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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르스IRS Nov 26. 2022

주님, 오늘도 예술적인 도둑이 되는 것을 허락해주세요!

그렇다고 진짜 도둑질을 하면 안 됩니다

오늘 글 제목은 '천사소녀 네티'의 유명 대사인 '주님, 오늘도 정의로운 도둑이 되는 것을 허락해주세요!'를 패러디해보았다. 사실 이 제목은 피카소가 한 명언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에서 착안했다.


다들 어렸을 때 많이 봤다고 하는데 나는 본 기억이 없다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주위에 디자이너로 일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어서 디자인에 관한 질문을 가끔 던지곤 했다. 그중에서 디자인 잘하는 법에 대해서 여쭤봤을 때 신입이든 경력자든 무언가를 디자인하고 만들기 전에 무조건 레퍼런스, 참조할 수 있는 이미지를 필요한 만큼 찾는다고 하셨다. 그 이후에는 머릿속에 떠오른 것을 가지고 있는 기술로 만드는 게 전부이고 사실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만드는 디자이너는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무리 많은 경험과 높은 경력을 가지고 있어서 레퍼런스를 찾아서 만들지 않더라도 그것은 이미 기억 속에 좋은 레퍼런스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란다.


나도 몇 번 디자인을 해보니까 실제로 그렇다는 것을 느꼈다. 어떤 콘셉트인지, 제목은 무엇인지,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지가 결정되고 나면 어떻게 만들지를 고민하게 되는데 그냥 아무것도 없이 만들 수는 없겠더라. 핀터레스트 같은 좋은 사이트에서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고 나온 이미지들을 보다가 영감이 생기는 이미지들을 저장해놓고 그 이미지들을 기반으로 쓱쓱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피카소의 명언을 그냥 생각해보면 '모방'과 '훔치는 것'에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어쨌든 다른 사람의 무언가를 가지고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방'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가져오는 것이고 '훔치는 것'은 그 안에 담겨있는 깊은 부분들 중에서 가져오는 것이다.


예술이 아니라 경영적인 부분에서도 적용이 되는데 회사 문화를 가지고 예를 들어보겠다. 미국에서는 사람을 부를 때 이름으로 부른다. 교수님이든 친구 부모님이든 회사 상사든 나이, 직급 상관없이 이름으로 부른다. 그러니 미국에 있는 실리콘밸리에서도 당연히 회사 직급에 상관없이 누군가를 부를 때 이름으로 부른다. 이런 문화를 보고 어떤 회사 임원들은 혁신의 아이콘인 실리콘밸리의 수평적인 문화를 가져오자면서 직급 대신 닉네임으로 부르는 회사 정책을 실시한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 직급으로 부른다고 수평적인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사실 이것만으로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모방'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냥 겉으로 드러나있는 모습만을 가져온 것이다. 굉장히 위아래 문화가 강한 회사가 서로 닉네임으로 부른다고 해서 수평적인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물론 회사에서 직급마다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일적으로는 리드가 필요하겠지만 직급에 차이가 있다고 사람의 가치도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기에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과 가치관이 없으면 의미 없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미국에서 아무리 이름으로 부르더라도 기본적으로 개인주의, 그러니까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사람은 개인주의라는 그 개념 자체를 들여오려고 노력할 것이다. 계속해서 교육하고 문화를 만들어가고 서로가 존중하려고 노력하게 만든다면 직급으로 부르든 닉네임으로 부르든 그 점은 상관없을 것이다.


이처럼 어떤 현상을 봤을 때도 드러난 것뿐만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것을 보는 능력은 굉장히 중요하다. 속이 바뀌지 않는데 겉만 바뀐다고 모든 것이 바뀐 것은 아니기 때문에 둘 다 볼 수 있는 눈을 기르고 더 나아가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나 가치관보다 더 좋거나 효율적으로 보이는 것들은 '훔쳐와서' 나의 영양분으로 삼는다면 계속해서 전진해나가는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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