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라디오에서 들려준 음악이 감미롭거나 편안한 마음에 파문이 일정도로 울림을 줄 때 DJ도 같은 감정일까? 하는 사소하고 싱거운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래서 방송국 FM의 DJ들도 자신이 맡은 직업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들은 더 낭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지. 항상 새롭게 DJ를 하는 인터뷰 내용을 읽으면
"꿈을 꾸는 일이잖아요."
"평생 라디오를 들으면서 친구처럼 여겼는데 제가 그 친구가 되었네요.." 등으로 직업이 아닌 소망, 꿈의 목표를 이룬 것처럼 말하니까.
나는 그것들을 차치하고 어릴 적 음악을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저 조그만 라디오의 DJ들도 이 음악을 틀어주고는 같이 몽상을 하거나 상념에 빠질 거야 하는 나름의 착각을 했다.
오늘, 우연히 컴퓨터 작업을 하다 음악을 들으면서 해야겠다고 생각하여 방송국 라디오를 접속하였다.
그전에는 선택을 할 수 있는데 이제는 바로 보이는 라디오가 되어 DJ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사연을 읽으면서 호흡하는 모습. 웃는 모습, 패널이 나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사연의 감동이나 웃음이 더 진하게 와닿아 좋았지만 글쎄, 음악이 나올 때의 모습을 보고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DJ가 음악을 듣지 않고 다른 작업을 하다니, 패널과 이야기를 나누다니, 저 음악이 나오는데 왜 다른 작업을 하지?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마구마구 나는 것이다. 당연히 그럴 수 있지 않은가. 그들은 그게 직업이니까. 이런 생각을 알고 있어도 나의 낭만이 사그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자그마한 TV상자 속의 사람이 어떻게 들어가지?라는 오래전 할머니, 할아버지의 트이지 못한 생각은 아니더라도 음악을 들은 그 순간만 음악에 집중할 수 없었을까? 음악이 나오자마자 잠시 사라진 DJ, 그리고 마지막 음악이 나오면서 자신의 책상을 정리하여 퇴근한 DJ의 모습을 보면서 향수와 공동의 친밀함, 같이 공유한다는 느낌이 파사삭 내려앉는 순간을 느끼자 나도 모르게 그 채널을 꺼버렸다.
새로운 문명은 감춰져 있던 민낯의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상상의 행간을 덮어버린다.
나는 보이는 라디오라는 문명에 대해 안 봤어야 했다. 아니, 그렇다는 것을 인지했으니 당연하게 생각했어야 했다.
하지만 내 늙은 추억과 향수는 자꾸 지금의 달라진 현실을 지워버렸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