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지방율 40%에서 20%까지, 유투브나 인스타의 그들과 사뭇 다른
바디프로필 사진은 보정 후 업데이트 예정
2020년 4월 20일.
1년 째 다니는 헬스장에서 무려 50만원 상금을 걸고 다이어트 대회가 열렸다.
90일 동안 체지방 감량에 따라, 골격근량(근육량) 증가에 따라 점수가 매겨진다. 1등은 50만원, 2등은 30만원, 3등도 10만원을 준다니, 당장 참가 의사를 밝혔다.
작년 7월 즈음부터 함께 운동을 코치해 주시던 트레이너샘과 결연한 의지를 다지고, 본격적인 운동과 식단을 시작했다.
그 동안은 잘 먹고 운동하자 였다면, 이번엔 딱 90일 목표로 클린하게 먹고 더 열심히 운동하자!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기에 근육량은 충분했다. 그러나 그를 능가하는 음식 사랑에 체지방율 역시 어마어마했고, 소위 말하는 날씬한 몸매와는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운동량은 줄고 면역력을 위해 든든하게 먹다 보니 평소보다 더 아주 알차게 몸을 구성한 상태.
근육도 많고 체지방도 많으니 목표는 근육은 최대한 유지하면서 체지방율 떨어뜨리기로 잡았다.
트레이너 샘과 주 2-3회 함께 운동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 운동으로 조깅, 걷기, 근력운동을 섞어서 진행했다.
2020년 5월 21일.
중간 점검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 달 지난 지금, 1차 점검 결과 무려 사십명 중 삼등이다. 대학 입학 이후로 오랜만에 한 자리 수 등수를 보니 내심 뿌듯하다. 한편으로 내 앞에 두 분과 빨리 친해져서 뭘 많이 멕여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뭐라도 하니 뭐라도 바뀌고 있는 게 신기하고, 나름 20대 마지막 가장 큰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는 만큼 기록으로 남겨 보기로 한다.
어릴때부터 키도 남들보다 머리 하나가 컸고, 덩치도 컸다.
과일을 좋아했기에 앉은 자리에서 포도 한 송이는 껌이었고, 수박은 사랑이요, 귤은 내 친구였다. 과일 당이 그렇게 살이 찌는 줄은 몰랐다며 엄마는 안타까워 하셨지만 어쩌겠는가.
통통에서 훅 넘어온 순간을 나는 기억한다. 고2 겨울방학, 도서관 대신 카페에 가서 공부하는 것에 맛들린 나는 매일 카페모카를 마셨다. 매일. 개학 후 만난 선생님의 "어째 더 알차진 거 같다"는 몸 평가는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고등학교때까지는 성장기 파워와 학교에서의 활동량으로 어찌저찌 버텨냈으나, 재수생활을 거치며 운동이 0에 수렴했다. 이 때부터 본격적인 비만인의 길을 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학생이 되었으니까, 방학이니까, 개강했으니까, 교환학생이니까, 취업 준비하느라 힘드니까, 먹고 또 먹었다.
맛있는 음식과 술로 나를 위로하는 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고 힐링이라 생각했다.
아 살 빼야 하는데, 살 뺄거야. 내가 개강여신 한다. (그 다음학기에 휴학을 했다)
그리고 돈을 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다짐했다.
이젠 빼는 데도 돈을 써보자.
구구절절 나의 다이어트 도전 스토리를 몇 줄로 요약해 보자면,
킥복싱 1차 - 가격 인상으로 그만둠
개인 PT샵 - 학교 생활이 너무 재밌고 바빠서 흐지부지
킥복싱 2차(다른 곳) - 무조건 뛰어라 굶어라 하는 코치와의 갈등+발목 부상으로 중단
온라인 PT - 매일 관리해주는 점은 좋았으나 점차 의지가 약해져서 추가 등록으로 이어지지 않음
그룹 PT - 1주일에 한 번 모여서 다같이 운동하고, 주중에는 온라인으로 미션을 인증하는 방식. 식단 조절을 하지 않아 건강해진 것에 의의를 두었다.
