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너가 마음이 약해서 그래'라는 개소리

마음건강에 대한 의외의 사실 몇 가지

by 이르스IRS
우울한 감정이 최소 일주일 이상 지속되거나 자살에 대한 생각이 하루에도 여러 번 든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에 전화를 하시거나 지역정신건강센터 혹은 학교 내 심리상담센터에 방문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제 우울했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현재 힘겨운 시간을 보내시는 분들에게 이겨낼 수 있는 근거가 되어드리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힘들었던 저도 이겨냈으니 적절한 도움과 조치가 있으면 훨씬 건강한 생활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우울증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고 또 직접 앓아보고 나니까 생각보다 많은 잘못된 상식들이 돌아다니고 있고, 위험한 편견들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음건강은 생활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몸 건강과도 연관이 크게 있기 때문에 많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데 그런 중요도에 비해 사람들의 인식은 아직 굉장히 나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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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건강에 대한 편견 첫 번째는 '우울증은 마음이 약한 사람만 걸리는 병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울증은 '몸의 문제'이다. 의학적으로 우울증이 생기는 가장 일반적인 원인은 신경전달물질 관련 장애이다. 우리 뇌에서는 호르몬과 비슷한 신경전달물질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 세로토닌(을 비롯한 여러 물질들)은 우울감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세로토닌이 정상적인 시간보다 빠르게 다시 뇌로 흡수되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 우울감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어 우울증이 생기는 것이다. 그 외에도 면역학적 이상으로 생긴 뇌의 염증 반응이 우울증을 야기할 수도 있다(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2/08/17/2022081702325.html). 신경전달물질의 문제이든, 뇌의 염증 반응으로 인한 문제이든 우울증은 몸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연약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미련한 사람이나 하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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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편견은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취업에 불리하다'. 이것도 결론부터 말하면 그 어느 회사도 당사자의 동의 없이 의료기록을 볼 수 없다. 의료기록은 가족이라도 공개되지 않는다. 약을 받으려고 해도 당사자의 동의서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가족도 볼 수 없는 의료기록을 회사에서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이 부분만큼은 길게 얘기할 필요 없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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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편견은 '정신과는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같이 심한 증상이 있어야만 가는 곳이다'. 이것도 절대 아니다. 첫 번째 편견 부분에서 우울증 같은 병들도 마음이 약하다는 등의 추상적인 문제가 아니라 몸의 문제라고 한 것처럼 정신과를 그냥 심리적인 요인으로 인한 증상을 고치기 위한 병원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 사람들이 내과를 찾는 이유는 보통 소화가 잘 안 되거나 배가 아파서이다. 배가 아플 때 한두 시간 정도, 길면 하루 정도 참거나 화장실을 갔다오면 낫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평소라면 금방 나을 배가 낫지 않으면 그때 우리는 병원에 간다. 그런 것처럼 스트레스로 인해서 잠이 안 오는 날이 많아지거나, 어디가 아프지도 않은데 살이 빠지거나, 우울감이 금방 사라지지 않으면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해도 괜찮다.


실제로 가본 사람으로서 생각보다 다양한 연령층의 분들이 오시고 분위기도 일반 병원과 다를 바가 없다. 아니, 일반 병원이니까 당연한 거지. 옛날에 한참 '언덕 위에 하얀 집'이라는 표현으로 정신병원을 지칭하고 말이 안 통하고 답답하고 평범하지 않은 사람에게 '너 정신병자 같애'라는 말을 하던 시절이 있었던 걸 보면 정신건강, 마음건강에 대한 의식이 얼마나 낮았는지 알 수 있다. 문제가 있으면 병원에 가는 건 맞지만 마음건강이 나쁜 것이 잘못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정말 미개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겪고 나니까 나에게 그런 잣대를 들이댄다고 하면 굉장히 화가 날 것 같다. 그리고 보통 내가 만난, 마음건강을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마음건강이 좋지 않아보였다. 자존감도 낮아보이고 오히려 상처난 자기 마음을 감추려고 애쓰고 있었다. 바보 같았다.


마치며


글 제목에 적은 것처럼 '그건 너가 마음이 약해서 그래'라는 말은 정말 개소리다.

첫째, 일단 우울증에 경우는 마음의 문제가 아닌 몸의 문제라는 팩트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째로, 마음이 약하고 건강하지 못한 건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다. 마음건강은 부모님의 영향을 굉장히 크게 받는데 부모님도 그들의 부모님에게 영향을 받았을 것이고 그들은 또 그들의 부모님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끝이 나지 않는다.

셋째, 게다가 어떤 마음 상태에 대해 좋다, 나쁘다라고 평가할 수 없다. 긍정적인 감정이든 부정적인 감정이든 그 자체로 소중하기 때문이다.

넷째, 그런 말은 일절 도움이 안 된다. 만약 심리적인 요인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준다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적절한 대처가 필요할 것이다. 배가 아플 때도 뭔가 잘못 먹은 것에 대해서 탓한다고 배가 낫는 것이 아닌 것처럼 탓하고 지적하는 말은 일절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섯째,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어느 누구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다. 자신을 포함해서. 누군가에게 다 안다는 듯이 말하고 지적하는 말을 하는 사람은 그런 말을 통해서 '내가 너보다 낫다'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한다. 열등감을 털어내고자 하는 값싸면서도 무책임한 사람들이다.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속으로 안쓰러워하면서 넘기는 게 낫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 상태를 보고 도와주고자 하든, 지적하고자 하든 내 마음건강이 제일 중요하다. 마음건강은 곧 자존감으로 연결되는데 자존감이 높아지면 사람들을 수직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수평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모두가 친구, 동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 굳이 경쟁하려고 하지 않고 깔보려고 하지도 않게 된다. 반대로 누군가를 과하게 우러러보지도 않게 된다. 오히려 그것은 그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무례한 판단일 수도 있으니. 마음건강에 관해서만큼은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다음 글에는 심리상담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