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별개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요즘 뉴스를 보고 주위 얘기를 들어보면 기술의 발전이 정말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이뤄지고 있음을 느낀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개발해서 내부에서만 사용하던 AI기술이 일반인들에게도 공개가 되고 있다. 내가 사용방법을 올리기도 했던 'Midjourney' 같은 AI페인팅 서비스가 부분이든 전부든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세상이 왔다.
이런 기술의 발전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인터넷과 컴퓨터가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해가 1995년쯤이었는데 12년이 지나고 2007년에 전혀 상관없어 보였던 컴퓨터와 휴대폰이 합쳐진 스마트폰이 아이폰을 시작으로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예전엔 집전화가 전부였고 정말 비즈니스에 필요한 사람들만 비싼 휴대폰을 사용했었는데 지금은 스마트폰이 없으면 생활이 정말 어려워졌다(요즘 아이들은 통화 어플 모양이 왜 아래 사진 같은지 모른다고 한다...).
내가 이 기술의 발전을 보면서 느꼈던 것은 전혀 거리가 멀어보였던 '기술'과 '감성 혹은 낭만'이라는 개념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술이라고 하면 굉장히 논리적이고 차갑고 딱딱한 것으로만 인식되었는데 그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사람들의 꿈과 낭만을 이뤄주고 있다. 오늘은 그 예시로 '게임'과 '블록체인 프로젝트', 두 가지를 들어보려고 한다.
먼저 게임을 보면 실제로 사람들이 만나서, 몸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즐겼던 놀이가 PC나 스마트폰, 게임기 등의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처음에 게임은 '갤러그' 같이 혼자서 오락기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오락이었다. 그런데 컴퓨터의 성능이 높아지고 인터넷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제는 실시간으로 가상세계에 VR기기를 활용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게임을 사람들은 하나의 취미로 인정하고 있다. 프로게이머나 프로게이머 코치 같이 게임을 아예 경제활동에 활용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우리나라에서만 봐도 게임을 아이들을 망치는 악당 같이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이머 '페이커'를 게임을 하지도 않는 많은 사람들이 안다. 또 당장에 오늘 지하철을 타면서 휴대폰으로 퍼즐 게임을 하는 어르신들을 세 분이나 봤다.
두 번째로 블록체인 기술은 블록체인 기술로 생긴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대란 이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인지도를 높였다. 약 7-8년 전만 해도 암호화폐,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사기라는 인식이 강했다. 가격도 그 당시에는 1,000원대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중에 화폐를 대신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믿기 어려웠다. 물론 아직까지도 그 가격이 불안정하고 이제 막 개발되고 있는 기술이라 기준도 없고 관련 법률도 없기 때문에 암호화폐가 화폐를 대신한다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하나의 경우일 뿐, 진짜 낭만은 다른 부분에서 나온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블록체인 기술은 현재 일반적으로 데이터를 회사가 가지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특정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모든 참여자의 기기에 데이터가 분산된다. 그렇기 때문에 조작이 불가능하면서 동시에 모두가 그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기술과 프로그래밍 기술이 합쳐져서 '탈중앙 분산화된 조직'인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가 탄생했다.
나중에 더 자세히 다뤄보고 싶은 개념이지만 오늘은 이 DAO를 통해 가능한 이야기들만 먼저 얘기하고자 한다. 다음 링크에 있는 영상을 한 번 보기를 추천하는데 이 영상에서는 DAO를 통해 지금까지는 경제인 보답을 받지 못했던 일을 하면서도 금전적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티타임즈 영상 '‘x-to-earn'에서 무궁무진한 x가 가능한 세상 온다', https://youtu.be/JktnclQL444).
요약하자면 DAO는 어떤 목표를 달성해서 돈을 벌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회사 같은 조직이고 그 안에는 다양한 역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해당 프로젝트를 위해 직원처럼 열심히 일을 하는 구성원도 있고 구성원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대신 해주는 프리랜서 같은 구성원도 있다. 또한 그 프로젝트를 홍보해주는 구성원도 있고 해당 프로젝트에 금전적인 투자를 통해 지원하는 구성원도 있다.
여기서 내가 집중했던 것은 프로젝트를 홍보하는 구성원이다. 지금도 어떤 회사나 프로젝트를 홍보하는 일은 해당 구성원 중 홍보 담당이 하기도 하지만 '팬심'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사람도 있다. 이 사람들이 그렇게 홍보하는 이유는 금전적인 지원을 받지 않아도 정말 진심으로 그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도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통해서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두 가지 사례에서 공통점은 기술이 발전해서 생긴 것들이라는 것과 더불어 '사랑'이라는 키워드인 것 같다. DAO를 통해 자신이 사랑하는 프로젝트나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 실제로 돈이 된다는 것은 방금 이야기했다. 또 게임 측면에서 볼 때 모순적이게도 게임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고 단지 돈벌이 수단으로 보면 오히려 벌어들이는 돈이 줄어드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제일 먼저 드는 예시는 '넥슨'의 경우이다. 올해 초 학교 발표 과제를 위해 게임회사 넥슨을 조사했었는데 정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작년 초에 게이머들을 속이고 금전적 이윤을 어마어마하게 챙겼다는 것이 드러나 수많은 게이머들의 비난을 받았고 그동안에 쌓여있던 불만이 함께 터지면서 전광판이 달린 트럭을 통해 시위를 하는 '트럭 시위' 사태를 겪기도 했다.
넥슨이 게임을 운영하는 것을 보면 게임 자체를 사랑하고 아낀다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돈을 많이 쓰게 할 수 있을지만 고민하는 것이 느껴졌다. 오죽하면 옛날부터 별명이 '돈 밝히는 넥슨'을 줄인 '돈슨'이었을까.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 자신했던 게임 '서든어택2'는 '한국 온라인게임 사상 최단시간에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 게임'이라는 영광스러운(?) 칭호를 얻었다. 게임 관계자들이 오히려 유저보다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도 수두룩했다. 이런 모습에서는 게임을 사랑한다는 느낌은 전혀 가질 수 없었다.
반면 '로스트아크'라는 MMORPG는 게임을 정말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직접 게임을 오랜 시간 즐기기도 하고 사용자들이 기대하는 콘텐츠를 계속해서 개발하면서 좋은 이야기든 나쁜 이야기든 듣고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자주 영상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소통을 이어갔다. 사람들에게 좋은 게임 아이템을 퍼주자 오히려 사람들이 '로스트아크는 이렇게 많이 주면 뭐가 남나요?'라고 물어봤을 때 '여러분이 남습니다'라는 명언으로 대답하기도 했다.
과연 두 가지 게임회사(엄연히 말하면 게임과 게임회사지만 설명을 위해 넘어간다) 중에서 어느 회사가 더 오래 살아남고 어느 회사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 누가 봐도 로스트아크가 아닐까.
기술의 발전이 낭만을 이뤄줄 수 있다는 걸 주장하기 위해 두 가지 예시를 가져왔다. 이외에도 여러 예시가 있겠지만 내가 제일 관심있고 좋아하는 경우들을 가져와봤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런 흐름을 읽고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과 동시에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지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