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월, 갑작스러운 재난이 세상을 덮쳤다. 엄마의 추락 사고가 일어난 지 열흘도 안 되어서 남자 친구의 사고 소식을 들은 것. 아빠에게 보호자 역할을 맡기고 기차역으로 향한다. 며칠간 선잠을 잔 나는 목적지에 닿을 때까지 창문에 머리를 박으며 꾸벅꾸벅 졸았다. 그리고 우리가 재회한 오후. 그의 찢어진 이마와 시퍼렇게 멍든 한쪽 눈이 시야에 잡힌다. 흉터를 보고 한동안 침묵한다. 엄마가 다쳤을 때와 같은 반응이다. 얼마 후 울음이 새어 나온다. 그는 괜찮다며 웃어 보이지만, 속상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 여자는 환자의 품에 안겨 운다. 그렇게 얼마쯤 지났을까, 태연한 남자는 묻는다. 치킨 먹지 않겠냐고. 결국 오늘의 저녁을 단란하게 물들인 건 지는 해가 아닌 치킨과 유부초밥. 당신의 안온한 미소에 안정을 찾는다. “곧 너와 나의 계절이 돌아오네.” 팔 월의 긴 부분이 흘렀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아마 우리는 가을이 오면 다시 모험을 시작할 것이다. 밤길을 걷고 서로의 곁에 머물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겠지. 슬픔을 거두고 다시 감사하기로 한다. 별이 빛나는 밤에, 사랑하는 이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면서.
여름과 가을 사이, 변하는 계절을 사랑하는 이유는
당신이 돌아오기 때문이겠지요
방 문을 열고 고개를 들면 산책로와 호수가 보여요
저는 여기서 달콤한 상상에 빠진답니다
이를 테면 석양빛 아래 물속을 유영하는 우리
물거품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산호와 조개
심연에 흩어진 여름의 마지막 인사
당신이 미워하고 사랑했던 남해의 작은 마을
그 안에서 쏟아지는 안온한 빛과 찰나가
느릿느릿 부드럽게 가을에 닿는 거예요
그러다 눈을 뜨면 별이 빛나는 순간을 마주하겠지요
작은 우주는 이렇게 속삭여요
가을이 오면 따스한 바람이 불어올 거라고
우리의 눈빛은 곧 뜨거운 은하수를 만들어낼 거라고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