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르스IRS Sep 24. 2022

'네 말은 겉바속촉이야'

치킨은 겉만 중요하지 않다

언제부턴가 맛있는 치킨을 표현할 때 '겉바속촉'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라는 뜻인데 생각해보면 진짜 맛있는 치킨의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게 맞는 것 같다.


치킨은 언제나 옳다


치킨이나 튀김을 표현할 때 '겉바속촉'이라고 하듯 말에도 '겉바속촉'이 있다.


이전 글들에서도 얘기했듯 우리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말의 표현이 제각각 다르다. 물론 어느 정도 일반적인 기준은 있지만 아닌 경우도 굉장히 많으니.


작년 말쯤에 서울시 구로에 있는 전자 부품 단지에서 알바를 했다. 내가 했던 일은 사무실에서 여러 가게로 주문을 넣으면 그 가게들에 들려 주문한 물건들을 가지고 오는 일이었다. 어느날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가게로 가야 하길래 평소처럼 순서대로 가게들을 돌면서 물건을 챙기다가 그 가게에 도착했다. 근데 그 가게 사장님이 대뜸 '퇴근해야 하는데 이제 오면 어떡하냐'며 조금 큰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조금 당황했던 나는 평소 같았으면 무뚝뚝하게, 조금은 불친절한 말투로 대답했겠지만 그때즈음에 봤던 세바시 영상 중 김윤나님의 강연 영상을 기억해냈다(링크: https://youtu.be/IQJzVFUbGU4). 말의 내용이나 어투보다는 말한 사람의 의도를 생각하면 서로 얼굴 붉힐 일 없이 잘 해결된다는 내용이 생각이 나서 나도 한 번 숨을 돌리고 '퇴근하셔야 하는데 죄송하다. 저희도 기한이 있어서 조금 급하게 왔다'고 말씀드리며 건내주실 물건을 기다렸다.


잠시 가게를 뒤지시더니 주문한 부품을 내미시며 '학생이 참 예의바르네'라고 말씀하셨다. 그냥 자연스럽게 지나가기만 해도 충분하겠다고 생각했던 나는 속으로 많이 놀랐다. 내가 기분 나빴을 거라고 생각하셨었던 건지, 아니면 낮은 자세로 말씀드린 것이 예의바르다고 생각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생각한 것 이상으로 좋게 대화가 끝나서 내 기억에 깊이 각인되었다.


상대방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을 것이다.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참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든지, 그냥 그렇구나 하고 말하는 것이 무관심으로 느껴진다든지. 물론 사람은 굉장히 감정적인 동물이라 어떤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생각하는 기준으로 판단해서 감정이 올라오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한 번 미루고 정말 내가 생각하는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 확인해본다면 많은 에너지와 비용을 아끼면서도 서로를 더욱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3달만에 다시 쓰는 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