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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르스IRS Sep 25. 2022

학교라는 이름의 공장

유튜브 세바시 채널을 구독해놓은 나는 흥미로운 제목을 가진 영상이 올라오면 꼭 본다. 볼 시간이 없으면 오프라인으로 저장해놓고 이동하는 동안 라디오처럼 들어서라도 그 강연을 꼭 듣는다. 어제 쓴 글에서 언급한 '말그릇' 저자 김윤나님의 강연 영상도 인상 깊었지만 유현준 교수님의 '감옥 같은 학교건물을 당장 바꿔야 하는 이유'이라는 제목의 강연은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링크: https://youtu.be/QxGzwJd_Eno).


지금 보니 잘 누르지 않는 '좋아요' 버튼도 눌러놨다.


건축가인 유현준 교수님께서 말씀하시길 학교와 가장 비슷한 건물이 교도소라고 한다. 1층에 있는 교무실로 인해 학생들의 행동이 감시되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란다. 어렸을 때부터 학교 교육과 규칙들은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많이 했지만 논리적이고 전문적인 이유는 몰랐는데 건축학적인 면에서 정말 그렇다는 것을 알고는 적잖이 충격이었다.


올해 6월쯤 경제학 책인 '제3의 물결'(엘빈 토플러 저)을 읽었다. 굉장히 오래된 책이라 글씨도 작고 내용도 어려워서 읽기 어려웠지만 나에게 경제학적으로, 그리고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준 책이기에 앞으로도 자주 언급될 예정이다. '제3의 물결'의 내용 중 학교에 관한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산업혁명시기에 학교는 공장에서 일할 직원들을 위한 기관이었다'는 것이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기계로 인해 많은 양의 생산이 가능해지자 그 기계를 조작하고 일할 인원이 굉장히 많이 필요해졌다. 아무 지식 없이 공장에서 일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고 비효율적이었으므로 공장에서 일할 많은 미래 직원들을 위한 교육 기관으로 학교가 활용되었다는 것이다. 높은 효율을 위해선 많은 일꾼이 필요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학교도 많이 필요해졌고 그렇게 많은 수의 학교가 보급되었다.


아까 말했듯 학교는 공장에서 일할 일꾼들을 위한 교육기관이었으므로 세 가지의 중요한 규칙을 가지고 운영이 되었다. 그것은 '시간엄수', '순종', '기계적인 반복작업'이다.


공장에서 기계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한 사람이라도 빠졌을 때 효율이 굉장히 낮아지기 때문에 공장의 모든 직원들은 '시간엄수'를 꼭 지켜야 할 필요가 있었다. 또 정해진 매뉴얼대로 움직여야만 높은 효율이 나오기 때문에 상사, 윗사람들의 말에 무조건 '순종'해야 했다. 그리고 설계된 대로만 움직이는 기계에 맞춰 직원들도 '기계적인 반복작업'을 해야 했다.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정해진 등교시간과 수업시간, 쉬는 시간을 정확히 엄수해야 하고 선생님들의 말씀에 반항없이 순종해야 하며 그저 정해진 수업내용에 맞춰 반복해서 지식을 습득해야 '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한다'에 가깝지만.


윗 문단에서 '했다'를 강조해서 적은 이유는 그런 모습의 학교는 2차 문명인 산업 문명에나 적용되는 학교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선진국들은 정보 문명인 3차 문명 시대를 이끌고 있고 빠른 경제발전을 이룬 우리나라 역시 선진국이라 하긴 어렵지만 감사하게도 정보 문명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나중에 글을 적겠지만 정보 문명 시대에는 똑같은 제품, 익숙한 제품보다 유용하면서도 독특한 제품이 각광받는다. 이런 제품들은 항상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모습을 해야 하는 2차 문명에 갇힌 사람들에게서는 나올 수 없다. 남들과 다르면서도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창의적인 문화이어야만 한다.


물론 너무 빠른 시간에 경제발전을 이뤘기 때문에 예전의 세상에 갇힌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잠시라도 멈춰서 우리가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다른 선진국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자세히 살필 여유를 갖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SNS나 인터넷을 통해 나다움을 찾아가고 있는 선진국 사람들을 보면서 강제로 같은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더욱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열심히 사는 것은 잘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서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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