다이어트 관리실 - 무료 체험으로 갔다가 설득에 넘어가 거금을 내고 등록, 효과는 있었으나 갈수록 굶기를 강요하고 나의 현재 몸을 후려치는 분위기에 질려서 그만둠
중간중간 지방흡입, 주사를 검색해 보았으나 부작용과 금액에 혼비백산
정말 다양한 방법을 도전했으나 1년 이상 간 것이 없었으며, 돈은 또 무지막지하게 들였다.
그러다 작년 7월, 어디 한 번 헬스를 시작해볼까 하고 상암동 헬스장을 검색해보다 유경샘 블로그를 보았다. PT 트레이너는 다 우람한 남자일 것이란 편견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여자분인 만큼 내 몸을 좀 더 잘 알고 구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1:1 PT도 가격이 만만찮기에 고민하다 문의 카톡을 보내 놓고는, 얼결에 방을 나와버렸다. 다시 보내기도 머쓱해서 일단 혼자 헬스장 등록을 했는데, 세상에나 오리엔테이션 수업 담당이라고 연락이 왔다.
처음 수업에서 인바디를 쟀는데, 그나마 1월의 40%보다 조금 빠진 거지만 여전히 충격적인 결과였다.
하지만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PT를 하기로 한 결정적 이유는 체지방율이 아닌 스쿼트였다.
나는 내가 운동을 할 줄 안다 생각했기에, 이렇겠거니 하고 앉았다 일어났다 자신있게 했다. 사진과 영상으로 본 자세는 내가 봐도 엉망이었다. 제대로 자세를 배운 적 없이 대충 보고 따라한 탓이다.
자세를 다시 교정한 뒤 찍은 자세는 확실히 차이가 났다. 제가 이걸 혼자 할 수 있었음 좋겠어요 라는 말에 PT의 목적은 내가 스스로 운동할 수 있는 것이라는 답을 주셨고, 그날로 바로 넘어갔다.
2020.05.01
이럴거면 유투브를 시작할걸. 주변에 다이어트 한다고 떠벌떠벌 이야기 해두었는데.
2020.06.07
운동이 재밌다!! 일요일 그룹 운동을 시작함. 다함께 구르니 더 재밌다. sleek project 라는 프로그램인데, 사실 트레이너 샘이 그 강의도 진행하시게 되어 시작했다. 일요일마다 모여서 그룹 운동을 하고, 주중에는 식단 체크와 액티비티가 있다(보통 유료)
2020.06.10
꿈에서 칼로리 계산을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는데 숫자가 자꾸 안맞는다. 팔목을 손가락으로 두드리고 있음을 깨닫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체중계를 잠시 치워둬야하나? 강박이 되면 안돼
결국 가족들에게 부탁해 체중계를 안 보이는 곳으로 치웠다. 하루 단위 몸무게 차이는 결국 먹은 음식물의 무게일 뿐 길게 보고 멀리 보자.
2020. 06.18
인바디 측정의 날. 체지방도 내려갔고 근육량은 유지했는데 맘에 들지 않는다. 다이어트는 길게 보고 가자 다짐했지만 당장 8월 1일 바디프로필을 덜컥 예약해놓았던 터라 그 목표에는 택도 없는 상황. 체지방 30%로는 정말 어림도 없다는 생각에 속이 답답해졌다.
트레이너 샘을 붙잡고 앞으로 식단을 어떻게 조절할 지 논의에 집중했다. 딱 한 달 만 닭고야로 가자. 체지방을 줄이려면 그 방법밖엔 없다.
그냥 미뤄야 할까, 예약금 버린 셈 치고 취소할까 별 생각이 다 들면서 속상한 마음을 애써 감추고 운동을 시작했다.
