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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 Jun 26. 2019

스페인의 아름다운 소도시

시체스, 골목과 해변이 예쁜 도시에 도착했다.

스페인에 도착한 셋째 날 아침, 숙소에서 만난 소연언니는 시체스 해변에 간다고 했다. “오, 해변? 나도 갈래.” 아무것도 모른 채 그녀를 따라 숙소를 나선다. 우리는 티켓을 예매한 후 시체스행 기차에 올랐다. 창가에 앉아 스페인을 동경했던 어린 날을 이야기한다. “막연히 스페인이 좋았어. 산티아고 순례길도, 이국적인 풍경도.” 그렇게 한참을 떠들던 중, 도착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울린다. 부푼 기대를 안고 내린 시체스 역. 시원한 바람과 함께 행복이 퍼졌다. 해변의 위치도 모른 채 사람들의 뒤를 쫓았다. 여행자의 목적지는 대부분 비슷한 법이니. 은은한 꽃향기가 번지는 곳에서 언니는 말했다. 스페인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을 함께 해줘서 고맙다고.






희미하게 일렁이는 물결이 보였다. 골목과 해변이 예쁜 도시에 도착했다. “저거 진짜야?” 두 눈을 의심하게 하는 시체스. 우리는 입을 막고 소리 질렀다. 무리 지어 다니는 어린이 탐험대와 다리 위를 걷는 연인들, 파란 줄무늬 옷을 입은 할아버지의 뒷모습, 집집마다 걸린 화단. 모든 장면에 긍정의 기운을 얻는다. 골목을 누비고 다니다 햇빛이 뜨거워질 때쯤 브런치 가게를 찾았다. 오늘 점심은 브리또. 그림 같은 풍경은 그릇 위의 음식에 달콤함을 더해준다. 가까이서 들이치는 파도 소리와 시원한 바람 또한.







성당으로 가는 길, 여행자들의 뒷모습에 여유가 넘쳤다. 한 달 동안 수영을 배웠으나 여전히 물에 뜨지 못하는 맥주병은 바로 나. 스스로를 위로하며 바닷길을 따라 걸었다. 할 수만 있다면 해변에 누워 하루 종일 책을 읽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뒹굴고 싶은 마음. 하지만 우리는 바르셀로나로 돌아가야 했다. “어? 우리 납작 복숭아 넣어둔 쇼핑백 어디 갔지?” 이렇듯 아름다운 장면은 뇌의 운동을 방해한다. 가게로 돌아가 쇼핑백을 들고 다시 해변으로 향한다. 필름을 돌리고 똑딱 소리가 나면 시야가 넓어진다. 시선을 돌린 곳에는 내 몸 만한 선인장과 열대 식물이 있었다.






가장 뜨거운 시간에 해변을 벗어나기로 한다. 내게 더 많은 시간이 있었다면, 나는 이 도시에서 얼마나 오래 머물렀을까. 아마 꽤 많은 날들을 보냈을 테다. 다시 역으로 돌아온 우리. 바르셀로나행 기차에 몸을 싣자, 창밖으로 먹구름이 드리웠다. 시체스의 좋은 날씨를 마음껏 누릴 수 있었던 오후에 감사하며, 다시 바르셀로나로. 안녕 시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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