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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 May 01. 2019

자연이 주는 의미

산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알람을 끄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본다. 새벽에 눈을 뜨는 건 언제나 힘든 일. 잠을 설친 탓에 조금 피곤했지만,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산으로 향할 때면 작은 긴장과 설렘이 섞여 파도를 만든다. 체크아웃 후 전날 얼려둔 물을 꺼내고 식빵 두 쪽과 딸기잼을 챙긴다. 열린 문틈 사이로 쏟아지는 새벽하늘. 가슴에 부푼 꿈을 안고 버스 정류장으로 나간다. 설악산으로 데려다 줄 첫차를 기다리며 아침을 먹는다.

“아, 역시 이걸로는 배가 안 차.”






오전 7시, 설악산 입구. 산행을 시작한다. 배낭을 메고 나란히 걷는 젊은 부부가 보인다. 내 미래 남편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일까? 나는 어린아이들을 끌고 산 정상에 오를 수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하며 긴 다리를 지난다. 스산한 새벽 공기에 얇은 셔츠를 걸치고 곳곳의 푸른빛을 누린다. 소나무 아래에 번지는 옅은 향이 코끝에 스친다.





두 시간쯤 걸었을까, 배가 고파져 쉬기로 한다. 나무 의자에 앉아 삼각김밥을 꺼내 먹는데, 누군가 음식을 나눠주신다. 산에서 받는 음식은 그 무엇보다 달콤한 법. 감사 인사를 드리고 막 과일을 입에 넣는다. 충분한 쉼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동력이 된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빨간 계단을 걷고 걷고 또 걷는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정상. 그곳에는 우리 두 사람과 빠른 속도로 흩어지는 구름이 있었다.




달콤한 휴식을 마치고 하산을 시작한다. 먹구름 뒤로 햇빛이 나온다. 나뭇잎이 사랑스럽게 반짝이는 오전 11시, 초입에 가까워진다. 소중한 기억들이 연둣빛으로 빛난다. 포도와 쿠크다스, 응원의 말들. 산에서 받은 감사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훗날 내가 받은 것들을 그대로 누군가에게 베풀기 위해 내 삶에 최선을 다하리라고 다짐한다.


멀어져 가는 설악산 기슭에 손을 흔들며,

다시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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