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앞두고 속초를 찾은 두 여자
여름 방학을 2주 남겨 두고 산행을 계획한다. 목적지는 강원도. 공사가 한창이던 영금정은 본모습을 되찾았을까? 그곳의 파도는 여전히 투명할까? 게스트하우스 마당 앞 구름이는 잘 지내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배낭을 꺼낸다. 짧은 여행을 떠날 때도 짐은 늘 한가득이다. 시집 한 권, 바다에 들어갈 만약의 상황을 위한 여벌 옷과 카메라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들뜬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다. 집에 두고 온 등산화와 삼각대가 나를 괴롭게 했지만, 약간의 빈틈은 용서될 거라고 주문을 외우며 침대에 눕는다.
속초행 버스에 몸을 싣고 각자 챙긴 음식을 주섬주섬 꺼낸다. 과자를 입에 넣고 깔깔대며 옛 사진을 본다. 함께 추억할 만한 시간이 있다는 것, 지난 시절을 소중히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생의 큰 축복으로 여긴다. 다섯 시간의 긴 멀미 끝에 바다 내음이 풍기는 도시에 도착한다. 속초에 발을 딛고 벅찬 마음을 겨우 진정시킨다. 더운 여름이 다른 나라로 건너가기라도 한 건지, 이곳에는 벌써 가을바람이 분다. 전깃줄 위에 걸려 반짝이는 태양이 도시 전체를 비춘다. 익숙한 거리를 걸으며 회상에 젖는다.
수복로 표지판을 지나 영금정에 도착한다. 셔터를 누르고 할 말을 잃은 채 난간에 기대선다. 모든 이들을 집어삼킬 듯한 파도가 발 밑으로 춤 춘다. 소금 냄새에 젖어 가만히 사색한다.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장면이 이어지고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가 한 데 겹친다. 거센 물결에 현혹되어 넋을 놓고 있던 중, 정자 위로 엄습하는 물세례를 맞는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물미역 같은 머리를 한 채 호탕하게 웃는다. 바닷물에 젖은 머리와 소금기에 물든 셔츠가 속초에 도착했다는 걸 증명해준다.
늘어지는 햇빛을 따라 바닷길을 걷는다. 해안도로 건너편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는다. 큰 건물 벽면에 바다가 한가득이다. 배고픈 여행자의 식탁에 차려진 화려한 저녁상. 두 여자는 수저를 들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이어간다. 하늘에 선연하게 그려진 구름과 지는 해를 보며 감사의 대화를 나눈다. “우리가 진짜 속초에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