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그녀와 보내는 2월의 어느 날
대구에서 맞는 아침. 어딜 데려가야 할지 고민하는 친구에게 근처 공원을 가도 좋고 학교를 구경해도 좋다고 말했다. 맛있는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먹고 집을 나선다.
늦은 오후의 산책. 공원에 갈까 하다 학교로 발길을 돌린다. 계명대학교 캠퍼스를 보자마자 옛 추억이 떠오른다. 벌써 5년도 더 된 일이다. 우리는 초록빛이 무성한 메타세콰이어 길에서 팔짱을 끼고 거리를 활보했다. 얇은 블라우스와 파란 치마를 입고 신이 난 채로. 그때의 여름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던 소리는 희미해졌지만, 두 여자가 나누는 다정한 대화나 미소 같은 건 여전했다. 이어지는 길을 걸으며 각자의 기억 속 조각들을 하나하나 꺼낸다.
발걸음이 멈춘 곳은 고즈넉한 한옥 앞. 개교 50주년을 맞아 지은 건물이라는데, 규모가 상당하다. 감탄사를 연신 내뱉으며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이거 드라마 세트장 아니야?” 창문 너머로 보이는 기와나 돌담, 꽃이 핀 장독대가 한 폭의 그림이 된다. 한학촌을 뒤로하고 채플실로 올라가는 길, 이번엔 각자의 꿈을 위해 보냈던 시간에 대해 나눈다. 중학생 때 만난 우리가 벌써 이렇게 커서 사회 초년생의 길을 걷고 있다니, 청춘의 시계는 빠르게 흐르나 보다.
2월은 오래된 소나무와 그 옆에 남겨진 우리 모습으로 곱게 기억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