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살로 돌아가고 싶다고요?-그 말이 내 삶에 남긴 울림
65살로 돌아가고 싶다고요?
-그 말이 내 삶에 남긴 울림
“65살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 처음엔 의외였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은 후, 나도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했죠.
‘지금부터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나를 챙겨보려 합니다.
가끔 동네에서 마주칠 때마다
“우리도 저렇게 나이 들면 좋겠다”며
은근히 롤 모델로 삼던 노부부가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멋지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분들을 조금 더 가까이 알게 되면서
나이 드는 삶에 대한 제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70대 후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꼿꼿한 자세와 단정한 옷차림,
밝고 화사한 표정까지.
어디 특별한 외출이라도 나가는 듯한 모습으로
산책길을 걷는 그분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눈길이 가곤 했죠.
그렇게 눈인사 정도만 나누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알게 됐어요.
그분이 남편의 대학 선배님이라는 걸요.
그날을 계기로, 가끔 우리는
선배 부부와 마주 앉아 차 한 잔을 나누며
소소한 일상을 편하게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인생 선배로서 들려주시는
좋은 이야기들도 종종 들을 수 있었고요.
사실 처음엔
나이 차이가 제법 나서 대화가 잘 통할까 싶어
조금은 어렵고 조심스러운 마음도 있었어요.
그런데 몇 번 이야기 나누다 보니
그 생각이 괜한 지레짐작이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우리보다 십몇 년 더 살아온 시간엔
우리가 본받고 싶은 삶의 태도와
차곡차곡 쌓인 지혜가 고스란히 배어 있었거든요.
늘 배려가 묻어나고,
나이 듦을 결코 내세우지 않는 그분들을 보면서
‘아, 우리가 닮고 싶은 어른이란 이런 모습이구나’ 싶었습니다.
가끔 만나 뵐 때마다 호칭이 약간 문제였어요.
아내분을 뭐라고 불러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죠.
‘사모님?’ ‘선생님?’... 뭔가 딱딱하고 거리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제 큰언니와 비슷한 연세시라,
조심스럽게 “언니”라고 불러도 될지 여쭤봤더니
오히려 “젊어진 것 같다”며 좋아하셨어요.
⸻
“정말 고우세요.
연세 듣기 전엔 저랑 별로 차이 안 나는 줄 알았어요.”
제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더니
선배님의 아내분은 미소 지으며 말씀하셨어요.
“어머, 그렇게 봐줘서 고마워요.
나이 들어도, 조금씩은 가꾸며 살아야죠.”
그 말을 듣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어요.
화장하지 않고는 집 앞에도 안 나가던 젊은 날의 제가,
어느새 “뭐 어때, 편한 게 최고지” 하며
나 자신에게 점점 관대해지고 있었거든요.
그러면서 그 모든 걸 자연스럽게
나이 탓으로 돌리게 된 건 아닌가 싶었어요.
어쩌면 요즘 나는
조금씩 스스로를 놓아버리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을 건드렸습니다.
그런데 선배님 부부를 보면서,
나이 드는 게 꼭 힘 빠지고 초라해지는 것만은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오히려 내 삶을 다시 정리하고,
나다운 모습으로 가꾸어갈 수 있는
좋은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이 들었습니다.
⸻
그날도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찻잔을 사이에 두고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남편이 문득 이런 질문을 꺼냈어요.
“혹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몇 살로 돌아가고 싶으세요?”
“65살이요.”
뜻밖의 대답에 우리 둘은 잠시 눈을 마주쳤습니다.
보통은 스무 살이나 서른 즈음, 한창 젊던 시절을 떠올릴 법한데,
65살이라니…
우리가 아직 가보지 못한 나이였기에,
더욱 의외였죠.
선배님 부부는 잠시 웃으시더니 이야기를 이어가셨어요.
“65세쯤 되면 자식들 키우느라 정신없던 시간도 지나고,
일에서도 한발 물러나 여유가 생기죠.
건강만 잘 챙기면 꽤 자유롭고 괜찮은 시기예요.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뭔가 더 해볼 수 있었는데
‘이 나이에 뭘…’ 하며 망설인 게 좀 아쉬워요.”
잠깐 멈추신 뒤,
그 시절 자격증에 도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덧붙이셨어요.
“한 번 배워보고 싶었던 게 있었는데, 결국 시작도 안 했어요.
그땐 괜히 주춤했죠. 나이 생각에.
근데 돌아보면, 그 나이가
얼마나 좋은 시절이었는지 이제야 알겠더라고요.”
그리고는 단호하게 말씀하셨어요.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지금이 딱 그때예요.
나이 따지지 말고, 그냥 시작해 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 한쪽이 찔렸습니다.
머리로는 이미 잘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해서 핑계를 대며 미뤄온 일들이
자꾸 마음에 걸렸거든요.
사람들은 자주 이렇게 말하죠.
“10년만 젊었으면…”
하지만 그런 말을 반복하다 보면
10년 후에도 똑같은 말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다 결국,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 버릴 수도 있고요.
그날 문득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젊은 세대를 부러워하는 것처럼,
어떤 누군가는 지금의 우리 나이를
부러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요.
그래서 마음을 조금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분들의 말씀처럼,
나이 탓은 잠시 접어두고
하고 싶은 일에 천천히 발을 내디뎌보려고 해요.
‘이 나이에 뭘 해’ 대신
‘이 나이니까, 지금부터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요.
지금 이 순간이
생각보다 괜찮은 출발점일 수 있다는 걸
조금씩 믿어가며 말이죠.
물론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다짐도 쉽게 지키지 못할 때가 많을 거예요.
여전히 망설이고, 또 미루기도 하겠죠.
하지만 그래서 더욱
이 글을 통해 스스로에게 작은 약속을 해두고 싶었습니다.
흔들리지 말자고,
그래서 오늘의 다짐을 글로 붙잡아두는 중입니다.
어쩌면 이 글은
제 스스로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같은 시기를 걷고 있는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일지도 몰라요.
‘이 나이에 뭘 해’ 대신
‘지금부터라도 해보자’고 말하는 이 마음이,
누군가의 오늘에도 닿기를 바라면서요.
이 시리즈를 통해
우리 부부의 일상을 함께 걸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의 속도는 느리지만,
그만큼 오래 기억될 수 있는 시간이길 바랍니다.
지금부터라도,
한 걸음씩 해보자는 마음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