스쿼트를 하는데 내 표정이 안좋은 걸 눈치채셨는지 트레이너샘이 위로를 건넸다.
소위 말하는 완벽한 몸을 목표로 바디프로필을 미루지 말자. 사진찍는 거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이전과 지금의 변화한 모습 그대로를 기록하는 게 목적이다.
어느새 주객전도 되어버린 내 생각을 읽으신 건지, 그냥 누구나 겪는 멘붕인 것인진 모르겠지만 조심스레 말씀해주신 그 말에 순간 울컥해버렸다.
이러다 저 울겠다고 농담삼아 얘기하다 진짜 울어버린 헬린이에게 눈물 그치는 덴 운동밖에 없다며 추가로 스쿼트를 시키신 건 감사하다고 해야 할지.
닭고야. 닭고기 고구마 야채. 다이어트 좀 해본 사람이라면 필수로 거쳐가는 식단인데 내가 그걸 6주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체지방 30%가 주는 충격이 컸기에 트레이너샘과 상의 끝에 도전했다.
6월 20일부터 7월 31일까지, 총 6주를 진행했다. 트레이너샘이 식단을 꼼꼼하게 검사해주기도 했지만 일단 나와의 싸움에서 그만 좀 지고 싶었다.
아침: 닭가슴살 + 고구마 100g + 방울토마토,양배추 등 야채
점심: 닭가슴살 + 고구마 100g + 야채 (주로 서브웨이 베지샐러드, 방울토마토, 양배추, 시판 샐러드-토핑)
저녁: 닭가슴살 + 고구마 100g + 야채 볶음
다시 적어 보자니 어떻게 했나 싶긴 한데 그 때는 그냥 했다. 이것이 삼겹살이다. 이것이 치킨이다 읊조리기도 했고 사실 먹는 거라면 다 좋아서 매 끼가 행복했다. 딱히 양을 적게 먹었던 것도 아니라 배가 마구 고프지도 않았다.
더불어 그 좋아하는 술을 3개월동안 끊었다.
시작 전날까지 술을 마셨던 거 같지만 무튼 3개월간 술자리에 가서도 물만 마셨고, 나중에는 술자리도 잘 안 가게 되었다.
원래도 강권 없이 내 술 내가 먹는 성향이었으나, 나는 이제 절대로 술 안마시는 사람에게 한 순간이라도 술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술자리에서 술을 안먹는다는 것이 그렇게 억울할 줄이야!
아무튼 식단을 확 바꾼 덕에 체지방은 급속도로 줄어들었고, 결국 체지방율 20%로 바디프로필을 찍게 되었다.
바디프로필 세계(?)에서 20%는 높은 수치이지만 내 몸에서는 비율을 절반으로 떨어뜨린 것이기 때문에 크나큰 성취다. (아직 바디프로필 보정본을 받지 않아서 바디프로필 얘기는 따로 다뤄보고자 한다.)
이제 나는 잠시동안 유지어터다. 내년 2차 감량(+바디프로필 2차)을 목표로 아주 잘 먹고 지금은 운동을 열심히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평생 샐러드만 먹기에는 속세 음식이 너무 맛있다.
그래도 운동은 식이 80, 운동 20 이란 말을 비율만 조금씩 바꾸어 말하는 것의 연장선으로, 식이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무조건 굶어야 한다가 아닌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구성을 챙기고, 질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은 국영수 위주로 예습복습 철저히처럼,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지키기 어렵다.
다만 소소한 습관을 들이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편의점에서 먹을 걸 고를 때 영양성분표를 보게 되었고, 액상과당은 입에도 안댄다. 많이 먹은 날은 홈트 한 판을 더 해서라도 운동을 추가하고, 다음날 조금 더 클린하게 먹는 계획을 세운다.
물론 이 글은 운동을 열심히 하고 난 뒤, 닭발에 와인을 먹으며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