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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줌마 Jul 24. 2020

이럴려고 명퇴한게 아닌데......

남편은 좋겠다.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안정적인 공무원에 방학이 있어 얼마나 좋겠냐며 방학에 대한 부러움이 많다. 그도 그럴 것 같다. 직장에 들어가서 퇴사하는 날까지쉬는 시간 아니 재충전의 시간없이 일만 한다면 정말 힘들 것이다.

보통의 사람은 원래 남의 손 안의 콩이 더 커보이는 것이 인지상정이니 우리 교사들도 나름대로 일반 직장인에 대한 부러움이 있다.

그것이 바로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연차~~

꽃잎의 내음이 코를 간지르는 이쁜 봄이나 낙역이 뚝뚝 떨어져 센치해지는 하늘 좋은 가을날에 여행가는 사람들, 땡처리 항공권으로 아무 때나( 표현이 그렇지만) 가고 싶을 때 해외여행 가는 사람, 토일요일 끼어 징검다리연휴 쭉 이어서 쓰는 사람들은 우리 교사들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배부른 사람의 푸념이라고 비난을 받을 지 몰라도 교사들의 방학은 늘 여행시즌으로 보면 성수기, 선택의 여지없이 한여름, 한겨울일 수 밖에 없다.


명퇴를 한 교사들의 제일 좋은 점은 바로 비성수기에 기~~일게 여행을 갈 수 있는 것이다.

나또한 가성비 갑인 여행을 꿈꾸며 12월에 일찌감치 4월의 11박 12일의 유럽여행을 예약하였다. 아이들과 헤어진 슬픔도 동료 교사들과의 아쉬운 이별도 조금은 달래줄 수 있는 기다림이었다.

그러나 나는 여행은 커녕 동네 도서관도 못갔다. 명퇴를 하여 시간이 많으면 친정인 대구에도 가고 친정 어머니를 모셔와 며칠 동안이라도 밥도 해드리고 놀아드리려 했는데 그마저 하지 못했다.

하필이면 코로나 ㅜㅜㅜㅜ

여행을 취소할 때만 해도 4월의 여행인데 그것도 유럽인데 괜찮지않을까 하면서 곧 다시 갈 수 있겠지 했는데 아마 1년 이상을 집콕을 해야할 것 같고 대구는 코로나가 일찍 창궐한 곳이라 친정방문은 물론 친정 어머니는 전화로만 만날 수 있는 상황이 되버렸다.

학교를 다닐 때에는 토일요일 늦잠도 자고 늘어지게 풀어지면서 피로를 풀곤 했는데 막상 명퇴를 하니 늦잠은 며칠 뿐 출근하던 날의 시간대에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이제는 선생이 아니니 접속할 수 없는 교무업무시스템에 괜히 한번 로그인도 해보고 거절을 당하며 나의 명퇴를 다시금 확인하는 서운함도 느껴보았다. 그리고 3월이 되어 개학할 때쯤엔 출근 할 시간이네, 이제 1교시, 점심시간, 퇴근 시간까지 몸이 기억하는 시간들로 한동안 힘들었다. 코로나로 인해 교사들이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모두 다 학교를 가지않는 것에 대한 약간의 배아픔(ㅋ)도 있었음을 고백한다. 나만 안가고 명퇴의 여유로움을 즐겨야 하는데 모두들 출근을 하지않고 나는 아무데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 쪼끔 배아팠다.


그렇게 나의 명퇴의 시간은 조금 우울하게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착하게(?) 먹고 30여년 동안 돈버는 마누라 비위 맞추느라 아침밥도 얻어먹지 못하고 간편식이나 외식이 주로인 식단으로 살아와 마른 비만형이 되어버린 배둘레햄 남편을 위한 건강식단을 시작하기로 했다. 뭐든 한다면 죽기살기로 덤비는 성격이라 남편의 다이어트를 위해 인터넷 폭품 검색을 통한 공부를 통해 여러 가지 레시피를 준비하였다.    

