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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빛 Aug 28. 2021

20~30대 때 죽음을 대비하기

장기기증 희망등록


나는 20대 때부터 죽음을 대비해 왔다.

만약에 내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갑자기 큰 병이 생겨 죽게 된다면,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짧지만 충분히 슬퍼하고 그 뒤에는 나를 소중히 기억하며 열심히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쁜 일이 있다면 죄책감을 가지거나 눈치 보지 말고 충분히 기뻐하고 신나 했으면 좋겠고, 힘든 일이 있다면 충분히 힘들어하되 씩씩하게 털어내고 이겨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의 이러한 마음을 내가 살아있을 때 가족들과 남자 친구에게 전했다. 물론 나 스스로 안 좋은 선택을 하고 싶은 건 절대 아니다. 단지 왜 젊은 사람은 '죽음'에 대해 미리 대비하고 얘기하면 안 되는지 의아했다. 부모님에게 '혹시 모를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 자체가 불효의 하나라고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살아생전 전하지 못한다면, 아무도 대신해줄 수 없기에 직접 전했다. 


그리고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했다. 

https://www.donor.or.kr/mo/gnb/donation_apply.asp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 3분 정도만에 끝났다. 직접 찾아가지 않고 컴퓨터를 통해 순식간에 신청이 끝났고, 희망 등록증은 추후 집 주소로 발송될 예정이다. 


어디선가 장기기증에 대한 글을 읽었다. '나의 마지막이 누군가에겐 새로운 시작'이라고.

사실 나는 누군가를 위해 내가 희생하고 싶은 그런 숭고한 마음은 아니고, 뇌사상태가 된 나를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이 자신의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뇌사상태가 된다면, 남은 사람들이 미안해하지 않게 괜찮다며 내가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며 장기기증을 희망한다고 미리 전했다.


뉴스에서는 매일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그중에서는 젊은 사람들의 죽음도 있고, 그 일이 내가 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내가 주변에 이런 이야기를 하면 무거운 이야기라며 피하거나 낯설어하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나는 젊을 때 나의 죽음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전달하는 건 '불효'가 아닌, 추후 남을 가족들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제일 중요한 건, 함께하는 시간은 우리에게 주어진 당연한 것들이 아니기에 늘 소중히 생각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하루하루를 아낌없이 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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