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냥 책이나 읽기로 했다

‘라이킷 3, 그게 뭐라고 마음이 이렇게 흔들릴까 ‘

by 앨리스킴


라이킷 3.

아무것도 아닌 숫자 하나에

마음이 휘청거렸다.

글을 쓴다는 건, 그만큼 자주 흔들리는

일이라는 걸 오늘도 새삼 깨닫는다.



금요일 오전 9시 30분.

브런치스토리에 시리즈 마지막 글을 올렸다.

총 13편.

처음으로 시리즈라는 걸 끝까지 써본 셈이다.

완결 후엔 매거진으로도 묶을 계획이다.


처음엔 끝까지 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동안은 어쩌다 한 편씩, 단편적인 글만 띄엄띄엄 올려왔기에

연재’니 ‘매거진’이니 하는 말들은 나와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모바일 아이패드로 작업하는 나에겐

연재 설정이나 매거진 만들기도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PC 버전으로 전환하는 것부터가 낯설었고,

PC 환경 자체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과정이 조심스럽고 버거웠다.


그래서 나는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매거진은 나중에 묶기로 하고,

일단 글 본문에만 시리즈 제목을 표시했다.

일종의 ‘비공식 연재’였다.

시리즈가 끝나면, 그때 천천히 묶으면 되지-

그렇게 스스로 약속하며 써나간 글이었다.


그리고 오늘, 그 마지막 글을 올렸다.

그런데… 생각보다 마음이 허하다.

바로 그놈의 ‘라이킷’이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나름대로, 발행 시간도 신중히 골랐다.

금요일 아침.

주말을 앞두고 여유를 찾는 사람들이

무심코 들어와 내 글 하나쯤 읽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품고 발행 버튼을 눌렀다.


글을 올릴 때마다 늘 긴장된다.

혼자만 끄적이던 마음 한 자락을

누군가에게 공개한다는 건 늘 조심스럽다.


오늘은 유독 더 떨렸다.

누가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약속한 독자가 있는 것도 아닌데-

시리즈의 마지막을 마무리했다는 그 자체만으로

안도감과 뿌듯함, 후련함이 동시에 밀려들었다.


그래서였을까.

괜히 반응이 신경 쓰였다.

누가 볼지, 어떤 반응이 있을지…

그 마음을 떨쳐버리고 싶어 산책을 나갔다.

휴대폰은 일부러 뒷주머니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


‘틱’—

알림음이 엉덩이 근육을 건드릴 때마다

안 볼 거야, 신경 안 쓸 거야’ 다짐했지만

마음은 이미 그 알림 창에 가 있었다.


아 몰라 몰라. 진짜 신경 안 쓸 거야.’

되뇌며 뛰기 시작했다.

걷는 것보다 뛰면 몸이 흔들려서

신호음도 덜 들릴 테니까.


한참을 뛰고 돌아왔는데도,

관심은 자꾸만 한쪽으로 쏠렸다.

애써 폰을 멀찌감치 떼어 놓았다.

나 지금부터 신경 끔.’

그렇게라도 자존심 하나 붙잡고 싶었다.


그런데 얼마 못 가

‘아들한테 톡 하나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한 일도 아니었다.

사실은 핑계였다.

내 참을성을 슬쩍 넘겨보려는,

그저 작은 자기 합리화였다.


그렇게 조심스레 열어본 브런치 알림 창에는

숫자 몇 개가 떠 있었다.


대부분은 구독 중인 작가들의 연재 알림.

그리고, 내 글에 달린 라이킷 수는 3.


스르르, 의욕이 빠져나갔다.

‘시간대가 안 좋았던 걸까?’

‘금요일이라 다들 바빴겠지…’

억지로 이유를 만들어보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오후가 되고,

저녁이 되어도-

글 하단의 작은 하트 숫자는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었다


라이킷.

그게 뭐라고.

사람 마음을 이렇게 흔들다니.



그런 날이 있다.

사람들이 유난히 무심하게 느껴지고,

내 글만 외딴섬에 덩그러니 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날.


괜히 마음이 상한다.

내 글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걸까?’

그 많은 브런치 독자들 중,

단 몇 사람만 관심을 가질 만큼…

내 글이 그렇게 별로였던 걸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온다.


‘라이킷 수가 글의 품질을 말해주는 건 아니잖아.’

애써 답을 만들어보지만, 마음은 금세 딴소리를 한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가 작아지는 기분이 든다.


다음 글은 쓰지 말까…’

그런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물론 머리로는 안다.

라이킷 수는 글의 가치를 재는 기준이 아니라는 걸.

그 숫자는 그저 반응일 뿐,

내 글에 담긴 마음의 깊이나 온도를 설명해주진 못한다는 걸.


그런데도 마음은,

논리로는 쉽게 위로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글쓰기를 멈춰야 하나?‘

계속 써도 될까?’

‘누군가 기다려주긴 할까?’

자꾸 그런 생각에 빠지다 보면, 마음이 점점 굳어지는 걸 느낀다.


그러다 문득,

처음 글을 올리던 날,

남편이 건넨 말에 용기를 냈던 그 순간이 떠오른다.


‘누가 봐주지 않으면 어때.

영원한 독자 한 사람은 항상 당신 옆에 있잖아!‘


그 말이, 지금의 나를 다시 붙든다.

그래, 그 마음이면 충분하지.


이건 그냥 나의 기록이다.

훅 날아가 버릴지도 모를 기억과 마음을

‘브런치’라는 작은 칸 안에 담아두는,

나만의 소중한 보물창고 같은 곳.


그러니 괜찮다.

라이킷이 적어도,

조회수가 낮아도.

오늘의 이 마음 하나를

제대로 담아냈다면,

그걸로, 참 잘한 하루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그래도 살짝, 마음이 따갑다.


그 생채기에

작은 밴드 하나 붙이듯,

오늘은, 그냥 책이나 읽기로 했다.


누군가 나를 알아봐 주길 기다리는 대신,

나를 내가 더 잘 알아주기로.


혼자 삐쳤다가,

또 어느 순간 스르르 풀리는 마음.

어쩌면 그런 감정도

글 쓰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마음일지 모른다.


글을 쓴다는 건,

그렇게 자주 흔들리는 일이라는 걸

오늘도 다시 배우는 중이다.


문득 그런 생각도 든다.

나처럼 ‘그냥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 말고,

책을 여러 권 낸 ‘진짜 작가’들도

이런 마음을 겪은 적이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지금 이 흔들림도,

그렇게 낯선 감정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