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에서는 지하철이나 그랩으로 웬만한 곳은 갈 수 있었다.
에스컬레이터 앞에 서면
몸이 먼저 멈칫하는 순간이 몇 번 있었다.
서야 할 쪽이, 우리가 익숙한 방향과 달랐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까운 거리는 걷고,
가능하면 그랩보다 지하철을 이용했다.
여행자라기보다
잠시 이 도시에 속해 있는 사람처럼 지내고 싶어서였다.
지하철 노선은 여러 개였고,
노선마다 이름과 색깔이 달랐다.
처음엔 1회용 토큰을 사서 다녔는데,
환승할 때마다 다시 사야 한다는 걸 알고부터는 카드를 샀다.
처음 지하철을 탈 때는
플랫폼이 나뉘어 있어 조금 헤맸다.
어느 나라나 비슷하겠지 싶어 감으로 내려갔다가,
방향이 반대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미심쩍을 때는
직접 물어보는 게 가장 확실했다.
학생으로 보이는 청년은
우리가 가려는 방향이 반대라며
아무 말 없이 앞장섰다.
지하 3층에서 지하 2층으로,
설명보다 몸이 더 빠른 친절이었다.
그 친절이 특별하다기보다는,
이 도시에서는 그게 기본인 것처럼 느껴졌다.
처음 지하철을 타고
속으로는 조금 놀랐다.
내부는 깔끔했고,
노선도와 문 열림 표시등은
아이도 이해할 만큼 직관적이었다.
색감과 디자인도 단정했고,
특히 손잡이 기둥이
세 갈래로 나뉜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열차 한쪽에는
여성 전용 칸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모르고 탔다가 남편과
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갈라서야 했던 적도 있었다.
칸막이도 없이 그어진
분홍색 선 하나에,
우리는 정말 이산가족이라도 된 것처럼
떨어져 서 있었고
그 모습이 묘하게 웃음이 났다.
이 도시의 규칙은
말보다 선으로 먼저 알려진다는 걸
그때 또 한 번 배웠다.
외곽으로 갈수록
영어 표기는 줄어들었고,
그럴수록 사람의 도움이 더 가까워졌다.
히잡을 쓴 여학생은
우리가 가야 할 출구까지
함께 걸어 나와 주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수줍게 웃으며
어설픈 한국말을 건넸다.
그 이후로도
한국말을 건네보고 싶어
조심스레 다가오던 님학생들,
가던 길을 멈추고
친절을 건네던 사람들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낯선 곳에서 마주치는
작은 친절 하나가
그 나라 전체의 인상을
바꿔 놓을 수도 있겠구나,
그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말레이시아는
기억 속에서
장소보다 사람으로
먼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