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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 May 01. 2019

먼 도시의 가을 냄새

울산으로 향하는 기차 안, 설렘이 피어오르다.






기차역에 도착해 티켓을 예매한다. 선로 위로 흩어지는 사람들이 차례대로 열차에 오른다. 연인들은 아쉬운 눈빛을 보내고 집으로 향하는 이들은 수화기 너머로 도착 시간을 알린다. 예매한 좌석을 비워두고 열차카페로 향한다. 4호차 빈자리에 앉아 넓은 창 너머로 흔들리는 도시와 빛의 물결을 느끼는 밤은 어쩐지 매력적이다. 종이를 펼치고 펜을 꺼낸다. 그간 있었던 일들을 나열하다 보니 울산역이었다.




어제는 어두워서 보지 못한 바다를 천천히 누린다. 한낮의 모래사장 위에는 낚싯대를 놓고 고요를 즐기는 아저씨와 두꺼비집을 짓는 아이들, 모래성을 쌓는 엄마와 딸이 있다. 폭풍 같은 파도가 바람에 섞여 얼굴에 닿으면 바다의 짠맛이 전해진다. 모래 위에 글자를 적거나 모래성을 쌓는 일을 계속한다. 성의 입구가 파도에 쓸려 사라지긴 했지만. 봐줄 만하다. 성 완공이 끝나자 두손에 올려지는 바다의 조각들. 작은 하트 조약돌과 파도에 깎인 새파란 타일, 그리고 가을 냄새.



성을 만든 후에는 숲으로 향한다. 숲 너머에 있는 공원에는 많은 여행객이 줄지어 계단을 오르고 바위 위에는 겁 없는 고양이들의 행진이 이어진다. 흐린 날의 거센 파도는 두려움을 만든다. 결국 바다를 뒤로하고 해안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휘어진 소나무와 조약돌, 견고하게 지어진 돌탑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낸다. 어느덧 구름 속에 잠긴 빛나는 도시를 떠나는 저녁, 피로가 몰려와 기절하듯 잠든다. 열 세 정거장을 지난 버스는 울산역에 멈춘다. 집으로 돌아갈 기차에 올라 과자를 먹으며 소소한 웃음을 흘린다. 안녕,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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