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연말 쇼핑몰에서 배운 것

by 앨리스킴


연말의 쇼핑몰은 평소보다 훨씬 붐볐다.

곧 새해맞이 행사가 열린다며

안과 밖이 모두 사람들로 가득했다.


넓은 공간인데도

사람들로 꽉 찬 느낌이 들었다.


그 인파 사이로

휠체어에 할머니를 태운 한 가족이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다.

연말을 함께 보내러 나온 듯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줄을 서 있는 동안,

그 가족의 얼굴에는

조급함이나 짜증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는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할머니도 편안한 표정이었다.


휠체어는 사람들과 몇 번쯤 가볍게 스쳤다.

그럴 때마다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길이 열렸다.


누구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잠시 멈췄다가,

다시 흐름으로 돌아갈 뿐이었다.


그 장면을 보며

‘하필 오늘 같은 날에…’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잠깐이나마 그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 앞에서

스스로 조금 민망해졌다.


그건 누군가를 걱정해서라기보다,

내가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온 어떤 기준에 더 가까웠다.


느린 사람은 빠른 흐름에서

조금 비켜 서야 한다는 생각.

복잡한 날엔 불편한 사람은

집에 있는 게 낫다는 생각까지.


나는 그런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었다.




며칠 뒤 공원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보았다.


가족들이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고,

휠체어에 앉은 할아버지를

손주와 자식들이 번갈아 산책시켜 드리고 있었다.


그 얼굴들 역시 밝고 느긋했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걸음을 맞췄다.


그 모습이 어쩐지 오래된 풍경처럼 느껴졌다.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 장면에서는

‘돌봄’ 보다 ‘함께 있음’이 먼저 보였다.




연말의 쇼핑몰에서

내가 가장 또렷이 기억하는 건

트리도, 음악도, 세일 문구도 아니었다.


사람이 많은 날에도

누군가의 속도가

잠시 느려질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로

사람들 사이에서 걸음이 늦춰질 때면,


나는 가끔

그 쇼핑몰의 엘리베이터 앞을 떠올린다.


아무 말 없이,

잠시 멈췄다가 다시 흘러가던 그 장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