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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르스IRS Nov 17. 2022

'생일, 진심으로 축하해!'

'진심'으로 생일 축하하기란

저번에 카톡 서버에 문제가 생겼을 때 평소에 카톡 말고 다른 서비스를 사용해보고 싶어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모두 카톡을 사용하고 있어서 옮기기 어렵다고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카톡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기능들 중 두 가지는 '생일 알림'과 '카카오톡 선물하기'이다. 지인들 대부분이 카톡을 사용하고 자신의 생일날임을 지인들이 알 수 있게 해주는 알림을 켜놓고 있어서 평소에 적어놓지 않은 지인의 생일도 알 수 있어서 꽤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그렇게 생일임을 확인하면 작은 선물을 '선물하기' 서비스를 이용해 보내준다.


지인 중에 '생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적어보면 어떻겠냐는 얘기를 듣고 글을 쓰게 됐다. 어제 얘기를 듣고 지금까지 고민해보니까 내가 생일을 축하하는 데에는 두 가지 마음을 담고 있었다.


첫 번째로는, 진심으로 태어난 것을 축하하는 마음을 담는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진심으로 축하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사람은 학교에 들어가서 많은 학생들과 경쟁하면서, 어떤 사람은 그보다 일찍 아픔이나 고통, 고난을 마주한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부모님의 좋은 아들딸이 되기 위해서, 그보다 더 원초적으로는 사회에 나가 돈을 벌어 말 그대로 '살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럼에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면 우울해지고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또, 살아가는 내내 노력해야 하고 애를 써야 한다는 점이 슬프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런 점만 보면 사실 축하하고 축하받아야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위처럼 결과나 노력해야 한다는 점만을 가지고 그 사람의 삶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다는 둥 얼마나 가치있다는 둥 하는 척도를 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꾸준히 말해왔던 것처럼 모든 사람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귀하다. 가지고 있는 달란트 또한 귀하며 그것을 찾고 개발하고 서로 공유하고 격려하는 모든 과정이 행복한 순간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내가 귀하고 사랑받을 만한 존재임을 알면서 지금 현재의 내 모습에서 어떻게 하면 전진할 수 있을지,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이루어갈 수 있는지를 고민하면서 나아간다면 매일매일이 행복한 날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정말 생일은 축하받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로는, 나와 관계를 맺어주어서 고맙다는 마음을 담는다.

내가 생각하는 거리에 따라서 선물의 유무나 정도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거리에 상관없이 나와 선배, 후배, 친구 등이 되어주어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담는다. 내가 초등학생인가 중학생 때 가끔 선생님이 부모님이나 친구를 이 지구에서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하는 영상을 보여준 기억이 난다. 그 확률이 얼마나 낮든간에 먼저 그렇게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또 어떻게 보면 보잘것없는 나와 관계를 맺어준 것이 너무 고맙다. 그들과 나눈 말들과 마음들, 생각들이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에 생일을 축하하며 기억들을 떠올려본다.


누구든지간에 나는 그들을 통해 에너지, 용기, 사랑, 따스함 등 많은 것을 얻어갔을 것이며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많든 적든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고마워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글 주제를 던져준 지인이 가진 의문 두 번째가 '내가 생일을 축하해준다 하더라도 그 사람 마음에 닿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그 사람을 아끼는 마음과 그 사람이 나를 생각하고 아끼는 마음은 다를 수 있다. 내가 더 가깝게 느끼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 사람이 나에게 아예 마음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중요한 건 '내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사람이 나에게 무언가를 해주어서 아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면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은가. 어떤 부분에서는 오히려 의례적이지 않은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얼마 전까지는 나를 가깝다고 생각하지 않는 지인에게도 내 마음을 전하고 싶은 마음에 축하메시지와 선물을 보냈지만 이제는 그것이 그 사람에게 부담이 되거나 불편함을 주는 게 아닌가 싶어서 안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마음이나 에너지를 쓰는 게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던 예전에 비하면 누군가에게는 차갑게 느껴질 것 같다.


어쩌면 익숙한 하나의 문화라고 생각하고 지나갈 수 있었는데 이렇게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지인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여담으로 이 지인이 가졌던 의문 첫 번째는 '태어난 시점은 이미 지나갔는데 매년마다 태어난 날에 축하를 받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었는데 그것은 전 세계 수많은 나라에서 매년 많은 기념일을 챙기는 이유와 같다고 생각한다. 생일을 통해 그 사람과 그 사람과의 추억들을 생각해보면서 더욱 가까워지기를 소망하고 그 사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아까 서문에서 웬만하면 생일을 표시 안 해놓는다고 했는데 적어놓을 법한 사람들 생일도 표시하지 않은 것 같아 조만간 적어놔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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