첫 번째    오토파지 주스 만들기

오토파지는 자가포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 몸의 세포들은 스스로 생산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레 독소와 노폐물을 남기게 된다. 이렇게 생성된 노폐물 역시 세포 스스로 먹어 치우는 것을 오토파지라고 한다.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 단독 수상자로 선정된 오스미 요시노리 일본 도쿄공업대학 명예교수는 세포 조직의 분해와 재활용이라는 오토파지 현상의 작동 원리를 규명, 세포가 어떻게 세포 내 물질을 재활용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냈다고평가받았다고 한다.  오토파지 효과로 암, 치매와 같은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을 미리 제거 할 수 있게되는 것이다. 세포속의 노폐물을 청소하고 우리 몸의 에너지를 만드는 해독주스 오토파지 다이어트 핵심은 모방 단식으로 하루 1000kcal 이하 섭취로 단식 효과를 내는 것이다.
 만드는 방법도 아주 간단하여 믹서기에 단호박과 연근,케일 75g, 바나나 반개, 아몬드 7알을 믹서기에 넣고. 물 350ml를 넣고 갈아주면 끝이다. 물론 야채들을 다듬고 씻고 삶고 하는게 조금 귀찮긴 하지만 34년을 아침도 걸러가며 마누라를 응원해주던 남편을 위해 이쯤은 아무 것도 아니다. 건강해진 남편의 모습을 기대하며 열심히 하리라     

두 번째     집구석 텃밭 만들기

이왕 할 바에는 잘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홈쇼핑에서 얻은 얄팍한 지식으로 새싹보리와 어린 새싹을 키우기로 했다. 우선 보리씨앗1키로와 재배틀, 각종 새싹 채소 10여종을 구매하여 방구석 텃밭을 만들었다. 씨앗을 8시간 동안 물에 불려 재배틀에 가지런히 깔고 아침 저녁으로 물을 주고 정성을 들이니 정말 연두빛 새싹이 나왔다. 농사짓는 분들의 기쁨을 알 수 있었다. 내가 물주고 이뻐한 보람이 생겼다. 보리새싹은 15센티미터 정도 자라면 잘라서 샐러드 및 쌈으로 먹고 각종 새싹 채소는 멸치와 깻잎에 싸서 꼬마 김밥을 만드니 그럴 듯한 음식이 되었고 저절로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세 번째 야채와 단백질 위주의 저녁식사

탄수화물이 없는 저녁을 위해 채소와 견과류, 두부, 우유, 살코기 위주로 식단을 짜는 것이다. 마른 반찬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핑계로 늘 한 가지 간단하게 준비하여 식사를 해결해오던 나로서는 매일 매일 샐러드 및 단백질 요리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호기롭게 온 가족 들 앞에서 남편의 건강한 다이어트를 하겠노라고 공표해놓은 상태이고 남편의 다이어트는 절실했기 때문에 퇴로는 없었고 난 열심히 식단을 연구(?)하였다.

야채 도시락

갖가지 모양의 예쁜 샐러드도 만들고 야채를 굽고 찌고 생으로 그것도 엄청 많은 양을 먹으라 하니 남편은 야채지옥이라 하면서도 마누라의 정성에 잘 먹어주었고 그리하여 남편은 두 달 안되는 기간동안 5키로 정도 감량하였다. 덕분에 나도 조금은 다이어트가 되었다.    

날씨가 춥고 코로나가 왕성하던 시기인 3월과 4월엔 이렇게 남편과 가족을 위한 식사 준비가 재미있었고 보람찼다. 하루 하루 다르게 몸무게도 빠지고 그로 인해 조금씩 건강해지고 멋있어지는 남편을 보는 재미도 좋았다. 하지만 햇빛이 이쁜 5월이 되면서 나는 이제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남편의 몸무게는 이제 아주 미세하게 오락가락 할 뿐 크게 변함이 없고 나도 더 이상 다른 레시피를 준비하는 것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싫증이 나고 하기 싫어졌다.

5월 15일!

나는 이제 선생도 아닌데 스승의 날인 5월 15일에 나는 폭발할 것 같았다. 내 안의 무엇이 움틀거리고 있었다. 전업주부로만 살던 삶이 아니어서 그런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갈망이 끊임없이 나를 흔들었다. 내가 누릴 명퇴의 즐거움과 여유로움을 집안에서만 찾기는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 밖은 위험하다.    

“이럴려고 명퇴한게 아닌데 여행도 못가고 매일 집에서 밥하고 청소하고”

나를 위한 명퇴였는데 남편만 그 덕을 보고있다.

남편은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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