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KL에서 지하철을 타고 — 몸으로 배운 친절

by 앨리스킴


KL에서는 지하철이나 그랩으로 웬만한 곳은 갈 수 있었다.

에스컬레이터 앞에 서면

몸이 먼저 멈칫하는 순간이 몇 번 있었다.

서야 할 쪽이, 우리가 익숙한 방향과 달랐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까운 거리는 걷고,

가능하면 그랩보다 지하철을 이용했다.

여행자라기보다

잠시 이 도시에 속해 있는 사람처럼 지내고 싶어서였다.


지하철 노선은 여러 개였고,

노선마다 이름과 색깔이 달랐다.

처음엔 1회용 토큰을 사서 다녔는데,

환승할 때마다 다시 사야 한다는 걸 알고부터는 카드를 샀다.


처음 지하철을 탈 때는

플랫폼이 나뉘어 있어 조금 헤맸다.

어느 나라나 비슷하겠지 싶어 감으로 내려갔다가,

방향이 반대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미심쩍을 때는

직접 물어보는 게 가장 확실했다.

학생으로 보이는 청년은

우리가 가려는 방향이 반대라며

아무 말 없이 앞장섰다.


지하 3층에서 지하 2층으로,

설명보다 몸이 더 빠른 친절이었다.

그 친절이 특별하다기보다는,

이 도시에서는 그게 기본인 것처럼 느껴졌다.




처음 지하철을 타고

속으로는 조금 놀랐다.


내부는 깔끔했고,

노선도와 문 열림 표시등은

아이도 이해할 만큼 직관적이었다.

색감과 디자인도 단정했고,

특히 손잡이 기둥이

세 갈래로 나뉜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열차 한쪽에는

여성 전용 칸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모르고 탔다가 남편과

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갈라서야 했던 적도 있었다.


칸막이도 없이 그어진

분홍색 선 하나에,

우리는 정말 이산가족이라도 된 것처럼

떨어져 서 있었고

그 모습이 묘하게 웃음이 났다.


이 도시의 규칙은

말보다 선으로 먼저 알려진다는 걸

그때 또 한 번 배웠다.


분홍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우리는 이산가족이 되었다




외곽으로 갈수록

영어 표기는 줄어들었고,

그럴수록 사람의 도움이 더 가까워졌다.


히잡을 쓴 여학생은

우리가 가야 할 출구까지

함께 걸어 나와 주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수줍게 웃으며

어설픈 한국말을 건넸다.


그 이후로도

한국말을 건네보고 싶어

조심스레 다가오던 님학생들,

가던 길을 멈추고

친절을 건네던 사람들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낯선 곳에서 마주치는

작은 친절 하나가

그 나라 전체의 인상을

바꿔 놓을 수도 있겠구나,

그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말레이시아는

기억 속에서

장소보다 사람으로

먼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