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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미 Oct 10. 2021

비 오는 날에는 왜 부침개일까?

눅눅한 하루를 바삭하게 만드는 법.



‘또닥또닥…’ 빗소리가 참 듣기 좋다.

창문을 열어놓고 비 멍을 때리고 있자니 찬 공기가 집 안으로 들어와 썰렁한 기운이 감돈다.

10월인데, 여름 장마처럼 비가 내린다.

이 비 그치고 나면 가을이 주렁주렁 익어 갈 것이다. 산에도, 들에도, 우리 일상 속에도….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남편은 빗물이 줄줄 흐르는 접은 우산과

제법 무거워 보이는 하얀색 플라스틱 병을 한 손에 몰아 쥐고 있다.

비밀번호를 눌러야 해서 그랬나 보다.

‘또 큰 병을 샀군. 술 욕심은 ㅎㅎ’

”찌지미에 막걸리 한잔~어때?”

“ 어, 통했네.~ 안 그래도 빗소리 들으면서 부침개 생각했는데.”


어떤 사람은 부침개를 지짐이라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전이라 하는데, 그게 그거 아닌가?




*부침개 와 전의 차이

부침개 -밀가루에 야채를 넣어 걸쭉하게 반죽하여 기름에 부쳐낸 음식. 부침 전 지진 지진 게 지짐이 전병으로도 불림.

전-고기나 채소 등의 원래 모양을 유지하며 밀가루와 계란물을 묻혀 기름에 지진 음식. 굴전 새우 전 호박전 등.


*비가 오는 날엔  왜 부침개가 생각날까?

빗소리가 사람의 감성을 건드려 부침개가 ‘지지 지직~’ 익는 소리를 연상하게 된다고도 하고,

여름철 비 오는 날이면 부침개를 즐겨 먹던 우리 선조들의 입맛이 그대로 전해졌다는 유전설 도 있고,

비가 오는 날은 눅눅해서 뭔가 따뜻한 음식이 땡기게 된다는 체감설 등등.


이유야 어찌 되었건 부침개는 사람들 대다수가 좋아하는 한국 대표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비 오는 날 먹으면 그 맛이 더 특별해진다.




냉장고 야채칸에 있는 재료들을 꺼내 뚝딱뚝딱 부침개를 만들기로 했다.

애호박. 양파. 깻잎. 청양초…. 이 정도면 부침개 만들 재료는 충분한 것 같고, 

<애호박 양파 깻잎 부침개>라고 이름 붙일까?

사실 부침가루에 아무 야채나 버무려 기름에 부쳐 내면 다 맛있어진다.

모든 요리가 그렇듯 이건 꼭 이래야 하고, 저건 저래야만 한다는 정해진 공식은 없는 듯.

비슷하게 흉내 내고 응용하고. 창작하는 재미가 요리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뭐니 뭐니 해도 자기 입맛에 맞으면 최고지.


아무래도 부침개는 노릇노릇 바싹한 게 제 맛이다.

크게 한 장 구웠을 때 바싹한 가장자리부터 먹다 보면 눅눅해진 가운데 부분만 남게 된다.

  옆에 서서 ”바싹하게 부쳐주세요~” 식구들의 주문을 받고,

가운데 부분이 동그랗게 비어있는 부침개를 어디에서 본 기억을 더듬어 이참에 나도 따라 해 보기로 했다.


어느 정도 잘 달궈진 팬에 반죽을 올리고 가운데 부분을 동그랗게 비워둔다.

윗부분의 반죽이 꾸덕해졌을 때 뒤집어 준다.(*뒤집기의 타이밍이 바싹함의 포인트!)

가운데가 비어 있어 바싹한 범위가 더 많아진다.





다른 한 개는 비워둔 가운데가 허전해 재미 삼아 달걀 한 알을 깨뜨려 올려 주었다.

의외로 노릇한 부침개의 고소함과 계란 프라이의 담백함이 어우러져 색다른 맛이다.


고소한 부침개 냄새가 집안 곳곳에, 열어 놓은 창문 밖으로 퍼져나간다.


“음~~ 이 고소한 냄새는 뭐야~~?”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딸이 엄지를 치켜세운다.

“근데, 이렇게  비 오는 날 고소한 냄새 풍기는 건… 이웃들에게  반칙(?)인데 ㅎㅎ”


이렇게 해서 오늘, 부침개에 막걸리 한 잔으로 눅눅했던 하루를 조금이나마 바삭하게 만들어본다.

‘부침개 드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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