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계국 핀 언덕에서 만난 여유-
-금계국 핀 언덕에서 만난 여유-
둘이서 자전거를 타고 비탈진 언덕을 오르다 보면,
종종 길 위에서 멈추게 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숨이 가빠 잠시 발을 멈춘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풍경을 만납니다.
바람에 출렁이는 샛노란 금계국과 하얀 개망초의 물결이
싱그러운 여름날의 엽서처럼 다가왔습니다
노랑과 흰색이 나란히 어우러져 만들어낸 풍경은
그 자체로 조화롭고 평화로워 보입니다.
두 꽃은 저마다 무리를 이루며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서로를 밀어내며 경계를 나눈 듯하지만,
상대의 영역을 넘보지 않고 조용히 피어 있는 그 모습이
오히려 더 너그럽고 다정하게 다가옵니다.
간혹 노란 물결 사이, 하얀 점을 찍어놓은 듯
제 무리를 벗어난 개망초 몇 송이가
금계국 사이를 살며시 비집고 서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아” 하고 허락하듯,
조용히 품어주는 금계국의 마음씀씀이가 참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다름을 받아들이고,
각자의 자리를 존중하며 어우러지는 모습.
그 풍경을 보는 내 마음도 흐뭇해집니다
자전거에서 내려
한참 동안 우리는 서로 말없이 꽃을 바라봤습니다
우리 마음에도 어느새 하얗고 노랗게 물들어 갔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다가,
금계국을 들여다보던 남편이 잠깐의 침묵을 깨뜨립니다.
“노란 코스모스 같다.”
그 한마디에, 풍경에 팔려 멍하니 있던 정신이 스르르 제자리로 돌아오고
나도 따라 꽃을 바라봅니다.
“그러게, 진짜 닮았네.”
한자로는 ‘금빛 닭이 피운 국화’라는 뜻입니다
밝은 노란색과 꽃잎 모양이 닭 볏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해요.
내가 보기엔, 어릴 적 시골 마당을 누비던 닭의 빨간 볏이랑은… 좀.
글쎄요, 약간 닮은 듯 안 닮은 듯합니다만.
어쨌든, 이름도 재미있지만 꽃말도 인상적이에요.
꽃말은 ‘상쾌한 기분’, ‘기다리는 마음’이라고 하는데,
그런 뜻을 알고 나서 다시 보니,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금계국의 모습이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 같아 보였습니다
금계국은 멕시코가 원산인 외래종이지만
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친숙한 들꽃이 되었어요.
누군가는 외래종이 생태계를 망친다며 걱정합니다.
번식력이 강한 금계국은,
한 번 퍼지면 토종 식물의 자리를 빠르게 잠식할 수 있다고 해요.
물론, 그런 우려에도 귀 기울일 필요는 있겠지요.
그래도 저는 생각해 봅니다.
서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어울려 살아가는 길도 있지 않을까 하고요.
자연도, 사람도
조화를 찾아가는 그 과정 자체가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일이니까요.
오늘도, 우리는 자전거 위에서
삶의 작은 여유를 하나씩 발견해 갑니다.
숨이 가빠질 만큼 힘껏 페달을 밟아
언덕을 오르고 만나는 풍경.
그 순간은 잠깐의 숨을 고르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을 내려놓는 진짜 휴식이 되어줍니다.
그렇게 만난 풍경을 닮은 하루가
오늘은 유난히 고맙고, 또 한없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