와 큰 트러블을 만들게 됐고 이 일로 내가 정신력으로 붙잡았던 긴장을 놓고 망연자실하게 됐다. 거기다가 동아리 회의를 진행하다가 회의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죄책감이 강하게 들었고 머리가 하얗게 되어 하루 종일 멍한 상태가 되었다. 몸에 힘이 없어지고 의욕이 바닥을 쳤다. 전에 한 번 비슷한 일이 있었을 때 링거를 맞고 힘을 냈던 기억이 나서 링거를 맞았는데 오히려 내 몸의 긴장을 풀어버렸는지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졌다. 그날은 오전 반가만 내려고 했는데 오후까지 쉬게 됐다.
그때 이후로 부정적인 생각이 멈추지 않았고, 수면욕을 제외한 모든 욕구를 잃어버렸으며, 속은 완전 망가져서 기름진 음식, 매운 음식, 밀가루, 찬 음식을 조금이라도 먹으면 속이 안 좋아 새벽 3, 4시쯤 깨서 30분 동안 아파하다가 지쳐 잠이 들게 됐다. 그때 나랑 가까웠던 지인들은 아직도 음식을 조심했던 그때 모습을 잊지 못하고 저녁을 먹을 때마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인지 물어보기도 한다.
심리상담사로 일하시는 지인분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다. 물론 나는 몸도 마음도 약한 상태였지만 망가진 몸 상태를 정신력으로, 긴장으로 붙잡고 있다가 멘탈이 나가면서 그 손을 놓치면서 몸과 마음이 함께 무너지는 것을 경험했다.
우울감이 들어서 힘들어할 때를 조금 회상해보자면, 일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나쁜 느낌이 난다. 머리 뒤에서부터 등까지 차가운 느낌이 들면서 간단한 부탁을 들어주는 것조차 실패할까봐, 내 실패로 인해 피해를 입힐까봐, 내 존재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 증명될까봐 겁이 났다. 공포영화를 보듯 서늘해졌던 것 같다. 깊은 물에 빠져서 계속 가라앉는 느낌이 몸에 느껴졌던 것 같다. 그 느낌이 드는 동안에는 머릿속에서 끊임없는 자책과 부정적인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우울증이 심했을 때는 주위에서 힘들어하는 나를 보면서 '힘 내', '금방 괜찮아질 거야', '그런 생각 하지 마' 같은 말을 할 때 오히려 화가 나고 기분이 굉장히 나빠졌다. 내가 어떤지도 모르고 던지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 위선처럼 느껴졌다. 내가 경험하고 나니까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이나 비슷한 증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을 때 내 경험을 떠올리며 공감해줄 수 있게 됐다.
혹시 이런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어떤 생각을 하더라도 '괜찮아'라고 얘기해주길 바란다. 무작정 그렇게 얘기하는 게 아니고 부정적인 얘기를 중간에 끊지 말고 귀기울여 들어주고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이상한 것이 아님을 얘기해달라는 말이다. '마음이 옳다'의 저자 정혜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심지어 '죽고 싶어'라는 말이나 '그 사람을 죽이고 싶어'라는 말을 듣더라도 '그럴 수 있다'고 공감해주라고 한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정말 그렇게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죽을 만큼 힘들다', '그 사람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난다'는 속뜻을 담아서 말한 것이기 때문이다.
무작정 해결책을 내거나 약해서 그렇다는 등의 말은 기분을 나쁘게 하면 다행이고 심하면 안타까운 선택을 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 말들은 그 사람을 위한 말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해줬다는 자기위로밖에 되지 않는다. 힘들겠지만 그런 얘기를 잘 들어주고 너무 힘들어하면 처음에 적은 것처럼 지역이나 학교 등 무료로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정신건강센터(심리상담센터)를 방문하도록 조심스럽게 제안해주길 바란다. 이런 곳은 가벼운 힘듦을 가지고 있더라도 편하게 찾아가도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비록 아직 마음건강에 대한 인식이 성숙하지 않은 우리나라기에 조심스럽게 제시하기를 추천한다.
다음에는 내가 겪은 증상을 공유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