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롤 May 26. 2019

프라하에 전하는 마음

프라하의 봄을 뒤로하고 오스트리아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프라하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아침, 고장 난 카메라를 맡기기 위해 수리점으로 향했다. 서툰 영어로 문제를 말씀드리자 점원 아저씨는 카메라를 살펴보시더니, 세팅에 오류가 생겼던 거라며 설정법을 알려주셨다. 감사하다는 말로는 벅찬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없었지만, 진심이 전해졌을 거라 믿기로 한다. 지갑을 열었더니 돈은 괜찮다며 좋은 하루를 보내라는 멋진 체코 아저씨. 이렇듯, 여행 중에 만나는 따뜻한 사람들은 친절과 선행을 가르쳐준다.






잿빛이던 프라하에 사랑스러운 빛이 내렸다. 체코에 도착한 새벽, 카메라가 없어진 줄 알고 혼란에 빠졌던 첫날의 기억과 비셰흐라드에서 본 아름다운 야경, 카를교 아래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안겨준 콰르텟팀의 연주, 숙소에서 먹은 조식과 늦은 밤의 카드 게임. 여러 장면이 얇게 쌓이면서 빈으로 향하는 마음을 주저하게 했다.






존 레넌 벽을 지나 미련이 남았던 거리를 다시 찾았다. 삼각대를 세우고 적당한 자리에 선다. 셔터가 눌리기 3초 전, 알 수 없는 언어와 함께 탄성이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열 명쯤 되는 남자들이 손을 흔들었다. 유쾌한 친구들은 독일에서 막 프라하에 도착했다고 한다. 어쩌다 보니 처음 보는 독일인 무리와 프라하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제는 정말 떠나야 할 때. 한낮의 카를교에서 경보를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기차 시간이 가까워져서 빨리 걸어보려고 했지만, 엄청난 인파에 떠밀려 속도를 낼 수 없었다. 다리 위에서 흐르는 버스킹 음악 소리를 듣고 잠시 걸음을 멈춘다. 이토록 낭만이 가득한 프라하를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워져서. 숙소로 가는 길, 남은 코루나로 뜨르들로와 레몬 젤라토를 산다. 이제 남은 돈은 겨우 100 코루나. 오스트리아행 기차에 무사히 오르면, 체코 여행은 막을 내릴 테다.





숙소에서 배낭을 메고 정든 이들과 작별인사를 한다. “이 작은 몸집에 이렇게 큰 배낭을 메고 가겠다고? 어깨가 남아나질 않겠어.” 걱정 섞인 스태프 언니들의 목소리에 어쩐지 울컥해졌다. 대문 밖까지 나와 배웅해주는 그녀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다정한 사람들을 만나 행복했던 체코의 순간들. 누군가의 배려와 친절을 가득 마음에 안고 기차역으로 향한다. 빈에 도착하면 이른 저녁을 먹어야지. 안녕 프라하!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거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