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의 쇼핑몰은 평소보다 훨씬 붐볐다.
곧 새해맞이 행사가 열린다며
안과 밖이 모두 사람들로 가득했다.
넓은 공간인데도
사람들로 꽉 찬 느낌이 들었다.
그 인파 사이로
휠체어에 할머니를 태운 한 가족이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다.
연말을 함께 보내러 나온 듯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줄을 서 있는 동안,
그 가족의 얼굴에는
조급함이나 짜증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는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할머니도 편안한 표정이었다.
휠체어는 사람들과 몇 번쯤 가볍게 스쳤다.
그럴 때마다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길이 열렸다.
누구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잠시 멈췄다가,
다시 흐름으로 돌아갈 뿐이었다.
그 장면을 보며
‘하필 오늘 같은 날에…’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잠깐이나마 그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 앞에서
스스로 조금 민망해졌다.
그건 누군가를 걱정해서라기보다,
내가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온 어떤 기준에 더 가까웠다.
느린 사람은 빠른 흐름에서
조금 비켜 서야 한다는 생각.
복잡한 날엔 불편한 사람은
집에 있는 게 낫다는 생각까지.
나는 그런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었다.
며칠 뒤 공원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보았다.
가족들이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고,
휠체어에 앉은 할아버지를
손주와 자식들이 번갈아 산책시켜 드리고 있었다.
그 얼굴들 역시 밝고 느긋했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걸음을 맞췄다.
그 모습이 어쩐지 오래된 풍경처럼 느껴졌다.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 장면에서는
‘돌봄’ 보다 ‘함께 있음’이 먼저 보였다.
연말의 쇼핑몰에서
내가 가장 또렷이 기억하는 건
트리도, 음악도, 세일 문구도 아니었다.
사람이 많은 날에도
누군가의 속도가
잠시 느려질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로
사람들 사이에서 걸음이 늦춰질 때면,
나는 가끔
그 쇼핑몰의 엘리베이터 앞을 떠올린다.
아무 말 없이,
잠시 멈췄다가 다시 흘러가던 그 장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