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의 주말속도는 자전거입니다
-우리 부부의 주말 속도는 자전거입니다-
요즘 같은 계절이면, 주말 아침 우리는 어김없이 자전거 헬멧부터 챙깁니다.
부드러운 햇살 아래 달리는 이 시간이
소소하지만 든든한, 우리 부부의 주말 루틴입니다.
이젠 ‘주말 = 자전거 타는 날’이라는 공식이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습니다
집을 나서면 바로 자전거도로가 이어지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죠
조금만 방향을 틀어 강가 길로 접어들면,
햇살이 쏟아진 강물 위엔 금빛 조각들이 반짝이고,
나뭇잎을 흔들며 스쳐가는 바람은,
길가에 핀 작은 들꽃들까지 흔들어 깨웁니다.
그 길을 천천히 달리다 보면,
마치 한 장의 그림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풍경 속으로 빠져들수록 , 왠지 모르게
삶이 ‘다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속 작은 소란도 차분히 가라앉고 편안해집니다.
이런 길을 함께 달릴 수 있게 된 건, 전적으로 남편 덕분이에요.
이사 온 첫날부터 자전거에 푹 빠져
아침마다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며,
어느새 자전거 타기 좋은 길들을 손바닥 보듯 꿰고 있었죠.
혼자 신나게 라이딩을 즐기던 남편은,
어느 날부터 저를 설득하기 시작했어요.
“이런 즐거움을 나만 누리기엔 아깝다고.
당신이랑 같이 타면 훨씬 좋을 것 같다고.
바람도 좋고, 풍경도 끝내준다고.
가보면 분명 당신도 좋아할 거라고.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으니 그냥 한번 타보라고. “
그 말에 결국, 저는 남편의
‘자전거 입문 1호 제자’가 되었답니다.
제가 원래 겁이 많은 편이기도 하지만,
어릴 적 언덕길에서 자전거 뒤에 타고 가다 떨어졌던 기억 때문에 자전거가 무섭더라고요.
그런 저를 보며 남편은
“한 번만 타봐. 나만 믿어.”를 입에 달고 다녔고,
끈질긴 설득과 응원에 힘입어 결국 자전거 안장 위에 올라섰습니다
“꼭 잡고 있어! 손 놓지 마! 절대로!”
자전거 위에 올라타자마자 저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며 외쳤어요.
자전거 처음 배울 때 흔히 있는 일이죠.
‘잘 잡고 있으니 걱정 마’라던 남편이
어느새 슬쩍 손을 놓고는 혼자 달리게 하는 것.
제법 잘 가고 있다 싶었는데,
혼자라는 걸 깨닫는 순간 중심을 잃었어요.
결국 와장창! 무릎도 깨지고 팔꿈치도 까졌죠.
속았다는 생각에 억울했지만, 그래도 꽤 멀리까지 혼자 달렸다는 사실이 괜히 뿌듯했어요.
삐걱거리며 시작한 첫 라이딩의 긴장감과 설렘,
그 서툰 출발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그렇게 저는 50대 중반에 자전거 타기를 배웠고,
이제는 자전거 덕분에
삶이 훨씬 더 건강하고 즐거워졌습니다.
그때 자전거를 배우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자주 웃고,
지금처럼 풍경을 함께 바라보며 달리는 기쁨도
몰랐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자전거를 배우는 동안 생긴
작은 상처들마저도 지금은 고맙게 느껴집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고
무리하거나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우리에게 꼭 맞는 자전거의 속도는
지금 우리의 삶과 마음을 닮아 있는 듯합니다.
급하게 지나치지 않아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고,
너무 느리지 않아 마음이 처지지도 않죠.
그 중간 어디쯤,
적당히 흐르는 자전거의 속도 속에서 우리는 삶의 균형을 배웁니다.
숨이 차면 잠시 멈춰 쉬고,
좋은 풍경 앞에서는 마음껏 천천히 달릴 수 있죠.
속도 제한도 없고, 누가 재촉하지도 않는 길 위에서
자전거는 우리에게
‘마음껏 달려도 괜찮다’는 여유로운 허락을 건넵니다.
그건 어쩌면,
삶을 조금 덜 조급하게 살아도 된다는
작고 조용한 위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엔 맞바람에 지쳐,
자전거를 팽개치고 싶을 만큼 힘겨웠지만 이젠 알겠어요.
앞에서 부는 바람은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등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살며시 등을 토닥이며 말 없는 위로가 되어줍니다.
생각해 보면,
삶에서 마주했던 수많은 맞바람들도
결국은 나를 견디게 하고, 버티게 하며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시간이었어요.
그 바람들을 지나온 덕분에,
지금 나는 예전보다 조금은 더 가볍고 멀리 달릴 수 있게 되었는지도요.
어쩌면 인생도
바람을 견디며 나아가는 여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살다 보면, 바람마저 내 편이 되는 순간이 오니까요.
함께 달리다가도,
어느 순간엔 각자의 속도를 찾게 되죠.
그럴 때면,
억지로 묵혀 두었던 생각들이 바람을 타고
하나둘 정리가 되곤 합니다.
자전거 위에 있는 그 시간은 소풍이고, 여행이고,
삶의 쉼표 같아요.
그래서 더 오래 함께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햇살 좋고 바람 좋은 날,
우리는 자전거 위에서
조금 더 건강하게, 조금 더 행복하게
서로의 주말을 채워갑니다.
주말마다 이렇게 함께 달릴 수 있는 지금이
그저 고맙고 소중합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건강하고 아름다운 시간을
자전거 위에서 만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