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을 지키는 방법은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것.
이번 휴가 중 하루는 스키장에서 보내기로 한 우리. 스키를 안 탄지 너무 오래되어 썩 내키진 않았지만 설레는 마음이 더 컸다. 하지만 마냥 좋아라 할 순 없었다. 준비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으니. 장비부터 숙소까지, 차근차근 예약을 마치고 짐을 챙긴다. 2월의 어느 날, 대전이 아닌 다른 도시에서 당신을 만난다. 그의 미소를 보자마자 잠들었던 세포가 깨어나기 시작한다. 사랑의 유통기한은 2년이라는데, 예외는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이토록 오래 애틋한 걸 보면.
“여자들은 참 예쁘다는 소리를 좋아해.”
“잠깐만.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엄마가 좋아하더라고. 엄마가 여자라 참 다행이다.”
질투는 머지않아 사랑의 감정에 지배당하고 만다.
“이거 봐라, 핫팩 있다고 자기 주머니에 손 넣네?” 여전히 풋풋하고 싱그러운 모습으로 눈웃음을 치는 커플. 은 바로 우리 얘기다. “너 내 남자 친구야? 갑자기 실감이 안 나서. 너무 행복해!” 우리가 사랑을 지켜나가는 방법은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것.
설국에 들어가기 전 바쁜 저녁을 맞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스피드. 라면과 김밥을 욱여넣고 리조트로 향한다. 스키가 몇 년 만인지, 기억나질 않는다. 두려움이 엄습하는 건 당연한 일. 처음은 강습 코스, 두 번째는 중급 코스에서 달린다. 금방 눈길에 적응했으나 긴장한 몸은 여전히 굳어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슬로프가 익숙해지자 작은 욕심이 생긴다.
이번엔 상급 코스. “뭐야, 여기 탈 수 있는 길 맞아?” 엄청난 비탈길에 겁을 먹고 내려가길 주저하는 스키어들. 반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내던지는 사람도 있다. 2년 전, 거대한 폭포에서 로프를 잡고 위기를 맞았던 달랏, 치앙마이 캐년에서 시도한 다이빙이 떠올랐다. 나를 움직이게 만든 건 누군가 건네는 응원의 말이었다. 그리고 오늘, 아빠를 따라 상급 코스에 갔다 엉엉 울며 내려온 과거의 내 모습이 마음을 흔든다. 침을 삼키고 폴을 꽉 움켜쥔다.
엄청난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겁을 먹고 만다. 경사가 얼마나 심한지, 스키를 탈 수 있는 길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엄마의 조언을 기억하며 긴 사선을 그려 보지만 두려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얼마 후 눈길에 엎어지고 만다. 스키 한쪽이 빠져서 허우적대는데, 멀리서 노란색 스키복을 입은 남자가 걸어온다. “빈아, 나 사실 너무 무서웠어. 타는 내내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야. 근데 내려와 보니까 후련해. 여기까지 왔는데 상급 한 번 타 봐야지. 그렇지?”
추위를 느낀 지 두 시간쯤 지났을까, 쉼터에 앉아 숨을 돌린다. “한 번만 더 타고 갈까?”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어쩐지 쉬고 싶은 기분도 든다. 눈부신 슬로프를 쌩쌩 내려와 환하게 웃는다. 장비를 손에 들고 푸드코트로 향한다. 야식은 계획에 없었지만, 음식을 입에 넣는 순간 이성을 잃고 만다. 훗날 우리는 찬란했던 오늘을 회상하겠지. 상급에 올라간 쫄보의 도전, 노란색 스키복, 테라스 벤치에 앉아 먹었던 떡볶이와 인절미 타르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