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에게도 성장할 시간을 주자
어렸을 때부터 정이 많았다. 누군가 도움이 필요하면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다. 내가 도와줬을 때 그 사람이 좋은 결과를 맞이해서 행복해하면 나도 행복해졌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필요해 보일 때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도와주기도 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어도 그 사람이 힘들어 보이면 내 일의 우선순위는 뒤로 밀렸다. 가끔은 그 사람이 도와달라고 하지 않아도 도와주겠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어느 순간 내가 누군가를 도와주어서 뿌듯함을 느껴야만 할 것 같아졌다. 이때는 아이러니하게도 첫 상담을 마친 후였다. 내가 생각했을 때는 내 마음 건강이 정말 좋아졌고 많은 책을 읽고 공부했기 때문에 내가 도와주어서 많은 사람들을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어느 순간 힘들어하는 그 친구보다 내가 더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고 그 일은 내가 다시 상담을 신청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 상담 때 내가 하고 있던 건강하지 않은 생각을 알게 됐다.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어야만 내 존재가 인정받을 수 있다는. 그것을 알고 나니까 오히려 다른 사람과 나를 분리하게 됐다. 누군가를 도와주려고 할 때 내가 그 사람이 된 것처럼 몰입을 해서 도와주려고 했는데 이제는 나는 나, 남은 남으로 구분할 수 있게 됐다.
그 이후에 보고 나니까 내가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려고 하더라도 상대방에게는 부담이 되거나 불편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게다가 내가 우울증 걸렸을 때 들었던 조언들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게 생각이 나면서 조언이 오히려 상대방에게 강박을 주거나 1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는 것을 완전히 알게 되었다.
그 이후에는 그전처럼 누군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이해하면서 어떤 것이 이 사람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은 여전히 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내가 하는 얘기는 그 사람의 성격이나 상태, 상황에 따라서 조절하게 됐다. 내 조언을 듣더라도 거기에 얽매이지 않을 것 같은 사람에게는 힘을 주어서 얘기하더라도 웬만하면 그냥 내 생각을 공유해주는 말투로 하고 제안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굉장히 조심스럽게 제시하게 됐다.
또 내가 도움이 되면 좋겠지만 그 사람이 별로 내켜하지 않더라도 그냥 그 사람의 생각 자체를 존중해주기로 했다. 아무리 내가 해결책을 주고 도움이 되려고 해도 그 사람과의 의지와 반대되면 그것은 폭력이 될 것 같아서였다.
아직까지도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마음이 편하진 않다. 특히 내가 경험해본 어려움을 똑같이 겪고 있는 사람에게는 잘 도와줘서 나보다 훨씬 빠르게 헤쳐 나올 수 있게 해주고 싶지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 꾹 참았다.
글을 쓰다 보니 어렸을 때 자주 들었던 나비 부화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나비가 번데기에서 부화하고 있을 때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람을 불어 도와주었을 때 오히려 그 나비는 날지 못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만약 그 어려움의 시간이 정말 그 사람이 견디고 이겨내어 더 강해져야 하는 시간이라면 내가 도와주어 줄이는 것은 오히려 그 사람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일 테니 다시 한번 마음을 강하게 먹자고 다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